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레버, 아이스크림 사업 ‘매그넘’ 연내 분리 상장…재무 구조 영향은 제한적

유니레버(Unilever)가 아이스크림 사업부를 떼어내 ‘매그넘(Magnum)’을 별도 상장한다. 이번 결정은 최근 몇 년간 회사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구조조정 가운데 하나로 평가되며, 글로벌 소비재 시장의 지형을 바꿀 잠재력을 내포한다.

2025년 9월 1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유니레버는 오는 11월 중순까지 매그넘을 분사·상장한다는 로드맵을 공식화했다. 회사는 이미 준비 절차를 마무리 단계에 올려놓았으며, 규제 승인·세부 절차만 남겨둔 상태다. 이번 분사는 2024년 유니레버 전체 매출의 약 13%, EBITDA(세전·이자·감가상각 전 이익)의 10.5%, EBIT(영업이익)의 9%가 연결 재무제표에서 빠지는 것을 의미한다.

바클레이즈(Barclays)의 분석에 따르면, 매그넘 분리 후 유니레버의 프로 포르마(pro forma) EBIT 마진은 약 100bp(1.0%p) 개선될 전망이다. 이는 계절적 변동이 큰 아이스크림 부문이 빠짐으로써 실적 변동성이 완화되고, Beauty & Wellbeing 등 고마진 카테고리에 경영 자원이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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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레버는 매그넘 지분의 20% 미만을 최대 5년간 보유한 뒤 단계적으로 매각할 방침이다. 바클레이즈는 “매각 대금은 질서 있게 처분돼 그룹 순부채(net debt)를 줄이며 자본 유연성을 유지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시에 매그넘이 취득하는 차입금 중 상당 부분이 ‘특별배당(special dividend)’ 형식으로 유니레버에 귀속돼 차입 상환에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레버리지(leverage) 지표도 큰 변동이 없다. 분사 이후 유니레버의 레버리지는 약 2배(2x) 수준을 유지해, 현재의 신용등급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매그넘은 13억 유로 규모의 EBITDA와 38억 유로 총부채를 감안할 때 순레버리지가 약 2.4배로 출발한다. 무디스(Moody’s)는 매그넘에 Baa2 등급을, S&P는 BBB를 각각 부여했다.

한편, 유니레버는 2027~2028년에 만기 도래하는 34억 유로 규모의 ‘마추리티 타워(maturity tower)’를 보유하고 있다. 바클레이즈는 “매그넘 매각 대금 일부를 활용하면 차환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유니레버가 레버리지 2.0배를 달성하려면 약 15억~20억 유로 수준의 부채만 감축해도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매그넘 분사는 스프레드(회사채 가산금리)에 중대한 변화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유니레버의 신용등급과 레버리지 목표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 바클레이즈 보고서 중

실적 지표를 살펴보면, 유니레버는 최근 반기(1~6월) 매출이 301억 유로로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다. 파워 브랜드(Power Brands)가 전체 매출의 75% 이상을 견인했다. 그러나 EBIT는 48억 유로4.8% 감소했고, 마진은 19.3%로 하락했다. 브랜드 투자 확대와 아이스크림 분리 비용이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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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간 잉여현금흐름(FCF)11억 유로로 감소했으며, 순부채264억 유로로 늘어 레버리지가 2.1배에 도달했다. 그럼에도 회사는 연간 가이던스로 3~5%의 기초 매출 성장, 마진 개선, 레버리지 2배 수준 유지를 재확인했다.

매그넘의 독립 가치는 상당하다. 2024년 예상 매출은 79억 유로, 글로벌 소매시장 점유율은 21%로 아이스크림 단일 기업 최대 규모다. 다만 저온 유지가 필요한 공급망 특성상 유사 소비재 업체 대비 마진이 낮다. 신용평가사들은 브랜드 경쟁력과 지역·제품 다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계절성원자재 가격 변동 노출이 한계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EBIT, EBITDA, 레버리지란? EBIT는 영업활동에서 발생한 이익(매출–영업비용)을, EBITDA는 여기에 감가상각·무형자산상각을 더한 것이다. 레버리지는 총차입금 대비 EBITDA 배수로, 통상 2배 이하는 보수적인 재무 구조로 평가된다. 본 건에서 유니레버는 2배 내외를 유지해 ‘A급’ 신용도를 방어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투자자 관점에서의 시사점: 글로벌 식음료·개인용품 산업은 규모의 경제와 브랜드 파워가 중요하다. 유니레버처럼 저성장 사업을 과감히 분리해 고마진 카테고리에 집중하는 전략은, 한국 대기업들의 ‘선택과 집중’ 움직임과도 방향성이 같다. 아울러 매그넘이 독립 상장 후 M&A 타깃이 될 가능성, or 유니레버가 확보한 현금을 자사주 매입·배당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시장의 관심사다.

바클레이즈는 “유니레버의 유로화 채권은 PEP(펩시코), KO(코카콜라) 등 동일 신용등급 종목과 유사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현재 밸류에이션은 공정하다”고 평가했다. 이는 매그넘 분사가 스프레드 확대를 촉발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종합하면, 매그넘 분리는 유니레버에 마진 개선사업 포트폴리오 슬림화라는 전략적 이점을 제공하지만, 재무 구조·신용등급 측면에선 제한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매그넘은 세계 최대의 순수 아이스크림 상장사가 되지만 계절성과 공급망 비용이라는 구조적 과제를 안고 출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