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 — 유럽연합(EU)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최신 외교 동향을 공유하고 향후 전략을 조율하기 위해 20일(화) 오후 화상 정상회의를 연다.
2025년 8월 1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안토니우 코스타(Antonio Costa) 유럽이사회 의장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화요일 13시(중부유럽 하계시간·CEST)에 화상회의를 소집한다”고 공지했다. 그는 “미국과 함께 EU는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핵심 안보 이익을 수호하는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해 계속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주 워싱턴 D.C.에서 진행된 주요 미·EU 고위급 우크라이나 관련 협의 결과를 공유하기 위한 후속 조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방어·재건 지원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초당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으며, EU 측은 나토(NATO)·G7 파트너들과의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 용어 풀이 및 배경 설명
① 중부유럽 하계시간(CEST)은 협정세계시(UTC)보다 2시간 빠른 시간대로, 매년 3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유럽 대부분 국가가 채택하는 서머타임 제도다.
② 유럽이사회(European Council)는 27개 회원국 정상들이 모여 EU의 최우선 정책 아젠다와 전략적 방향을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의장은 회원국 정상들 가운데 선출되며, 현재는 전 포르투갈 총리였던 안토니우 코스타가 맡고 있다.
이번 회의는 공식적으로는 ‘비공식 긴급정상회담(Informal Videoconference)’ 형태로 열리며, 각국 정상은 자국 수도 또는 휴양지에서 안전 암호화 통신망을 통해 접속한다. EU 고위 외교관들은 “*화상 형식이라 해도 법적 효력은 일반 정상회의와 동일하다”면서 정책적 구속력을 갖는 합의문 채택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전문가 시각
“EU가 미 의회와 백악관이 내놓을 추가 군사·재정 지원 패키지 규모를 면밀히 검토한 뒤 공동 메시지를 정비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 대서양 파트너십을 과시하면서도, 우크라이나 전황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장기 지원 피로감(fatigue)’을 해소할 설득 논리가 필요하기 때문” — 브뤼셀 소재 싱크탱크 CEPS 연구원 마리 드호프트(Marie Dehoft)
유럽연합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최소 850억 유로(한화 약 123조 원) 규모의 재정·군사·인도적 지원을 제공해 왔다. 특히 ‘우크라이나 지원기금(EPF)’을 통해 고정익 무기·탄약·의료장비를 조달하고 있으며, 올해 초에는 유럽방위산업을 동원해 12개월 내 100만 발의 포탄을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국 내에서는 인플레이션과 높은 에너지 비용, 국방 예산 압박 등으로 국내정치적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 화상회의는 ‘연대 지속 의지’를 대외적으로 재천명함으로써 내부 반발을 완화하고, 10월 예정된 정례 정상회의(European Council summit) 의제를 사전 정리하는 장치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경제·시장 영향
EU 27개국의 추가 재정 투입 여부는 유럽 국채금리와 통화정책에도 직·간접적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 이미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는 전주 대비 6bp 상승했고, 유로화는 달러 대비 1.095선에서 제한적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이 내달 금리 동결을 선택하더라도, 우크라이나 지원비용 확대가 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 우려를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코스타 의장의 메시지 재해석
코스타 의장은 포르투갈 총리 시절 재정지출 확대를 지렛대로 경제 성장을 견인해 ‘포르투갈 기적’ 평가를 받은 인물이다. 그는 이날 X 게시물에서 “함께(together)”라는 표현을 3차례 반복하며 “단합(unity)”을 강조했다. 이는 지난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포퓰리즘 세력이 약진한 뒤 일부 회원국이 보여준 ‘우크라이나 지원 회의론’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EU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회의 안건에는 ① 미국·영국 등 파트너와의 군사 생산 네트워크 연계 방안 ②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 펀드 가동 시점 ③ 러시아 자산 동결분 활용 방안 ④ 농산물 물류 회랑 확보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러시아 중앙은행 해외 동결 자산’ 문제는 국제법, 투자자 보호 조항, 신뢰도 측면에서 첨예한 논쟁을 예고한다.
기자 해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유럽 정상들은 이번 화상회의에서 대외 결속 이미지를 우선 부각하려 한다. 그러나 구체적 재원 조달 방식을 둘러싼 국익 충돌은 피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필자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가 시장·정치·사회 전 영역에 스며들면서, ‘지원 지속 가능성’이 결국 거버넌스 개혁과 재정 규율 문제로 귀결될 것이라 판단한다. 예컨대 EU 산하 ‘안보·방위 전용 예산’을 신설하거나, 유로존 공동채권 논의를 재가동할 가능성이 있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첫째, 미국 대선 정국에서 초당적 우크라이나 지원 법안이 무난히 통과할지 여부다. 둘째, EU가 2025년 예산 협상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특별기금’을 얼마나 증액할지다. 본 회담 결과는 21일 새벽(한국시간) 공동성명 형태로 발표될 예정이며, 시장은 성명 속 언어 강도(tough wording)와 구체적 숫자(지원액·타임라인)에 주목할 전망이다.
결국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 안보 구조를 재편하는 시험대로 작용하고 있다. 내·외부 압력이 맞물리는 복합 위기 상황에서 EU가 ‘전략적 자율성’을 실현해낼 수 있을지, 이번 화상회의가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