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공항주, 새 투자 사이클 돌입…CAPEX 급증과 트래픽 성장 둔화가 관건

유럽 주요 공항 운영사들이 팬데믹 이후 전혀 다른 경영 환경에서 새로운 투자 사이클을 맞이하고 있다. 트래픽(승객 수요) 증가율은 구조적으로 둔화되는 반면, 시설 확장·환경 규제 대응에 필요한 자본적 지출(CAPEX, Capital Expenditure)은 급격히 늘어나는 이중 부담이 현실로 다가왔다는 분석이다.

2025년 7월 20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보도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 고성장 국면에서 주가 랠리를 이끌었던 상승 사이클은 종료됐으며, 회복 과정도 국가·공항별로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그 결과 Aena, ADP, Flughafen Zurich(FHZ), Fraport 등 거대 운영사들의 향후 10년 전망이 극명하게 엇갈리게 됐다.

팬데믹 이전 유럽 항공 수요는 대륙 평균 국내총생산(GDP)을 크게 상회하며 성장했고, 이는 공항주 주가에 즉각적으로 반영됐다. 그러나 2020년 초 COVID-19가 국제선 운항을 사실상 중단시키면서 해당 사이클은 돌연 중단됐다. 이후 회복은 국토 특성·레저 중심 여부·국가별 방역 지침에 따라 달랐고, 분석가들은 “승자(스페인·이탈리아·그리스)와 패자(독일·프랑스·스위스)가 선명해졌다”고 평가한다.

“유럽 공항 산업은 이제 더 낮은 구조적 성장률과 더 높은 자본 요구가 공존하는 시대로 이행 중이다.” – 번스타인(Bernstein) 애널리스트 보고서


① 트래픽 회복 편차—남부는 완연, 북부는 지체

레저(여행·관광) 비중이 큰 스페인·이탈리아·그리스 노선은 2024년 여름 들어 2019년 대비 100% 이상 회복됐다. 반면 독일·프랑스·스위스 노선은 여전히 2019년 수준에 미달하며, 특히 기업 출장(Corporate Travel) 회복이 느리다. 이는 각국의 경제 구조와 철도·도로망의 발달 차이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평가된다.

추가로, 환경 규제 압력도 수요 축소 요인으로 작용한다. 프랑스는 철도로 2시간 30분 이내 이동 가능한 구간에 대해 단거리 항공편을 금지했으며, 독일은 항공 여객세(일명 ‘환경세’)를 75% 인상했다.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과 함께 이러한 정책은 항공권 가격을 밀어 올려 수요 탄력을 저하시키고 있다.

② CAPEX 폭증—연평균 60% 증가 전망

번스타인은 2025~2034년 유럽 공항 부문의 연평균 규제 대상 CAPEX가 28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2017~2024년 평균 18억 유로 대비 약 60% 증가한 수치다. 증설 여력이 비교적 한정적인 Aena(스페인)와 ADP(프랑스)가 증설 투자 대부분을 차지할 전망인 반면, Fraport(독일)는 대규모 투자를 일시 중단한다.

CAPEX는 활주로·터미널·보안·IT·탄소중립 설비 등에 투입된다. 특히 2030년을 기점으로 유럽연합(EU)의 Fit for 55 목표(탄소배출 55% 감축)를 충족하기 위한 전동화, 지속가능항공연료(SAF) 인프라 구축이 광범위하게 요구된다.

③ 수수료(Tariff) 정책—불투명 vs 확정

공항은 당국(규제기관)과의 협상을 통해 여객·항공사로부터 징수하는 항공기 운항료·여객 서비스료를 결정한다. Aena와 FHZ는 완만하거나 마이너스 성장 전망이 제시됐다. ADP는 소폭 인상 가능성, Fraport는 연평균 4% 인상을 확정(4년 계약)해 가장 높은 가시성을 확보했다.

④ 비항공(Commercial) 매출—수익성의 핵

리테일·식음료(F&B)·주차 등 비규제 사업부문은 EBITDA 마진이 높아 Aena와 FHZ의 기업가치(EV)에서 3분의 2를 차지한다. 방역 규제 완화, 면세 한도 확대, 디지털 마케팅 고도화가 매출 회복세를 지지하고 있다.


⑤ 핵심 재무 지표 비교

• 자유현금흐름(FCF) 수익률*
Aena 6.6% > Fraport 3.0% > ADP 2.1% > FHZ 2.1% (2025~2034 평균)

• 투하자본수익률(ROIC)
Aena 14.3% > FHZ 7.6% > ADP 5.1% > Fraport 3.8% (2025년 예상)

• EBITDA 마진
Aena 60.2% > FHZ 47.0% > ADP 33.6% > Fraport 28.4% (2024년 예상)

*FCF 수익률: 기업가치 대비 확보 가능한 현금흐름 비율.
ROIC: 영업성과를 투자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자본 효율성을 의미.
EBITDA: 영업이익에 감가상각비를 더한 지표로, 현금창출력을 나타냄.

⑥ 밸류에이션 & 투자 의견

Aena·Fraport—‘아웃퍼폼’(시장수익률 상회) → 상승 여력 확보
Fraport 목표주가 €84로 현 주가 대비 20% 이상 Upside, Aena 목표주가 €28.

ADP·FHZ—‘마켓 퍼폼’(시장수익률 부합) → 보수적 접근 권고
ADP는 막대한 CAPEX·정치 리스크·평탄한 트래픽 전망으로 상단이 제한, FHZ는 밸류에이션 부담·고비용 프로젝트·요금 인상 불확실성이 하향 요소로 작용.


⑦ 용어·배경 설명

CAPEX는 공항 활주로, 터미널 증축, 환경 설비 구축 등 장기 자산 취득에 사용되는 투자비를 뜻한다. 현실적으로 부채로나 민간투자(Mixed Finance)를 통해 조달하지만, 규제기관은 요금에 전가되는 규모를 제한하기 때문에 투자 효율성이 관건이다.

ROIC(Return on Invested Capital)은 기업이 투입한 자본 대비 어느 정도 이익을 내는지 측정하는 지표다. WACC(가중평균자본비용)를 상회할 때만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한다고 본다.

EBITDA는 감가상각·무형자산상각을 제외한 현금창출력을 측정하는 대표적 지표다. 인프라 기업처럼 감가상각 부담이 큰 업종에서는 손익계산서상 영업이익보다 EBITDA가 기업가치를 더 적절히 설명한다.


⑧ 기자 해설: 무엇을 봐야 하나?

첫째, 구조적 수요 둔화는 불가역적이다. 탄소중립 정책이 강화될수록 단거리 노선은 철도·버스에 잠식된다. 다만 휴양지 레저 수요는 여전히 항공 외 대체제가 제한적이어서, 스페인·지중해 시장은 상대적 우위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CAPEX 확대가 주가에 미칠 영향이다. 규제 당국이 요금 인상을 억제하면, 대규모 투자 이후 ROIC 악화·부채 증가가 불가피하다. Fraport처럼 투자 정체 구간을 두고 현금흐름을 강화하는 전략이 단기 주주가치 보호에 유효할 수 있다.

셋째, 비항공 매출 다변화는 공항 산업의 필수 생존 전략이다. 면세/리테일·F&B뿐 아니라 디지털 광고, 라스트마일 물류, 데이터 서비스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해야 규제 변동성을 상쇄할 수 있다.

넷째, 금리·환율 리스크 역시 주목해야 한다. CAPEX 조달 구조가 유로화 고정금리 비중을 늘리면 장기 차입 비용이 안정되지만, 인플레이션·금리 변동에 따른 재무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Aena는 레저 회복·높은 ROIC·안정적 현금흐름이 우위다. 하지만 과도한 낙관은 금물이다. 트래픽 성장률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오지 않는 한, 공항주는 과거와 같은 고-베타(High Beta) 자산이 아닌 현금창출 중심의 방어적 인프라주로 재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본 기사는 투자 판단을 위한 참고용이며, 특정 종목의 매매를 권유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