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심 요약(Key Points)
-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되는 분기별 13F 보고서는 대형 자산운용사의 매매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 워런 버핏은 가끔 ‘Confidential Treatment’(비공개 처리) 태그를 승인받아, 일정 기간 보유 지분을 대외에 알리지 않고 매수할 수 있다.
- 이번 분기 13F에서 공개된 버핏의 새 ‘미스터리 종목’은 UnitedHealth Group(NYSE: UNH)으로, 5,039,564주 — 약 16억 달러 규모다.
- 시장 평균 밸류에이션이 역사적으로 높아 ‘가치주’가 귀한 상황에서, UnitedHealth의 54% 급락은 버핏이 노린 드문 가격 괴리(dislocation)로 평가된다.
2025년 8월 17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 최고경영자 워런 버핏이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비밀 종목’을 드러냈다. 2025년 2분기 13F 공시에서 확인된 해당 종목은 다름 아닌 미국 최대의 헬스케어·보험 복합 기업 UnitedHealth Group이다.
버핏이 ‘비밀 매수’ 특혜를 받는 이유
13F 보고서는 분기 종료 후 45일 이내에 의무 제출되며, 운용자산 1억 달러 이상 기관은 보유 주식을 상세하게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SEC는 특정 상황에서 Confidential Treatment를 허용한다. 이는 버핏 같은 유명 투자자가 새 포지션을 공개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주가 급등·추종 매수를 방지해, 보다 유리한 가격에 천천히 지분을 쌓을 수 있도록 돕는다.
버핏은 지난 10년간 여러 차례 이 특혜를 이용해 Phillips 66(2015년), Verizon·Chevron(2020~2021년), Chubb(2023~2024년)에 대규모로 진입했다. 그리고 2025년 상반기, 마침내 UnitedHealth Group이 그 목록에 추가됐다.
왜 ‘헬스케어’인가? 버핏의 투자 철학과의 접점
통상 버핏은 금융·소비재·산업 부문을 선호하고, 기술·바이오 섹터는 ‘이해하기 어렵다’며 멀리했다. 그럼에도 UNH를 택한 배경에는 보험업의 본질이 자리한다. UnitedHealth 매출의 상당 부분은 건강보험이다. 보험사는 가입자(피보험자)로부터 프리미엄(보험료)을 받는 동시에, 발생하는 청구 비용보다 수입이 많도록 구조를 짠다. 또한 미사용 보험료를 안전한 이자자산에 투자해 추가 수익을 얻는다.
더 나아가 UNH는 보험을 넘어 Optum이라는 고성장 사업부를 보유한다. Optum은 병원·약국·보험사에 의료 IT 솔루션, 처방약 관리 서비스, 직접 진료 네트워크를 제공하며, 전체 그룹 이익률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54% 급락이 만든 ‘가치 투자’ 기회
2025년 4월 중순 이후 UnitedHealth 주가는 54% 폭락했다. 주요 원인은 Medicare Advantage(메디케어 파트 C) 부문의 예상치 못한 비용 증가다. 동 섹터는 민간 보험사가 운영하는 고령층 대상 프로그램으로, 동종 업체들은 2025년 비용 상승을 미리 반영했으나, UNH는 예측에 실패해 실적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시장은 ‘영구 손상’이 아닌 ‘일시적 변수’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보험사는 차기 연도 프리미엄을 조정해 손실을 만회할 수 있고, UNH도 이미 비용 절감과 계약 조건 재조정에 착수했다. 선제적 리스크 관리 능력과 막강한 현금흐름을 감안하면 회복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버핏은 시장이 과민반응해 가격 괴리가 벌어질 때까지 인내하며 기다린다”
주가 폭락 덕분에 UNH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4배로, 최근 5년 평균치(약 19배) 대비 26% 할인돼 있다. 배당 성향과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도 꾸준히 확대 중이어서 장기 투자자에게 수익·안전 두 마리 토끼를 제공할 여지가 크다.
13F 세부 내역: 버핏의 매수·매도 전반
흥미롭게도 버핏은 최근 11개 분기 연속 넷 셀러(net seller)였다. 177억 4,000만 달러를 순매도했지만, 2025년 2분기에는 예외적으로 6개 신규 포지션을 열고, 기존 6개 종목을 추가 매수했다. UNH 매수 규모는 신규 포트폴리오 중 단연 최대다.
참고로 13F에는 종목을 은행·보험·금융, 소비재, 상업·산업·기타 3개 카테고리로 분류한 취득 원가 정보도 공개된다. 최근 두 카테고리는 감소세지만, 상업·산업·기타 부문이 급증해 ‘미스터리 종목’ 추정에 실마리를 줬다.
낯선 용어 풀이
*13F* : 미국 기관투자자가 분기별 보유 주식을 보고하는 양식.
*Confidential Treatment* : 일정 기간 보유 종목을 비공개로 유지하도록 허용하는 제도.
*Medicare Advantage* : 정부 메디케어를 민간 보험사가 운영하는 파트 C 프로그램.
*Optum* : UnitedHealth의 서비스·IT·약국관리 부문 자회사.
전망 및 시사점
역사적으로 고평가 구간에 진입한 미 증시에서, 버핏의 현금 비중은 1,770억 달러를 넘어선다. 그가 ‘할인된 블루칩’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UNH 매수는 드문 기회 포착으로 해석된다. 금리 상승기에도 수익 방어력이 높은 보험·헬스케어 업종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다만 『Motley Fool Stock Advisor』 팀은 UNH를 ‘톱10 추천주’에 아직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는 투자자별 리스크 선호도, 투자 기간, 포트폴리오 구성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자료 출처: SEC 13F, Nasdaq.com, Berkshire Hathaway 분기보고서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