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잭슨홀 연준 심포지엄에 집중…금리 인하 신호 촉각

미국 월가가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연차 정책 심포지엄에 시선을 고정했다. 투자자들은 이번 행사에서 제롬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 경로에 대해 어떤 단서를 제시할지 주목하며, 그 결과가 뉴욕증시를 또다시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를 가늠하고 있다.

2025년 8월 17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올해 잭슨홀 회의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엇갈린 신호를 보낸 직후 개최된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광범위한 수입 관세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시장이 해석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번 심포지엄의 하이라이트는 22일(현지시간) 금요일로 예정된 제롬 파월 의장의 연설이다. 이번 주는 중요한 거시 지표 발표가 적어 파월 의장의 발언이 사실상 유일한 단서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주 연달아 발표된 경제 지표는 소비심리와 고용시장이 여전히 견조함을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일부 투자자들은 파월 의장이 잭슨홀에서 예상보다 매파적(hawkish)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을 우려한다. 이는 최근 몇 주간 ‘곧 단행될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 덕분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증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중요한 변곡점에 서 있다. 시장은 파월 의장이 도비시(dovish)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만약 반대로 등장해 ‘총구를 겨눈 듯한’ 매파적 발언을 쏟아내면 큰 충격이 올 수 있다.” — 스티븐 소스닉(IBKR 시장전략가)

선물시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올해 안에 0.25%포인트(p)씩 최소 두 차례 추가 인하하고, 첫 인하는 9월 중순 회의에서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을 여전히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저금리 기대감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주택 건설·경기 민감·산업·소재 업종은 최근 랠리의 주역이다. 모건스탠리 애셋매니지먼트의 앤드루 슬림먼 이사는 “결국 관건은 주택건설주와 경기순환주”라며 “시장금리가 내려가면 이들 종목이 가장 크게 탄력받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PulteGroup, Lennar, D.R. Horton 등 미국 대표 주택건설사 주가는 지난주 4.2%~8.8% 상승하며, 같은 기간 S&P500지수(1%) 상승률을 크게 앞질렀다. 지난 한 달간 이들 종목은 15%~22% 급등했고, 같은 기간 S&P500은 3.3% 오르는 데 그쳤다.

그러나 10년물 국채 수익률의 최근 반등은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 하락세 지속 여부에 물음표를 던진다. 모기지 금리 하락이 멈추거나 반등하면 주택건설주의 추가 랠리는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슬림먼 이사는 “주택건설주가 이렇게 올랐다는 건 시장이 연준의 인하를 거의 기정사실로 본다는 뜻”이라며 “만약 잭슨홀에서 그 기대가 꺾이면 매도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 안정 유지를 위해 파월 의장은 ‘골디락스(경기가 과열되지도 침체되지도 않은 이상적 상태)’ 시나리오를 강조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애시윈 알랑카(제니스 헨더슨 글로벌 자산배분 책임자)는 “경제가 대규모 부양을 필요로 한다고 말하면 시장이 오히려 공포에 빠질 수 있다”고 평가한다.

투자 심리 변화 조짐도 감지됐다. 맥쿼리 그룹의 티에리 위치만 글로벌 외환·금리 전략가는 “불과 하루 전만 해도 ‘메가(mega) 인하’ 얘기가 돌았지만, 이제는 9월 도비시 인하 정도로 현실화됐다”고 분석했다.

추가적으로, 올해 들어 Cboe 변동성 지수(VIX)가 연중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고, 2분기 실적시즌도 막을 내리면서 시장 변동성 촉발 요인이 파월 발언밖에 남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버거 버먼의 제프 블라젝 공동 최고투자책임자는 “캘린더가 점점 조용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가장 큰 위험은 최근 ‘무적(無敵)’에 가까웠던 낙관론이라는 분석도 있다. IBKR의 소스닉은 “행사를 앞두고 우리가 자만할수록 시장이 뒤흔들릴 가능성은 커진다”고 경고했다.


■ 용어·배경 설명*

* 잭슨홀 심포지엄: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주최하는 연례 정책 회의로, 전 세계 중앙은행 총재·경제학자·시장 관계자들이 모여 거시 경제·통화정책을 논의한다. 파월 의장 연설은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빅 이벤트’로 통한다.

* FOMC: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 기구(12명)로, 기준금리(연방기금금리) 및 자산매입 프로그램 등을 결정한다.

* 도비시·매파: ‘비둘기파(dovish)’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선호해 금리 인하·유동성 공급에 우호적인 입장을 뜻한다. ‘매파(hawkish)’는 반대로 물가 안정에 방점을 찍어 금리 인상·긴축에 무게를 둔다.

* 골디락스 경제: 인플레이션도, 경기 침체도 아닌 ‘적당히 따뜻한’ 경제 상태를 일컫는 비유적 표현이다.

* Cboe 변동성 지수(VIX): S&P500 옵션 가격을 기반으로 산출되는 ‘공포 지수’로, 수치가 낮을수록 시장 안정·낙관을, 높을수록 변동성·불안을 의미한다.

이상으로, 잭슨홀 행사를 앞둔 뉴욕 증시의 기대와 긴장이 교차하는 가운데, 시장 참가자들은 파월 의장의 한마디 한마디에 일제히 귀를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