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베스팅닷컴] 21일 유럽 주요 증시는 기업 실적 발표와 미·EU 간 고율 관세 협상에 대한 경계심이 맞물리면서 전반적으로 관망세를 보였다.
2025년 7월 2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범유럽 STOXX 600 지수와 독일 DAX 지수는 전장 수준을 유지한 반면, 프랑스 CAC 40 지수는 16포인트(0.2%) 하락했다. 영국 FTSE 100 지수는 12포인트(0.1%) 상승해 대조적 흐름을 드러냈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항공·자동차 업종에 쏠렸다. 저가 항공사 라이언에어(Ryanair)는 4~6월 순이익이 ‘이스터(부활절) 휴가 특수’와 막판 예약 증가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여름 성수기 잔여 구간의 예약도 탄탄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거대 자동차 그룹 스텔란티스(Stellantis)는 2025년 상반기 23억 유로 순손실을 예고하면서 밀라노 증시에서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했다. 지프(Jeep) 브랜드를 보유한 스텔란티스의 이 같은 손실 전망은 공급망 비용 증가와 전동화 전환 비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통상 협상 ‘데드라인’ 임박
“트럼프 대통령이 8월 1일 ‘상호주의 관세’ 인상을 단행하기 전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다” — 하워드 루트닉 美 상무장관
기업 실적 외에도 시장의 또 다른 화두는 미·EU 간 관세 담판이다. 루트닉 상무장관은 전날 인터뷰에서 이같이 낙관론을 제시했으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관세 합의 전망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깔려 있다”고 전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기본 관세를 현행 10%로 유지하길 원하지만, 미국 측은 15% 이상의 관세율과 추가 양보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과 프랑스는 완화적 접근 대신 강경 대응에 무게를 싣고 있으며, 합의 실패 시 미국 기업 추가 제재 카드를 검토 중인 것으로 보도됐다.
이런 가운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2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갖고 대미 협상 전략을 논의할 방침이다.
ECB, 7월 동결 시그널
투자자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이 7월 24일 예정된 통화정책회의에서 예금금리 2%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6월 회의에서 ECB는 역내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 완화 조짐을 근거로 25bp 인하를 단행했으나, 무역 긴장 고조에 따라 7월에는 ‘일단 지켜보는’ 스탠스를 채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오스트리아 에르스테그룹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에서 “ECB의 향후 행보는 미·EU 관세 분쟁 전개와 성장 기대치 변화에 좌우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제유가·러시아 제재 영향 분석
원유 시장도 미·EU 무역 갈등이 수요에 미칠 부정적 파장을 경계하며 약보합권을 나타냈다. 21일 04:23 ET(미 동부시간) 기준 브렌트유 9월물은 배럴당 69.08달러(−0.3%), WTI 9월물은 65.89달러(−0.3%)를 기록했다.
EU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대응해 러시아산 원유를 정제해 수출하는 인도 나야라 에너지 등 제3국 기업까지 겨냥한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그러나 ING는 “시장 반응이 미온적인 것은 이번 조치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러시아산 원유를 사용해 생산된 정제품의 EU 수입 전면 금지는 시장에 실질적 충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정리
STOXX 600‧DAX‧CAC 40‧FTSE 100: 유럽 각국의 대표 주가지수를 뜻한다. STOXX 600은 17개국 600개 대형·중형·소형주를 포괄하는 범유럽 지수이며, DAX는 독일, CAC 40은 프랑스, FTSE 100은 영국 상위 100대 기업 주가 흐름을 반영한다.
브렌트유‧WTI: 영국 북해산 원유(브렌트)와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로, 세계 유가를 대표하는 두 벤치마크다.
스텔란티스: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푸조시트로엥(PSA) 합병으로 2021년 출범한 다국적 자동차 그룹이며, 지프·피아트·푸조 등 14개 브랜드를 보유한다.
취재진 관전 포인트
현 시점에서 유럽 증시는 통상 리스크·금리 불확실성·경기 둔화라는 ‘3중 변수’에 직면해 있다. 관세 협상이 타결될 경우 리스크 프리미엄이 빠르게 해소되어 수출주 랠리가 가능한 반면, 결렬 시에는 제조업 중심의 독일 DAX가 가장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ECB의 연내 추가 완화 여부도 이러한 결과에 따라 급격히 달라질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