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이우—우크라이나 정부와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가 각각 7,500만 달러를 출자해 총 1억5,000만 달러 규모의 공동 투자펀드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해당 펀드는 양국 간 ‘광물 파트너십(Minerals Deal)’의 일환으로 추진되며, 우크라이나의 재건과 장기적 경제 회복을 지원하는 동시에 미국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2025년 9월 17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경제개발·무역부 장관을 겸임하고 있는 율리아 스비리덴코 총리는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가 7,500만 달러를 파일럿(commitment) 형태로 투자하기로 했으며, 우크라이나 정부도 동일 금액을 매칭 출자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 U.S. International Development Finance Corporation)는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이번 투자는 우크라이나의 재건뿐 아니라 미국의 천연자원 공급망을 강화해 장기적 경제·안보 이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DFC란 무엇인가?
DFC는 2019년 미국 의회가 창설한 연방 정부 기관으로, 신흥국 인프라·에너지·디지털 프로젝트 등에 민·관 합동 투자를 지원한다. 세계은행 산하 기관과 달리 미국 단독 자본으로 운영되며, 위험이 큰 지역에서도 민간 자본 유입을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의 2022년 침공 이후 전력·교통·주거 인프라가 대규모로 피해를 입자, 재건 자금을 다변화하기 위해 미국·EU·국제기구와 긴밀히 협력해 왔다. 이번 공동펀드는 전후 복구를 넘어 희소 광물·배터리 원재료 개발에 재원을 집중할 전망이다.
광물 파트너십은 리튬·니켈·코발트·망간 등 전략 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전략과, 자국 산업 다각화를 꾀하는 우크라이나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로 평가된다.
재원 규모 면에서 1억5,000만 달러는 글로벌 자원 개발 프로젝트로서는 크지 않지만, 전쟁 상황 속 투자 심리가 위축된 우크라이나에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국내외 민간 자본은 리스크 프리미엄이 높은 우크라이나 시장 진입을 주저해 왔는데, DFC가 선제 투자를 단행함으로써 위험 완화 신호가 발신됐다는 평가다.
또한 미국은 자국 전기차·반도체·방산 기업들이 친환경 및 지정학적 리스크가 낮은 원재료에 접근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소련 시절부터 축적된 지질 조사 체계를 보유해 티타늄·희토류·우라늄 등 여러 전략 자원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양국 간 이해관계가 긴밀해지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DFC가 파일럿 형태로 소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우크라이나 정부가 매칭 출자에 나선 구조는 다자 간 블렌디드 파이낸스(blended finance) 모델로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국제기구나 민간 벤처캐피털이 추가 합류할 경우, 재건 사업의 민간 주도형 전환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전쟁 지속 여부·안보 리스크·정치적 불확실성 등은 여전히 투자 걸림돌로 남아 있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우크라이나가 중장기적 재정을 안정화하려면 연간 최소 수백억 달러의 외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한다. 이번 공동펀드가 ‘상징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기자 관전평
전문가 시각에서 볼 때, 이번 투자는 단순한 금융 지원을 넘어 지정학적 셈법이 깔려 있다. 미국은 대중(對中) 전략자원 의존도를 낮춰야 하고, 우크라이나는 서방 자본을 유치해 경제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 양측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만큼, 향후 구체적 프로젝트—예컨대 희토류 가공시설이나 배터리 소재 공장—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궁극적으로는 투자 규모 확대와 안정적인 실행이 관건이다. 서방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광산 운영·가공 설비에 착수해야만 공급망 다변화 효과가 체감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러시아와의 전쟁이 장기화하면 현장 접근 자체가 제한될 수 있어, 안보 협력이 금융 지원과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억5,000만 달러 공동펀드는 ‘전쟁 중 투자’라는 상징성과 함께, 광물 공급망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에서 우크라이나가 차지하는 전략적 무게를 재확인시켰다. 향후 EU·일본·캐나다 등 동맹국도 유사한 구조의 투자를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