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미·EU 관세 합의에 ‘일몰조항·조건부 승인’ 검토

브뤼셀 — 유럽의회가 미·EU 관세 합의미국 측 양보시한 설정에 연동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무역 갈등을 다시 고조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다.

2025년 11월 4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이번 논의는 유럽의회 무역위원회에서 본격화됐으며 합의 승인 과정에서 조건부·한시적 승인을 제도화할지를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현 합의안은 미국이 EU산 제품 전반에 일괄적으로 15%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EU는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다수의 관세를 철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합의가 발효되기 위해서는 유럽의회와 EU 회원국 정부의 승인이 모두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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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에서 해당 사안을 총괄하는 베른트 랑게(Bernd Lange) 무역위원장은 위원회에 다섯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핵심은 18개월 ‘일몰조항’을 두고, 특정 품목에서 미국산 수입 급증이 발생할 경우 신속 대응할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성격의 조치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랑게 위원장은 특히 유아용 분유 생산업계가 관세 불균형으로 인해 미국산 저가 물량이 단기간에 유입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합의 구조상 EU가 관세를 더 많이 철폐하는 반면, 미국은 포괄적 15% 부과를 유지하는 비대칭성에서 비롯된다는 설명이다.

독일 사회민주당(SPD) 소속이자 무역위원장을 맡고 있는 랑게 위원장은 또, 합의 타결 이후인 8월에 미국이 도입한 50% 관세의 철회를 요구했다. 해당 조치는 풍력 터빈, 오토바이407개 품목에 대해 ‘금속 함량’을 기준으로 관세를 매기도록 설계돼 있어, 철강·비철금속 부품을 포함한 복합 제품에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다.

랑게 위원장의 구상에 따르면, EU는 미국이 위 50% 관세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해당 미국산 품목에 대한 EU 측 관세를 유지한다. 다시 말해, 미국이 8월 도입 50% 관세를 철회하거나 조정해 해결책이 마련되기 전에는 EU가 일방적으로 관세를 내리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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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는 1월 말에야 관련 계획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지만, 이번 주 화요일 회의에서는 극우에서 급진좌파에 이르기까지 다수 의원이 현 합의에 불만을 표시했다. 상당수 의원은 일몰조항과 세이프가드 조항의 추가합의 정지(suspension)를 보다 쉽게 발동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하자는 데 지지를 보냈다.

향후 유럽의회와 EU 회원국 정부는 단일 문안을 도출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해야 하며, 업계와 시장이 주목하는 최종 승인내년 3~4월께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이번 체계적 합의(framework agreement)를 직접 협상했으며, 현 상황에서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의 합의’라고 평가했다. 집행위는 대안으로 거론되는 미국의 30% 관세무역을 심각히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집행위 관계자는 의원들에게 이번 합의가 ‘안정성과 확실성’을 보장했다고 강조했다. 또 집행위는 워싱턴을 향해 금속 제품에 대한 관세를 15%로 제한할 것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핵심 쟁점: 일몰조항과 세이프가드

일몰조항(sunset clause)은 합의 또는 법률의 효력이 일정 기간 후 자동 종료되도록 정하는 조항을 의미한다. 이번 논의에서 제시된 18개월은 합의의 성과와 시장 영향, 상대국 준수 여부를 점검한 뒤 연장·수정·종료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검증의 시간으로 기능한다. 이는 상호주의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을 경우 EU가 손쉽게 정지 또는 재협상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장치가 된다.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는 특정 품목의 수입 급증으로 인해 역내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입거나 피해 우려가 있을 때, 한시적으로 관세 인상·쿼터 도입 등을 허용하는 무역구제 수단이다. 랑게 위원장이 언급한 ‘유아용 분유’ 우려는 바로 이 급격한 수입 유입을 사전에 제어할 수 있는 방화벽을 요구하는 취지로 해석된다.


절차와 시간표: 승인까지의 경로

이번 미·EU 관세 합의유럽의회EU 회원국 정부이중 승인을 거쳐야 한다. 의회 단계에서는 무역위원회 심의를 바탕으로 본회의 표결이 진행되며, 1월 말 표결이 예고돼 있다. 이후 회원국 정부(각료이사회)와의 공동 문안 협상을 통해 최종 승인에 도달하는데, 3~4월 최종 타결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다만, 화요일 회의에서 드러난 광범위한 회의론극우에서 급진좌파까지 포괄—은 문안에 조건·보완 장치가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는 합의의 가변성을 높이는 한편, 워싱턴과의 재교섭 리스크도 동시에 증폭시킬 수 있다.


미국 측 조치: 15% 일괄과 50% ‘금속 함량’ 관세

합의 원안에 따르면 미국은 EU산 전반에 15% 관세를 부과한다. 그런데 합의 이후8월 미국은 금속 함량을 기준으로 풍력 터빈, 오토바이 등 407개 품목50% 관세를 신설했다. 이는 철강·알루미늄 등 금속재가 포함된 복합 제조품의 실효 관세 부담을 크게 키울 수 있는 설계다. 랑게 위원회 계획은 해당 50% 조치의 철회가 이뤄지기 전까지 EU가 상응 관세를 유지하는 대응을 담고 있다.

집행위는 의원들에게 ‘이번 합의는 안정성과 확실성을 제공했다’고 강조했으며, 미국의 금속 제품 관세를 15%로 제한할 것을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외교적 맥락: 갈등 재점화 가능성

유럽의회가 일몰조항세이프가드를 전제로 한 조건부 승인을 고수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추가 요구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경우 양측은 관세 조정·예외 인정·절차 간소화를 둘러싼 재협상 압박에 직면할 수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합의 발효 지연불확실성 확대가 불가피하다.

반대로, 집행위가 강조하듯 현 틀을 유지하면 30% 관세라는 최악의 대안은 피할 수 있다. 결국 EU 내 정치적 합의워싱턴의 유연성이라는 두 축이, 시장 접근성공급망 안정 사이의 균형을 어디에 둘지를 가를 관건으로 보인다.


용어 해설 및 독자 안내

일몰조항: 협정이나 법률이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효력을 잃는 조항이다. 보통 성과 점검재승인(연장) 절차를 동반한다.

세이프가드: 특정 품목 수입이 급증해 국내 산업에 심각한 피해가 우려될 때 한시적 관세 인상이나 수입할당제(쿼터)를 도입해 충격을 완화하는 제도다.

금속 함량 기준 관세: 제품의 금속 부품·소재 비중을 산정해 관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복합 제품의 경우 부품 구성·원재료 원산지 등 산정이 복잡해 행정비용 증가예측 가능성 저하 문제가 빈번히 지적된다.


전망

유럽의회는 1월 말 표결, EU 정부와의 3~4월 최종 승인 목표를 염두에 두고 있다. 다만 일몰·세이프가드·정지 요건을 둘러싼 조율이 관건이며, 8월 50% 관세의 처리 여부가 정치적 마찰의 핵심 고리로 남아 있다. 집행위가 강조한 ‘안정성과 확실성’을 유지하려면 워싱턴의 15% 상한 수용 여부가 중요하다. 결과적으로, 이번 합의는 시장 접근 확대역내 산업 보호라는 양대 목표 사이에서 정교한 균형을 시험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