국제 유가가 공급 과잉 우려 속에 약세를 보였다. 2025년 7월 1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배럴당 0.20달러(-0.30%) 내린 66.2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달물 RBOB 휘발유 선물도 갤런당 1.70센트(-0.78%) 떨어졌다.
2025년 7월 20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장 초반 달러 약세와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원유 추가 제재 소식이 유가를 끌어올렸으나, 이라크 쿠르드 지역의 수출 재개 승인이 공급 확대 전망을 키우며 결국 하락 마감했다.
이라크 정부는 지난해 3월부터 가동이 중단됐던 이라크-터키 송유관을 통해 반자치 지역인 쿠르디스탄의 원유 수출을 재개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쿠르디스탄 지역은 수출 재개 시 하루 23만 배럴을 추가 공급할 예정이다. 이라크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 두 번째 생산국으로, 이번 조치는 세계 원유 수급 균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U, 러시아 에너지에 14번째 제재 패키지 단행
EU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대응해 러시아 은행 20곳을 SWIFT 결제망에서 추가 배제하고, 제3국에서 정제된 러시아 원유에 대해서도 제한을 가했다. 또한
“러시아의 그림자 선대(Shadow Fleet) 선박 105척을 제재 목록에 올려 총 400척 이상을 차단했다”
고 밝혔다. 인도 최대급 정유시설로 러시아 로스네프트가 지분을 보유한 나예라 정유소도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다.
미국 주택지표·소비심리 개선…수요 기대는 유지
같은 날 발표된 6월 미국 주택착공은 전월 대비 4.6% 증가한 연율 132만 1,000가구로 집계돼 시장 예상(130만 가구)을 웃돌았다. 건축허가도 0.2% 늘어난 139만 7,000가구를 기록해 감소 전망(-0.5%)을 뒤집었다. 여기에 미시간대 7월 소비자심리지수는 61.8로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 에너지 수요 회복 기대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공급 확대 공포가 수요 호재를 눌렀다. 7월 5일 OPEC+ 회의에서 동맹국들은 8월 1일부터 하루 54만 8,000배럴 증산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41만 1,000배럴)를 넘어서는 규모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향후 유사한 규모의 증산이 이어질 수 있다“고 시사해 과잉 공급 시나리오에 불을 지폈다.
시장조사업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재고가 일일 100만 배럴씩 늘고 있으며, 2025년 4분기에는 하루 150만 배럴(세계 수요의 1.5%) 규모의 공급 초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내부적으로는 9월 증산 이후 10월부터 증산 중단을 검토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재고·시추 리그 현황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7월 11일 주간 미국 원유재고는 385만 9,000배럴 감소해 3주 만에 첫 감소세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휘발유 재고는 339만 9,000배럴, 증류유 재고는 417만 3,000배럴 각각 증가했다. 원유재고는 계절 5년 평균보다 8.0% 낮았으며, 증류유 재고는 21.1% 밑돌았다.
또한 베이커 휴즈는 7월 18일 기준 미국 내 가동 중인 유전 시추 rig가 전주 대비 2기 감소한 422기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3.75년 만에 최저치다. 2022년 12월 기록한 627기 대비 2년 반 만에 가파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WTI·RBOB·OPEC+ 용어 설명
- WTI(West Texas Intermediate)는 미국 텍사스산 경질유로 뉴욕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대표적인 벤치마크 원유다.
- RBOB(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은 배출가스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첨가제를 혼합하기 전 단계의 휘발유 선물 계약을 의미한다.
- OPEC+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국과 러시아 등 10여개 비(非)OPEC 산유국의 협의체로, 세계 원유 공급량을 조절하는 핵심 기구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시장 전문가들은 “달러 약세와 미국 경기 회복이 단기적 지지 요인이지만, 이라크·OPEC+ 공급 확대가 현실화될 경우 3분기 말까지 배럴당 60달러까지도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EU 제재로 러시아의 운송 비용이 급등하면 중장기적으로는 공급 차질이 발생, 다시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선박 물동량 분석업체 보텍사(Vortexa)는 7월 11일 주간 해상부유식 원유 재고가 전주 대비 4.6% 줄어든 7,803만 배럴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단기적으로 공급 부담을 완화하는 요소다.
국제유가 향방은 추가 증산 여부, 글로벌 경기 둔화 속도, 그리고 지정학적 변수가 복합적으로 결정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8월 초 예정된 OPEC+ 공동감시위원회(JMMC) 회의와 미 연준(Fed)의 통화정책 회의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