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은퇴 재정 설계의 대표적 가이드라인인 ‘4% 규칙’이 향후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일부 연구기관과 재정 전문가들은 “최근의 낮은 기대수익률·높은 변동성·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과거에 유효했던 4% 인출률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2025년 8월 17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모닝스타(Morningstar)의 최신 연구는 ‘안전한 인출률’을 연 3.7%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은퇴 첫해에 전체 자산의 4%를 인출하고 이후 물가 상승률만큼 금액을 늘려가는 기존 모델보다 0.3%포인트 낮은 수치다. 투자 수익률 둔화와 기대수명 증가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4% 규칙이란 무엇인가? 1994년 재무설계사 윌리엄 벤젠(W. Bengen)이 제시한 이 규칙은, 은퇴 후 30년 동안 자산 고갈 없이 생활하려면 첫해에 총 자산의 4%만 인출하고, 다음 해부터는 전년도 인출액에 인플레이션율만큼만 가산하라는 ‘단순·직관적’ 전략이다. 미국에서는 ‘평생소득 확보’의 기준선으로 오랫동안 활용돼 왔다.
시장 환경 변화와 규칙의 유효성
“전통적인 4% 인출 규칙은 더 이상 현실적이지 않을 수 있다.” — 애덤 가르시아(공인재무설계사·더스톡도크 창립자)
가르시아는 “최근 모닝스타 보고서가 제시한 낮은 기대수익률 추세를 감안하면, 고정 인출률보다 ‘유연한 인출 전략(Flexible Withdrawal Strategy)’을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제 고객 사례를 언급하며 포트폴리오 위험 수준을 재조정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지출을 탄력적으로 조절하도록 조언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전문가 셜리 뮬러(VA Loans Texas 설립자)는 “과거처럼 30년간 연 4%를 꺼내 쓰면 자산이 조기에 고갈될 위험이 크다”며 “최대 3.3%까지 낮춰야 안전하다”고 말했다.
실제 적용 전략: ‘지출 버킷’과 자산 배분
뮬러는 은퇴자들이 생활비를 ①필수 지출(주거·식료품·의료) ②선택 지출(여행·오락 등)으로 나눠 ‘버킷’ 방식으로 관리하라고 권했다. 경기 침체기에는 선택 지출을 줄여 필수 비용을 우선 충당함으로써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투자 측면에서의 시사점
뮬러는 “저수익 환경에서 채권만으로는 인플레이션을 따라잡기 어렵다”며 배당주·우량채·저비용 인덱스펀드를 혼합해 성장과 안정을 동시에 추구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현금 또는 고유동성 자산으로 최소 1~2년치 생활비를 확보해두면, 하락장에 주식을 헐값에 매도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이 설명하는 용어 해설
안전 인출률(Safe Withdrawal Rate)은 은퇴 후 자산을 고갈시키지 않으면서 일정 기간(대개 30년) 동안 인출할 수 있는 최대 비율을 의미한다. 플렉서블 인출 전략은 고정 비율 대신 시장 수익률·물가·개인 상황에 맞춰 인출액을 탄력 조정하는 방식이다.
기자 해설 및 전망
이번 연구는 ‘평균 7~8% 주식 수익률’을 전제로 했던 20세기 말과 달리, 저성장·고변동성 시대에선 동일 전략이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국 투자자에게도 의미가 크다.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형IRP 등 국내 은퇴자산 역시 글로벌 증시 흐름과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①정기적인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②현금 흐름 점검 ③유연한 지출 계획이 필수적이다. 특히 ‘물가연동 채권’이나 ‘배당 성장형 ETF’처럼 실질 구매력을 보호할 수 있는 상품 활용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마지막으로 “정답은 한 가지가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각자의 자산 규모·수명·위험 선호도에 맞춰 계획을 수시로 점검하고, 필요하면 재무설계사와의 상담을 통해 전략을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본 기사는 GOBankingRates.com에 2025년 8월 17일 최초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