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이티드항공(United Airlines)의 최고경영자(CEO) 스콧 커비(Scott Kirby)가 파산보호 절차에 들어간 스피리트항공(Spirit Airlines)의 자산이 시장에 나오더라도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2025년 9월 16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커비 CEO는 뉴저지주 뉴어크 리버티 국제공항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스피리트항공의 항공기, 슬롯(slot·공항 이착륙 허가), 노선은 유나이티드항공의 전략과 맞지 않는다”며 “따라서 해당 자산을 검토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스피리트항공은 지난달(2025년 8월) 1년 만에 두 번째로 파산보호(챕터 11)를 신청했다. 회사 측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네트워크와 보유 기단을 축소할 예정이어서, 다수의 항공기와 공항 슬롯, 노선이 매물로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커비 CEO는 “스피리트항공의 항공기를 유나이티드항공 사양에 맞게 개조하려면 대당 1,500만 달러와 2∼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경제성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우리의 영역(Weelhouse)이 아니다.” – 스콧 커비 CEO
커비 CEO는 특히 플로리다주 포트로더데일(Fort Lauderdale) 등 스피리트항공 주력 시장에서는 유나이티드항공이 사용할 수 있는 게이트 수가 충분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 시장에 나와 있는 자산으로는 유나이티드항공이 원하는 규모의 허브를 구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저가항공사(LCC)의 생존 가능성 논쟁
커비는 그동안 초저가항공(ULCC) 모델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그는 지난주에도 스피리트항공의 생존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일부 사업 모델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저가 항공권 시대가 끝난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그는 “미국 시장에는 여전히 많은 저비용 경쟁자가 존재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반박했다.
저가항공이란?
저가항공(Low-Cost Carrier, LCC)은 기내 서비스 축소, 좌석 간격 최소화, 부가 서비스 유료화 등을 통해 운영비를 절감하고 항공권 가격을 낮추는 사업 모델을 의미한다. ULCC(Ultra Low-Cost Carrier)는 이보다 더 철저하게 비용을 통제해 최저가 항공권을 제공하지만, 유가 변동·시장 침체·과당 경쟁에 특히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나이티드–제트블루 제휴와 인수합병(M&A) 가능성
유나이티드항공은 최근 제트블루항공(JetBlue Airways)과 마일리지 상호 적립·사용 제휴를 체결하며 협력 범위를 넓혔다. 이번 제휴로 유나이티드는 2022년 철수했던 뉴욕 존 F. 케네디(JFK) 공항 슬롯도 일부 확보한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장기적으로 양사 합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거론하지만, 커비 CEO는 “현재 제휴만으로도 고객 가치가 크다”며 “굳이 합병이라는 고통을 감수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조종사 대규모 채용·기단 현대화 계획
보잉(Boeing)의 항공기 공급이 정상화되면서 유나이티드는 2026년 말까지 2,500명의 신규 조종사를 채용할 예정이다. 아울러 회사는 올해 하반기 중 에어버스 A350 기종 도입 여부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유나이티드는 현재 A350-900 45대를 주문해 놓았으나, 발주 시점을 여러 차례 늦춰 왔다. 업계에서는 노후 기재인 보잉 767·777을 대체하기 위해 A350 확정 또는 다른 기종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 및 투자자 관점에서의 함의
전문가들은 유나이티드항공이 스피리트항공 자산을 배제함으로써 초저가 사업 모델과의 결별을 더욱 분명히 했다고 해석한다. 동시에 제트블루와의 협력·파이롯 채용 확대·장거리 기재 도입 같은 프리미엄 및 국제 네트워크 강화 전략이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중장거리 국제선 수요 회복이 본격화되는 시점과 맞물려, 향후 2~3년간 유나이티드항공의 수익 다변화와 시장 점유율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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