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사상 최고에도 ‘미국 자산 우위’ 흔들…투자자들, 글로벌 분산 재고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투자자들은 미국 시장의 ‘절대 우위’가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달러 가치가 올해 들어 약 8% 하락하고,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미국 자산의 위험·보상 구조를 다시 따져보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2025년 8월 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연합(EU), 일본, 한국과 잇따라 무역 합의를 맺어 시장 심리를 일시적으로 되살렸지만, 투자자들은 ‘미국 자산 불패’ 신화에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달러 인덱스(DXY)가 연초 대비 8%가량 하락한 가운데, 미 정부 재정적자는 천문학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쌍둥이 적자’(무역·재정적자) 부담은 미국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를 잠식하고 있다.

“정부 부채의 상존(常存·언제나 존재함) 부담 때문에 달러 표시 자산이 전처럼 매력적이지 않다.” — 로리 하이넬(State Street Global Advisors 글로벌 CIO)


1. ‘American Exceptionalism’ 재조명

지난 10여 년간 투자자들은 American Exceptionalism—즉 ‘미국 민주주의·유동성·자본시장 규모의 우월성’—을 거의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관세(타리프)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브랜드 USA’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설문조사기관 CoreData가 5~6월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4조9,000억 달러를 운용하는 기관투자가 중 47%가 미국 비중을 전략적으로 축소한다고 응답했다.

American Exceptionalism 용어 해설
※ 미국의 민주주의, 법치, 혁신 능력, 자본시장의 깊이를 근거로 ‘미국에 투자하면 장기적으로 타국 대비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신념.

2. 관세(타리프) 불확실성

투자자들이 관세 리스크를 체감한 시점은 2025년 4월 2일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 발표 직후다. 당시 S&P 500 지수는 조정을 겪었고, 이후 정부가 일부 관세를 낮추며 반등했지만 시장은 여전히 긴장 상태다. CoreData에 따르면, 49%의 기관이 ‘관세 영향이 과소평가됐다’고 본다.

관세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성장세를 둔화시킬 수 있다.” — 마켓 인사이트 요약

3. 물가·성장 지표의 엇갈림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는 관세가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2분기 성장률은 ‘수입 급감’이라는 일시적 요인 덕분에 견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4.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시각

총 1,930억 달러를 굴리는 맨그룹(Man Group)은 미국 비중을 중립으로 낮추며 ‘차익 실현 기회’로 보고 있다. 크리스티나 후퍼(맨그룹 최고시장전략가)는 “이 시점은 미국 자산을 일부 매도하고 리밸런싱할 때”라고 말했다.

반면 케리 코왈스키(MassMutual 투자전략 책임자)는 “미국 기술기업의 혁신성과 자본시장의 깊이는 여전히 독보적”이라며 비관론이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5. 달러·통화정책 리스크

맥쿼리그룹의 티에리 위즈먼은 “미국이 자유무역 수호자 역할을 포기하면 달러 기축통화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며 달러 반등 시 매도 전략을 제시했다. 실제로 달러는 1973년 이후 최악의 상반기를 보낸 뒤 7월에야 첫 월간 반등을 기록했다.

정치권도 위험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준비제도(Fed) 기준금리 인하를 노골적으로 요구하며 제롬 파월 의장 해임 가능성을 거론했다. 통화정책의 정치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배경이다.

6. 재정적자·국채 금리

최근 통과된 세제·지출 법안으로 수조 달러의 재정적자가 추가될 전망이다. 맨그룹의 후퍼는 “적자 때문에 긴 만기의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할 위험이 크다”고 분석했다.

7. 유럽·신흥국 대안 부상

조사에 따르면, 기관들은 유럽·중국·신흥시장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2025년 3월 한때 유럽 Stoxx 600 지수가 S&P 500을 크게 앞섰으나, 이후 양 지수가 다시 ‘박빙’ 구도를 형성했다.

8. 기술 혁신이라는 복병

MKP Capital Management의 리처드 라이트번은 “정책보다 중요한 변수는 기술, 특히 인공지능(AI)”이라며 “AI 도입은 아직 초기 이닝”이라고 표현했다.

아메리프라이즈 파이낸셜의 앤서니 사글림베네는 “미국 거시 환경이 상대적으로 더 명확하고 안정적”이라며 미국 주식 ‘소폭 비중 확대’ 전략을 유지했다.

9. 전문 기자 분석

기자의 시각 — 인플레이션, 재정적자, 통화정책 불확실성이라는 세 가지 축이 동시에 흔들릴 경우, 달러 기축통화 지위에 대한 의문이 확대될 개연성이 있다. 그러나 미국의 혁신 역량 — 특히 AI·클라우드·바이오테크 분야에서의 ‘플랫폼 독점’ — 을 대체할 시장이 단기간에 등장하기 어렵다는 점도 사실이다. 결국 핵심은 관세·정책 리스크가 ‘일시적 소음’에 머무를지, 아니면 장기 구조 변화를 초래할지 여부다.

기관투자가들이 미국 비중을 일부 축소하더라도, 글로벌 자산포트폴리오에서 미국은 여전히 중심축이다. 다만 최근 데이터가 시사하듯, ‘미국 자산=무조건 초과수익’이라는 단순 공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철저한 펀더멘털 분석과 동적 자산배분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