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펀드매니저, 美 고용 부진에도 글로벌 성장 전망 ‘낙관’

유럽 자산운용 업계가 글로벌 경기 전망에 대해 한층 낙관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성장에 대한 자신감은 오히려 강화됐다는 것이 핵심이다.

2025년 9월 16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실시한 최신 펀드매니저 서베이(FMS) 결과, 유럽계 펀드매니저들은 ‘미국 고용시장 약화’라는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성장률이 다시 가속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미국 성장률 둔화’를 예상하는 응답 비중이 2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반면, ‘재가속’을 점치는 비중이 작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응답자들은 워싱턴의 재정·통화정책 조합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고,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진 것이 심리 개선의 주된 요인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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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용지표가 약해지고 있다는 보다 분명한 신호에도 불구하고, FMS 참가자들의 성장 기대치는 거의 흔들리지 않았다.” — BoA 보고서


1. ‘스태그플레이션적 연착륙’이 기본 시나리오

BoA는 소프트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없는 물가 상승)적 연착륙기본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이는 경기 침체(리세션) 확률이 역사적 평균 수준에 머문다는 의미다. ※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침체(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상태를 말한다.

전반적인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는 2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세계 성장이 더 느려질 것’이라고 답한 순(淨) 비중이 대폭 감소했으며, 이는 2023~2024년 한동안 이어진 ‘경기 침체 공포’가 눈에 띄게 잦아들고 있음을 시사한다.

2. 유럽 증시에 대한 시각 미세 조정

응답자들은 ‘EU 예외주의’에 대한 기대를 일부 거둔 모양새다. 유럽 주식 비중(오버웨이트)※ 특정 자산군 비중을 시장 평균보다 많이 보유하는 전략은 추가로 감소했고, 미국 주식과의 비중 격차도 좁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적 주가 상방’에 대한 확신은 더 강해졌는데, 이는 탄탄한 실적 전망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BoA는 4개월 연속 “5% 넘는 손실을 예상하는 응답자가 전무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경미한 하락’(0~5% 하방)을 점치는 비중도 줄어 시장 내 증시 불안감이 크게 완화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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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무역·정책 리스크 순위 변동

관세 충격에 대한 공포도 이전보다 크게 잦아들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이미 “무역 관세 리스크가 가격에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주요 테일리스크(꼬리 위험) 1~3위는 ▲2차 인플레이션 파동연방준비제도(연준·Fed) 독립성 훼손미국 고용시장 급격한 냉각 순이었다. ‘무역전쟁이 글로벌 침체를 촉발할 것’이라는 우려는 4위로 내려갔다.

4. 포트폴리오 포지셔닝 딜레마

겉으론 낙관적이지만, 포지셔닝(자산 배분) 불안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디펜시브(방어) 자산이 부족하다’고 우려하는 응답자가 19%로, ‘경기민감주 비중이 적다’고 걱정하는 4%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리스크 이벤트 발생 시 하락 완충 장치가 부족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5. 선호 섹터·국가별 현황

슈퍼섹터 기준으로는 금융주10개월 연속 1위라는 기록을 이어갔다. 다만, 헬스케어가 개별 산업 기준으로 금융을 제치고 가장 선호되는 섹터에 올라섰다. 헬스케어 업종은 경기 변동과 무관하게 꾸준한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디펜시브 성격이 강하다.

국가별로는 독일 주식이 여전히 가장 매력적인 시장으로 꼽혔다. 반면, 프랑스는 정치적 불확실성 탓에 선호도 최하위로 떨어졌다. 이는 최근 프랑스 조기 총선 가능성, 재정적자 우려 등이 해외 기관의 위험 회피 심리를 자극한 데 따른 결과다.


용어 설명 및 시사점

오버웨이트(Overweight)는 벤치마크 대비 특정 자산을 더 많이 보유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반대로 비중을 축소하는 전략은 ‘언더웨이트(Underweight)’라 부른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제 성장률이 낮거나 마이너스인 동시에 물가가 상승하는 이례적 상황으로, 중앙은행 입장에서 정책 대응이 특히 어렵다.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볼 때, 기관투자자들은 ‘성장 둔화 우려’보다 ‘물가 재상승 가능성’을 더 큰 위험 요인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또한 디펜시브 자산 부족 우려가 뚜렷하다는 점은, 단기 변동성 확대 시 주가 하락이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개인 투자자라면, 방어적 업종·자산을 일정 비중 편입해 포트폴리오 완충 효과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유럽 펀드매니저들은 최근의 미국 고용 부진에도 글로벌 성장 모멘텀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동시에 ‘2차 인플레이션’과 통화·재정정책 변수 등 정책 리스크를 최우선 테일리스크로 지목함으로써 물가 관리와 중앙은행 독립성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시장은 낙관론으로 무게가 기울고 있으나, 방어 전략의 필요성 역시 커지고 있다는 점이 현 업계 분위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