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차세대 비만 치료제 알약 가격도 웨고비·젭바운드와 유사할 것

미국 비만 치료제 시장 가격전쟁, 주사제 이어 알약으로 확전


글로벌 제약사 Eli LillyNovo Nordisk가 2026년까지 미국 시장에 출시할 예정인 비만 치료용 경구제(알약)의 가격이 기존 주사제 ‘웨고비(Wegovy)’와 ‘젭바운드(Zepbound)’ 수준으로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월가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2025년 8월 18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두 회사 모두 아직 공식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애널리스트와 기관투자자들은 “약가가 주사제와 동일하거나 소폭 낮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이는 ‘신약은 기존 약보다 비싸게 책정한다’는 전통적 관행과는 다른 행보다. 현재 미국 내 웨고비·젭바운드 주사제의 리스트 가격(list price)은 월 1,000달러 안팎이며, 보험을 사용하지 않고 현금 결제를 선택하는 소비자에게는 월 499달러(약 66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주요 데이터 및 비교

• 웨고비(Wegovy) – 주 1회 주사, 평균 체중 감량 15%
젭바운드(Zepbound) – 주 1회 주사, 평균 체중 감량 최대 21%
오르포글리프론(orforglipron·Lilly) – 1일 1회 복용, 72주 후 평균 체중 감량 12.4%
경구 세마글루타이드(oral semaglutide·Novo Nordisk) – 1일 1회 복용, 평균 체중 감량 15%

GLP-1은 ‘Glucagon-Like Peptide-1’의 줄임말로, 식욕을 억제하고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호르몬이다. 최근 비만·당뇨 치료제의 핵심 타깃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체중 감량 효과가 뛰어나 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다.


가격 책정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

UBS 애널리스트 Trung Huynh “경구제 효능이 주사제보다 낮기 때문에 가격이 오히려 조금 더 낮아질 수 있다.”

TD Cowen의 Michael Nedelcovych 애널리스트 역시 노보 노디스크의 알약이 웨고비와 비슷한 수준에서 출시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당뇨병 치료제 ‘리벨서스(Rybelsus·경구제)’가 주사제 ‘오젬픽(Ozempic)’과 동일 가격으로 판매된 사례를 근거로 제시했다.

시장조사기관 TD Cowen은 2030년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이 1,500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 가운데 경구제가 ‘10%대 중반’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주사제 대비 제형 선호도, 보험 급여 범위가 관건


현금 결제 시장 확대와 정치권 압박

미국 성인 인구의 40%가 비만으로 분류되는 가운데, 소비자·의료진·보험사는 약가 인하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양당 의원들도 제약사에 “가격을 내려라”고 공개 압박을 가한 바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2024년 도입한 자체 온라인 약국 ‘NovoCare’를 통해 미국 내 현금 결제 고객을 직접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전략은 보험 적용 여부와 무관하게 소비자 접근성을 높여 매출 기반을 다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공급망과 제조 비용: ‘규모의 경제’가 승부처

Bahl & Gaynor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Kevin Gade는 “시장 확대는 결국 ‘규모(scale)와 가격(price)’ 싸움”이라며, 초기 물량 확보 여부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사제 품귀를 틈탄 저가 ‘복제조합(compounded)’ 제품이 2023~2024년 미국 시장을 잠식한 전례는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노보 노디스크 알약은 웨고비 최고용량 주사제보다 75배 많은 유효성분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 물류·공급망 부담을 가중시킨다.

엘리 릴리는 2026년 출시를 목표로 8억 850만 달러 규모의 오르포글리프론 재고를 이미 구축했고, 노보 노디스크도 수십억 달러를 투입해 세마글루타이드 생산라인을 확충 중이라고 밝혔다.


매출 전망과 투자 포인트

로이터 집계 분석가 추정에 따르면, 오르포글리프론의 연 매출 최대 전망치는 당초 300억 달러에서 100억 달러 수준으로 하향 조정됐다. 반면 HSBC는 노보 노디스크 알약의 피크 세일즈를 150억 달러로, Barclays는 10억 달러로 각각 예측해 견해 차이가 극명하다.

필자는 ‘현금 결제 시장(Cash-Pay Market)’의 성장세에 주목한다. 주사제와 유사한 가격이더라도 주삿바늘 공포(needle phobia)를 해소하고 매일 복용하는 ‘습관화 효과’를 제공한다면, 소비자 충성도와 장기 복용률이 오히려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매출 안정성과 생산 가동률이 개선될 것이며, 주사제 공급 병목에 따른 수요 전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경구제 효능이 주사제보다 낮고, 복용 편의성에도 불구하고 ‘약효-가격-안전성’ 삼박자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는 점이 변수로 남는다. 특히 GLP-1 계열 약물은 위장관 부작용(오심·구토) 등 안전성 이슈가 있어, 장기 복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보험 급여 결정이 관건이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설명

• GLP-1: 식욕을 억제하고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장(腸) 유래 호르몬으로, 혈당 조절과 체중 감소에 관여한다.
• 리스트 가격(List Price): 제조사가 책정한 공식 출고가로, 실제 환자 부담액은 보험·할인 고지 등에 따라 달라진다.
• 복제조합(compounded drug): 시중 의약품을 점(약국)이 재조합해 판매하는 맞춤형 제제. FDA의 대규모 임상·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아 가격이 저렴하지만 품질·안전성 우려가 존재한다.


결론적으로, 월가의 시선은 ‘경구 GLP-1’이 기존 주사제 시장을 대체하기보다는 보완적 역할을 하며 중·장기적으로 100억~150억 달러 규모의 추가 매출을 창출할 것으로 모아지고 있다. 가격 책정, 초기 물량, 보험 적용이라는 세 변수가 향후 시장 판도를 결정할 핵심 요소로 부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