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주권 클라우드·AI 야망은 무엇인가

유럽이 데이터 주권AI 자립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유럽 각국 정부와 기업은 미국 빅테크의 클라우드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관할권 내에서 데이터와 인프라를 통제하기 위한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2025년 11월 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UBS 글로벌 리서치는 유럽연합(EU)과 회원국들이 데이터 프라이버시, 지정학적 리스크, 연산 자원 접근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현지 통제형 디지털 인프라를 적극 육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UBS에 따르면 현재 유럽의 인프라형 서비스(IaaS) 시장에서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합산 8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반면, 가트너가 “주권 클라우드”로 정의한, 유럽 관할권 내에서 데이터·운영·기술적 통제를 보장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는 2024년 기준 약 10%의 비중에 그친다. 가트너는 이 비중이 2028년까지 47%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며, 연평균 86%의 고성장(CAGR)을 예상했다. 이는 비(非)주권 유럽 IaaS의 12% 성장률과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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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S는 또한 “격리형/관리형 클라우드(isolated/managed cloud)는 ‘퍼블릭’ 클라우드 대비 운영비가 10~20% 더 높다”고 지적하면서도, GDPR, EU 데이터법(Data Act), 유럽 데이터 거버넌스법 등 규제가 도입·강화되면서 주권 클라우드 도입이 촉진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U의 ‘클라우드 및 AI 개발법’(안)은 이러한 전략의 핵심 축으로 꼽힌다. 해당 법안은 향후 5~7년 내 EU의 데이터센터 용량을 3배로 확대하고, AI 투자 2,000억 유로를 동원하는 구상을 담고 있다. 이 가운데 200억 유로AI ‘기가팩토리’ 5곳 건설에 투입되며, 각 팩토리는 고급 프로세서 10만 개 이상을 갖추는 것으로 설계된다. 추가로 100억 유로13곳 이상소형 공장 조성에 배정되며, 각 시설은 대형 기가팩토리의 약 4분의 1 규모 용량을 목표로 한다.

UBS는 또한 “Stargate의 Abilene 프로젝트 1단계를 템플릿으로 삼을 경우, 엔비디아 H100 GPU 아키텍처를 바탕으로 기가팩토리당 약 60억~80억 달러의 자본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가운데 최대 35%의 설비투자가 EU 및 회원국 보조금으로 충당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산업계의 관심도 크다. 유럽집행위원회(EC)16개 회원국에서 AI 기가팩토리 유치 의향서 76건을 접수했으며, 관련 입지 선정은 2025년 말까지 결론이 날 전망이다. 독일 웹호스팅 기업 아이오노스(IONOS)는 건설사 호크티프(HOCHTIEF)와 함께 신청 사실을 확인하며, 자사 제안이 “완전히 주권적이고 지속가능한 생태계로 대규모 AI 워크로드를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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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체 텔레콤SAP, 엔비디아RWE와 같은 전력 기업과의 파트너십 계획을 언급하며,

“우리는 RWE와 협력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물과 전력 공급이 가능한 과거 석탄 발전소 부지나 원자력 발전소 부지를 검토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이미 뮌헨주권형 산업 AI 클라우드를 발표했으며, GPU 1만 개를 배치해 독일 내 GPU 용량을 50% 증설했다고 밝혔다.

SAP는 직접투자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AI 기가팩토리와 관련해 운영자 또는 투자자 역할을 모색하지는 않는다”

고 선을 그었다. 다만 “기술·소프트웨어 공급자로서 강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SAP의 Delos 주권 클라우드는 현재 AI 워크로드용 GPU 4,000개를 제공한다. 프랑스 다쏘시스템아웃스케일(Outscale)SecNumCloud 3.2 인증을 획득하고, 부윅 텔레콤방크 데 테리투아르와 함께 넘스팟(NumSpot) 프로젝트에 합류해 공공부문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UBS는 2024년 유럽 IaaS 시장 370억 달러 가운데 주권 클라우드 비중이 약 40억 달러 수준으로 아직 작지만, AI 인프라 수요새로운 자금조달 체계가 결합되며 성장세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UBS는

“AI의 진전은 데이터의 전략적 가치에 대한 인식을 높였다”

며, 디지털 주권이 더 이상 규제 이슈에 그치지 않고 산업 전략의 최우선 과제로 부상했다고 강조했다.


용어 설명과 배경 이해참고

주권 클라우드: 특정 국가나 지역의 법·정책 아래에서 데이터 위치, 접근, 운영을 통제하는 클라우드 모델을 뜻한다. 가트너 정의에 따르면 유럽 관할권 내에서 데이터·운영·기술적 통제를 보장하는 서비스를 지칭한다. 이는 해외 법 집행이나 외부 관할권의 개입 위험을 낮추는 것에 초점을 둔다.

IaaS(인프라형 서비스): 기업이 서버·스토리지·네트워킹 등 핵심 인프라를 클라우드로 임대해 사용하는 모델이다. 사용자는 애플리케이션과 데이터에 집중하고, 물리 인프라 운영은 클라우드 사업자가 담당한다.

AI 기가팩토리: 기사 맥락에서 대규모 AI 학습·추론을 위한 연산 인프라를 대량 탑재한 시설을 의미한다. 고급 GPU와 고성능 네트워크, 전력·냉각 설비가 결합된다. EU 계획상 각 대형 기가팩토리는 10만 개 이상의 고급 프로세서를 목표로 한다.

GPU(H100 등): 병렬 연산에 특화된 칩으로, 대규모 AI 모델 학습·추론의 핵심 부품이다. 엔비디아 H100은 현 세대 AI 가속기 중 대표적 아키텍처로, 고대역폭 메모리와 고속 상호연결을 특징으로 한다.

주요 규제(GDPR·EU 데이터법·유럽 데이터 거버넌스법): GDPR은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이동·처리를 엄격히 규제한다. EU 데이터법은 산업 데이터 접근·공유 규칙을 정립하고, 데이터 거버넌스법은 공공·민간 데이터의 신뢰 기반 재이용 프레임워크를 제공한다. 이들은 데이터 주권과 보안을 강화하면서, 기업이 지역 내 통제 가능한 클라우드를 선호하도록 유도한다.


전망과 시사점

이번 EU 이니셔티브는 전력·용수·냉각 등 인프라 기초자원의 병목을 함께 해결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도이체 텔레콤의 발언처럼 석탄·원전 부지 같은 갈색지대(brownfield) 자산의 재활용전력 접근성과 수자원을 동시에 확보하는 현실적 선택지다. 다만 UBS가 지적했듯 격리형·관리형 클라우드의 비용 프리미엄(10~20%)은 사업자·수요자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격차는 보조금(최대 35%)규모의 경제가 결합될 때 점진적으로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가트너의 전망(주권 클라우드 비중 2028년 47%)이 현실화하려면, 표준·인증(예: SecNumCloud 3.2)과 생태계 파트너십(통신·소프트웨어·전력·금융)이 촘촘히 맞물려야 한다. 이번에 확인된 IONOS–HOCHTIEF, 도이체 텔레콤–SAP–엔비디아–RWE 축은 바로 그 방향성을 보여준다. 또한 공공부문 수요를 사실상 내수기반으로 편입하려는 넘스팟 같은 프로젝트는 안보·주권·규정 준수를 우선하는 유럽 특유의 수요를 공략한다.

궁극적으로 디지털 주권은 규제 준수의 문제를 넘어, AI 경쟁력과 산업정책의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데이터 위치·접근·처리의 통제권을 자국 또는 지역이 확보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클라우드 아키텍처와 투자 흐름이 유럽 중심형으로 재배치되는 조짐이다. 단기적으로는 비용과 인프라 제약, 프로젝트 승인 리드타임이 병목이 되겠지만, AI 인프라 수요 확대공공·민간의 공동 투자가 맞물리며, 주권 클라우드의 전략적 비중은 한층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