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원유 선물과 휘발유(RBOB) 선물 가격이 21일(현지시간) 나란히 하락했다. 8월물 WTI(티커: CLQ25)는 전 거래일 대비 -0.14달러(-0.21%) 내린 배럴당 66.21달러에, 8월물 RBOB(티커: RBQ25)는 -0.0215달러(-1.00%) 떨어진 갤런당 2.13달러에 각각 마감했다. 특히 휘발유 가격은 2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5년 7월 21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이라크발 공급 확대 시나리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라크 정부가 쿠르디스탄 자치정부(KRG)와 합의해 2023년 3월부터 가동이 중단돼 온 ‘이라크-터키 파이프라인’을 재개할 방침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KRG는 재개 직후 하루 23만 배럴(bpd)을 시장에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라크는 OPEC 2위 산유국으로서 생산량 변화가 국제 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시장에서는 “이라크 증산 → 사우디 수출 증대 → 전 세계 공급 과잉 심화“라는 도미노 우려도 나온다. 만약 이라크가 시장점유율을 높인다면,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점유율 방어 차원에서 추가 발송량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 이는 이미 커지고 있는 공급 과잉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원유 가격 낙폭은 달러화 약세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S&P 500 지수 덕분에 제한됐다. 위험 선호 심리가 살아 있으면서 에너지 수요가 견조할 것이라는 기대가 일부 방어막 역할을 했다.
EU, 러시아 에너지 추가 제재…105척 ‘그림자 선대’도 타깃
지난 18일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산 에너지 거래에 대한 추가 제재를 승인한 점도 유가 하방 압력을 일부 상쇄했다. 새 패키지는 ▲러시아 은행 20곳을 국제결제망 SWIFT에서 차단 ▲제3국에서 정제된 러시아 석유 제품에 대한 추가 제한 ▲105척의 ‘그림자 선대(Shadow Fleet)’* 신규 제재 등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제재 대상 선박은 총 400척을 넘어섰다.
*그림자 선대란 원산지·소유주를 숨기고 제재 회피용으로 운항하는 선박 집단을 뜻한다.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는 전 세계 200여 개국 금융기관이 사용하는 메시지·결제 네트워크로, 가입 제한은 사실상 국제 금융 거래의 ‘퇴출’을 의미한다.
OPEC+ 증산 로드맵 vs ‘10월 동결’ 시나리오
공급 과잉에 대한 경계심은 OPEC+의 7월 5일 결정이 기름을 부었다. OPEC+는 8월 1일부터 하루 54만8천 배럴 증산하기로 합의했는데, 이는 시장 컨센서스(41만1천 배럴)를 웃도는 규모다. 사우디는 “추가로 비슷한 규모의 증산이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과잉 생산국(카자흐스탄·이라크 등)에 ‘페널티’를 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현재 OPEC+는 2026년 9월까지 220만 bpd 감산분을 순차적으로 회복하는 로드맵을 진행 중이다. 5월 31일에는 7월분 증산 41만1천 bpd를 확정했으며, 6월 실제 생산량은 전월 대비 36만 bpd 늘어난 2,810만 bpd(1.5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10일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OPEC+는 9월 이후 증산 중단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하반기 세계 원유 수요 둔화를 감안한 ‘예방적 조치’로 해석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재고가 이미 하루 100만 bpd 속도로 늘고 있으며, 2025년 4분기에는 글로벌 수급이 1.5% 초과 공급 상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재고·시추·탱커 지표 체크
Vortexa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7일 이상 정박한 탱커 적재 원유는 7월 18일 주간 6,631만 배럴로 전주 대비 14% 감소했다. 이는 유가에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변화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주간 보고서(7월 11일 기준)에서는 ▲원유 재고 -385만9천 배럴(3주 만의 감소) ▲휘발유 재고 +339만9천 배럴 ▲디스틸레이트 재고 +417만3천 배럴이 확인됐다. 미국 원유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8% 낮고, 디스틸레이트 재고는 21.1% 부족한 상태다. 같은 기간 미국 원유 생산은 주당 0.1% 감소한 1,337만5천 bpd로, 지난해 12월 기록한 최고치(1,363만1천 bpd)보다 근소하게 낮다.
Baker Hughes에 따르면, 7월 18일 기준 미국 가동 중인 원유 시추기는 422기로 집계돼 3.75년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2022년 12월 627기에서 2년 반 동안 꾸준히 줄어든 수치다.
전문가 시각: 필자는 이라크·사우디 증산이 단기간 유가를 누를 가능성이 크지만, 미국 시추기 감소와 글로벌 재고 흐름 등을 감안하면 70달러선 아래에서는 가격 탄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본다. 하반기 소비 둔화가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본 기사를 집필한 리치 애스플런드(Rich Asplund)는 해당 종목에 대한 포지션을 보유하지 않았으며, 모든 데이터는 정보 제공 목적임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