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인텔·엔비디아 ‘깜짝 동맹’에 엇갈린 평가…“역사적이지만 의문점도 산적”

■ 인텔–엔비디아 동맹의 전격 발표

인텔(NASDAQ: INTC)과 엔비디아(NASDAQ: NVDA)가 5억 달러(약 6조 7,000억 원)에 달하는 지분투자와 차세대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 공동 개발을 포함한 전략적 협력을 발표하자, 월가 주요 증권사가 일제히 보고서를 내고 평가에 나섰다.

2025년 9월 1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두 회사는 서버·PC 양 세그먼트 모두에서 기술 로드맵을 공유하고, 엔비디아의 NVLink 인터커넥트를 인텔의 x86 생태계로 확장한다는 중장기 로드맵을 공개했다. 특히 엔비디아는 이같은 협력의 일환으로 인텔 지분을 매입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명문화했다.

이번 발표는 양사가 기존에 구축해 온 Arm·x86 아키텍처 간 ‘벽’을 허무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엔비디아는 내부적으로 Arm 베이스 ‘그레이스(Grace)’ CPU를 통해 풀스택 컴퓨팅 전략을 펼쳐 왔고, 인텔은 자체 파운드리(IPF) 사업을 육성하며 ‘탈(脫) 파운드리 의존’을 모색해 왔다. 그럼에도 두 회사가 손을 맞잡은 배경에는 AI·고성능컴퓨팅(HPC) 시장 주도권이라는 공통 목표가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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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억~50억 달러 신규 매출 기회” vs “효과는 제한적”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고객 메모에서 이번 합의를

“잠재적으로 연간 250억~500억 달러 규모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역사적 거래”

라고 규정했다. 구체적으로 엔비디아가 커스텀 인텔 x86 서버 CPU를 자사 랙 아키텍처에 통합하면, 이전까지 Arm 칩에만 의존하던 병목을 해소하고 주문형(ODM) 서버시장의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BofA는 또 인텔이 노트북용으로 ‘x86 RTX SoC’를 설계해 CPU·GPU 통합 패키지를 제공할 경우, 파트너 생태계가 다양화되면서 2027년 이후 PC 교체 수요의 최대 수혜주로 떠오를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대형 기술 협업은 실제 제품화까지 수년이 걸린다”며, 인텔 파운드리 사업부가 여전히 외부 고객을 유치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구조적 리스크로 지목했다.

모건스탠리(MS)는 보수적 시각을 유지했다. 보고서는 “인텔에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나 주가 변동성을 좌우할 ‘결정적 전환점’이 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적시했다. 이어 “엔비디아가 NVLink를 x86 시스템으로 확장하는 것은 기술 ‘해자(垓子·moat)’를 넓히는 조치”라면서도, 50억 달러 투자의 당위성에 대해선 “투자 관점에서 명확하지 않다”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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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스타인·씨티, 냉랭한 평가…“TSMC 이탈 없을 것”

반면 번스타인은 다소 회의적이다. 보고서는 “인텔이 엔비디아 맞춤형 x86 CPU를 생산한다지만, 이는 ‘인텔 파운드리’와는 무관한 계약”이라고 선을 그었다. 즉, 칩 설계는 인텔이 맡더라도 실제 제조는 대만 TSMC가 지속적으로 담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번스타인은 ““결국 50억 달러는 ‘현금’에 불과”라며, 이는 엔비디아가 TSMC 제조 공정에서 벗어나길 꺼리는 현실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만약 이번 협력으로 ‘그레이스 CPU’가 대체된다면 TSMC 매출이 1~2%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도, 미국 정부의 ‘탈(脫) 중국 공급망’ 압박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의 TSMC 선호도는 여전히 견고하다고 덧붙였다.

가장 부정적인 시각을 제시한 곳은 씨티(Citi)다. 씨티는 보고서에서 인텔 투자의견을 ‘중립(Neutral)’에서 ‘매도(Sell)’로 하향 조정했다. 그 근거로 “그래픽 성능이 향상돼도 AMD(NASDAQ: AMD) 대비 CPU 자체의 우위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시장 지배력 회복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주가는 선단공정(foundry) 사업 성공을 이미 반영하고 있는데, 우리는 성공 가능성을 ‘극히 낮다’고 본다”고 못 박았다.


■ 기술 용어 해설 및 시장 파급 효과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NVLink는 엔비디아가 직접 설계한 고대역 폭 칩 간 연결(Interconnect) 기술로, 다수의 GPU·CPU 사이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주고받게 해준다. x86은 인텔이 주도해 온 CPU 명령어 집합(ISA) 아키텍처이며, SoC(System on Chip)은 CPU·GPU·메모리 등 시스템 요소를 하나의 칩에 통합한 설계를 가리킨다. 파운드리는 반도체 설계(IP) 업체로부터 설계를 위탁받아 실제로 웨이퍼를 제조하는 공장·사업 자체를 의미한다.

인텔 IPF(Foundry Services)는 삼성전자·TSMC에 맞선 신규 외주제조 서비스로, CEO 팻 겔싱어가 “2030년 세계 2위 파운드리”를 목표로 공언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고객사 유치는 더딘 상태다. 반면 엔비디아는 TSMC의 4·5나노 공정에서 GPU를 대량 생산하며, 애플·퀄컴과 함께 최대 고객으로 꼽힌다.


■ 기자의 시각: ‘윈윈’ 구조냐, 시간 끌기용 카드냐

전문가로서 종합하건대, 이번 협력은 ‘GPU 절대강자’ 엔비디아‘CPU 전통 강호’ 인텔AI 시대 통합 플랫폼을 겨냥해 호흡을 맞추었다는 상징성이 크다. 그러나 실질적 성과를 내려면 최소 3~4년 이상의 연구·검증 주기가 불가피하다. 또한 제조 파트너가 여전히 TSMC에 집중될 경우, 인텔 IPF로의 물량 이전은 요원할 가능성이 높다.

“50억 달러는 ‘최소 비용으로 적을 친구로 만들기’라는 엔비디아 특유의 리스크 헤징 전략”

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기 모멘텀보다 중장기 로드맵의 이행 여부, 특히 파운드리 사업 안착x86·NVLink 호환 제품 출시 시점을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인텔 주가가 이미 ‘성공 프리미엄’을 선반영한 상황이라면, 씨티의 ‘매도’ 의견이 단기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AI용 데이터센터 폭발적 수요가 지속된다면, 엔비디아의 자본 투자와 기술 생태계 확장은 장기적으로 더 큰 방어막(moat)을 구축하게 된다. 이는 경쟁사 AMD·퀄컴이 각축을 벌이는 ‘이종(heterogeneous) 컴퓨팅’ 전선에서도 중요한 전략적 우위로 작용할 전망이다.

따라서 양사 협력은 ‘윈윈’으로 끝날 수도, 혹은 인텔에게는 ‘시간 끌기용 카드’로 귀결될 수도 있다. 최종 평가는 2027년 이후 실제 제품 라인업이 시장에 안착해 데이터센터·노트북 OEM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