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보고서, ‘체계적 약탈’로 국민 굶주리게 한 남수단 권력층 고발

[아프리카/국제] 남수단 권력층이 국고를 조직적으로 빼돌려 국민 다수가 굶주림에 내몰리고 있다는 유엔 인권조사위원회(U.N. Commission on Human Rights in South Sudan)의 101쪽 분량 보고서가 공개됐다.

2025년 9월 16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보고서는 벤저민 볼 멜(Benjamin Bol Mel) 부통령 관련 업체들이 2021~2024년 사이 도로 건설을 수행하지 않고도 17억 달러(약 2조3,000억 원)를 수령한 사례를 ‘대규모 부패(Grand Corruption)’의 상징적 사례로 지목했다.

유엔 조사위는 “남수단의 국부가 약탈 엘리트(predatory elite)에 사로잡혔다“고 표현하며, 독립 당시인 2011년에 비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고 강조했다. 또 대통령 의료실 예산이 전국 공공보건예산 총액을 넘어선 사실도 구체적 사례로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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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일 포 로즈(Oil for Roads)’ 프로그램의 실체

보고서에 따르면 남수단 정부는 석유 수출 수익을 담보로 하는 오프버젯(off-budget) ‘오일 포 로즈’ 프로그램을 통해 2021~2024년 총 22억 달러를 볼 멜 부통령 관련 업체들에 지급했다. 특정 연도에는 전체 정부 지출의 약 6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았다.

그러나 실제로 건설이 완료돼 차량 통행이 가능한 도로는 5억 달러어치에도 못 미쳤다. 보고서는 ▲도로 길이를 부풀려 계약 단가를 상승시키고 ▲업계 평균을 초과해 과다 청구하며 ▲합의된 차선 수보다 적게 시공한 점 등을 구체적 ‘부풀리기’ 수법으로 적시했다.

■ 제재 이력과 정부·당사자 반응

미국 정부는 2017년 볼 멜과 그가 연관된 2개 업체를, 2021년 추가로 2개 업체를 제재했다. 당시 미국 재무부는 “고위 관료의 특혜를 받아 도로 사업 수주 및 국부 유출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볼 멜 측 대변인은 이번 보고서에 대해 “입장이 없다”고 밝혔으며, 남수단 조지프 겡(Joseph Geng) 법무장관은 유엔 조사위에 보낸 공식 서면 답변에서 “보고서 수치가 정부 통계와 맞지 않으며, 경제난의 원인은 내전·기후변화·원유 판매 감소”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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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등과 인도주의 위기의 악순환

남수단은 2011년 독립 이후 2013~2018년 내전으로 약 40만 명이 숨졌으며, 최근에도 살바 키르 대통령리크 마차르 제1부통령 세력 간 갈등이 재점화됐다. 지난주 정부는 마차르를 반(反)인도적 범죄 혐의로 기소했다.

보고서는 “엘리트 간 제로섬 권력 투쟁민족 갈등을 동원·조장해 무장 폭력을 지속시켰다”고 지적했다. 현재 남수단 인구 1,200만 명 중 약 3분의 2가 위기 수준 식량 부족에 직면해 있으며, 해외 인도적 지원마저 대폭 삭감되고 있다.

■ ‘공공 지출 왜곡’ 구체 사례

유엔 조사위는 독립 이후 남수단이 원유 수출로 벌어들인 230억 달러 이상 가운데 교육·보건·식량안보 등 기본권 보장에 투입된 비중이 극히 낮다고 결론지었다.

예컨대 2022~2023 회계연도 국가예산을 보면, 대통령 의료실(Presidential Medical Unit) 예산이 전국 1·2·3차 의료 체계 예산 총액보다 많았다. 이는 정부가 ‘국민이 아닌 권력층’을 우선시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 남수단 정부의 입장과 법적 장치

겡 법무장관은 “독립 전 제정된 반부패법과 2024년 7월 개정된 관련 법률이 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입증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제도적 장치는 있으나 시행 의지와 투명성이 결여됐다”는 평가를 유지했다.

■ 용어·배경 설명*

*오프버젯(Off-budget)정규 예산서에 편성되지 않은 별도 지출을 의미한다. 공식 회계 감시망을 벗어나 있어 부패·누수 위험이 크다.

*Oil for Roads 프로그램은 석유 수익을 담보로 인프라 건설 자금을 선지급하는 방식이다. 시장 가격 변동·추적성 부족으로 투명성 논란이 지속돼 왔다.


“정부는 대외 원조에 의존하기보다 석유 수입을 국민 복지에 사용해야 한다.”
— 미 국무부 대변인, 로이터 통신 서면 답변 중

정리·번역 : 뉴스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