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증시 동향] 유럽 주요 증시가 22일(현지시간) 장 초반 보합권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2분기 기업 실적이 엇갈린 흐름을 보인 가운데,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무역협상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2025년 7월 2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범(汎)유럽 지수인 STOXX 600은 그리니치표준시(GMT) 07시 19분 기준 546.97포인트를 기록해 0.01% 하락했다. 이는 사실상 보합세로, 장 초반 변동성이 제한됐음을 시사한다.
미국 상무부의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 장관은 전날 인터뷰에서 “워싱턴은 EU와의 무역협정 타결에 자신이 있다”면서도 “8월 1일을 넘기면 관세가 발효된다”고 못 박았다. 그는 “협상 여지가 충분하다”고 덧붙이며 유럽 측과의 대화를 강조했다.
섹터별 움직임을 살펴보면, 기초자원(베이식 리소스) 업종이 2.6% 상승하며 강세를 주도했다. 구리, 철광석, 리튬 등 원자재 가격이 완만하게 반등한 점이 매수세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자동차 업종은 0.3% 하락하며 부진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수요 둔화 우려, 전기차 전환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개별 종목 중에서는 라이언에어(Ryanair)가 눈에 띄었다. 유럽 최대 저가항공사인 라이언에어는 4~6월 순이익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발표하면서 주가가 5.8% 급등했다. 회사 측은 “레저 수요 확대와 유가 헤지 전략이 실적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다국적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Stellantis)는 2.4% 하락했다. 회사가 “2025년 상반기 23억 유로(약 28억 달러)의 순손실을 예상한다”고 밝힌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시장에서는 전동화 전환에 따른 비용 부담, 북미 시장 점유율 둔화를 손실 요인으로 지목한다.
거시 이슈와 무역협정도 증시에 영향을 미쳤다. 러트닉 장관의 발언대로 8월 1일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자동차·농산물·항공우주 등 양측 핵심 산업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 제조업체는 수출 의존도가 높아 관세 부과 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STOXX 600이 올해 들어 10% 이상 상승했지만, 실적 변동성과 지정학 리스크가 남아 있어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한다. 투자자들은 무역협상 외에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통화정책, 중국 경기 부양책 등 글로벌 변수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24일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럽과 중국의 고위급 접촉 역시 원자재·기술·기후변화 이슈를 둘러싼 협력·갈등 구도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전망이다.
• 용어 설명
STOXX 600은 유럽 17개국 600개 종목을 편입한 대표 지수로, 유럽 주식시장의 광범위한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기초자원 섹터는 광산·금속·제지 등 원자재 관련 기업이 포함된다. 보합세란 지수가 전일 대비 거의 변동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전문가 시각에 따르면, 이번 주 증시는 “실적 발표 시즌의 피크와 무역협상 마감이 겹치면서 방향성을 모색할 것”이다. JP모건의 한 애널리스트는 “관세 발효 시 자동차 섹터 EPS(주당순이익)가 최대 7% 감소할 수 있다”며, 반대로 “타결될 경우 투자 심리가 단기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9월 회의를 앞두고 인플레이션과 성장률 전망도 재조명되고 있다. 최근 유로존 물가 상승률은 2.2%로 안정세를 보이지만, 서비스 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해 긴축 기조가 쉽게 완화되기 어렵다는 평가다.
종합하면, 투자자들은 혼조 양상의 기업 실적과 미·EU 관세 협상이라는 이중 변수 속에서 신중한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방어적 업종, 배당주, 원자재 강세 섹터에 대한 선별적 접근이 유효하나, 협상 결과에 따라 성장주·소비재로의 수급 이동이 가시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8월 1일 전까지 협상 타결 여부, 그리고 중국·EU 정상회담의 결과가 유럽 자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추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