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석 |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
요약
- 트럼프 전 대통령이 리사 쿡 연준 이사의 즉각 사퇴를 공개 요구하며 중앙은행 독립성 논란 재점화.
- 차기 연준 의장으로 케빈 해싯·크리스토퍼 월러·케빈 워시 등 정치 성향 뚜렷한 후보군 부상.
- 동일 시점에 관세·재정확대·고용 둔화가 교차, ‘통화정책-재정정책 미스매치’ 장기화 우려.
- 연준이 정치 압력에 굴복할 경우 ①달러 기축 지위 약화 ②인플레이션 기대 고착 ③미 국채 프리미엄 상승 등 구조적 후폭풍 전망.
1. 사건 배경과 쟁점
2025년 8월 중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SNS ‘트루스 소셜’에 ‘리사 쿡은 당장 사퇴해야 한다!!!’라는 문구를 남겼다. 공교롭게도 쿡 이사는 2022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명한 첫 흑인 여성 연준 이사로, 2036년까지 열두 해 넘게 임기를 보장받는다. 트럼프는 빌 풀트 FHFA 국장이 제기한 ‘모기지 사기 의혹’을 근거로 들었지만, 실제로는 물가가 목표치(2%) 근처까지 내려오기도 전에 연준이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는다는 점이 불만의 핵심으로 읽힌다.
이 사건은 단일 인사 논란을 넘어 미국 중앙은행 역사 111년을 관통하는 ‘독립성 vs. 정치 개입’ 논쟁의 새로운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같은 시기 트럼프 측은 CHIPS법 보조금의 지분 전환, 연준 의장 인선, 관세 확대 등 ‘경제 통제권 확대’ 수순을 밟고 있어, 통화·재정·산업 정책이 동시에 정치화될 리스크가 부각된다.
2. 데이터로 보는 연준 독립성 훼손 리스크
구분 | 1940~2024 평균 | 트럼프 1기(2017~20) | 바이든(2021~) | 트럼프 2기 시나리오(가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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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의 FOMC 공개 압박 횟수/년 | 0.4회 | 7.8회 | 1.5회 | 10.0회↑ |
연준 인사에 대한 공개 사퇴 요구 | 0건 | 1건(파월) | 0건 | 3건(쿡·브레이너드 등) |
10년물 국채 원리금 상환 프리미엄(bps) | 15bp | 27bp | 22bp | 35~40bp |
달러 인덱스(DXY) 1년 변동성 | 7.8% | 10.5% | 8.3% | 11~12% |
자료: OMB, FRB, Bloomberg, 필자 추정
표가 암시하듯 정치적 압력이 심해질수록 국채 프리미엄·환율 변동성이 구조적으로 커졌다. 시장은 ‘정책 일관성 저하 → 장기 인플레이션 리스크’라는 가격을 국채와 환율에 선반영한다.
3. 차기 의장 인선이 던지는 3대 시나리오
- 케빈 해싯(확률 34%)
• 장점: 감세·규제완화 이론가, 트럼프와 소통 원활.
• 위험: 의회 인준 과정에서 ‘정치적 충성’ 논란, 학계·시장 신뢰 부족. - 크리스토퍼 월러(27%)
• 장점: 현직 이사·딥러닝 물가 모델 개발 경험.
• 위험: 7월 회의에서 금리 즉시 인하 주장해 인플레 파이터 이미지는 약함. - 케빈 워시(21%)
• 장점: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위기 대응 경험, 월가 신뢰 높음.
• 위험: ‘규제 완화론’이 민주당 상원의 허들을 높임.
어느 후보가 지명되든 2026~2029년 미국 통화정책에는 세 가지 공통요소가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 ① 인플레이션 상방 리스크를 과소평가할 개연성 확대
- ② 정책 결정 타이밍이 선거 주기에 동조할 위험 증가
- ③ 시장 불확실성 프리미엄이 구조적으로 10~15bp 상승
4. 중·장기 파급경로: 네 가지 메커니즘
4-1. 국채 수급 영향
시나리오 계산: 2026년 연방정부 적자 1.5조달러, 평균 만기 6.1년 가정 시, 10년물 한계 발행량 6,500억달러. 여기에 정책 신뢰 손상으로 투자자 수요 곡선이 25bp 상향 이동하면 연간 이자비용 부담이 약 160억달러 늘어난다.
4-2. 달러 패권 안정성
연준 독립성 약화 → 인플레이션 기대 변동성 상승 → 비달러 결제 비중 확대. IMF CPIS 통계로 본 달러화 예비자산 비중은 2024년 58.5%에서 2028년 54%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
4-3. 규제·감독과 금융안정
정치권이 완화 쪽으로 기우는 동안, 레버리지 대출·그린 일드 펀드 등 그림자 금융이 빠르게 성장. BIS ‘불균형 패러독스’ 경고처럼 통화·재정 동시 팽창이 자산가격 버블과 금융사이클 과열을 초래.
4-4. 글로벌 신흥국 시장 파급
달러 변동성↑ → 신흥국 통화·채권 자금 유출
미국 경기 과열 후 급냉 혹은 스태그플레이션 재현 가능성
=> 한국·대만·멕시코 등 대미(對美) 중간재 수출국 타격
5. 정책·시장 대응 전략
주체 | 권고 전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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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정책 당국 | • G20·IMF 공조를 통해 중앙은행 독립성 글로벌 가이드라인 재확인 • 관세·재정·통화정책 일관성 확보를 위한 ‘거시 3각 조정위원회’ 신설 제안 |
기관투자자 | • 미국 10년물 듀레이션 축소, 인플레 연동채(TIPS)·금·엔 등 헤지 비중 확대 • AI·방산 등 정책 수혜주 비중 확대하되, 밸류에이션·규제 리스크 병행 평가 |
개인투자자 | • 달러 자산 40% 이상 편중 시 변동성 확대국면 대비해 분산 • 장기 목표형 ETF(글로벌 배당·헬스케어)로 리밸런싱 |
글로벌 기업 | • 달러채 만기 분산, 통화스왑 라인 사전 확보 • 생산기지·공급망 북미 편중 시 멀티소싱 가속 |
6. 필자의 전망
첫째, 2026년까지 연준 독립성은 ‘법률적 보장’보다 ‘관습적 신뢰’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미 의회가 독립성 조항을 수정할 가능성은 낮지만, 백악관의 가시적 압박 빈도가 높아지면 ‘보이지 않는 규제 포획’이 실질 정책에 반영된다.
둘째, 1970년대 말 볼커 쇼크의 교훈처럼, 중앙은행 신뢰 훼손 → 장기금리 급등 → 실물·금융 동시 긴축 루트를 다시 밟을 위험이 있다. 장기 국채 금리가 구조적으로 50~70bp 상단 이동하면, 현 35조달러 규모 미 연방부채의 이자 비용은 추가로 연간 1,750억달러 상승한다.
셋째, 달러 기축 지위 약화는 순차적이지만 불가역적이다. BRICS+ 블록이 추진하는 ‘상품담보 디지털 통화’가 아직 위협적이지 않다 해도, 달러 변동성이 높아지면 글로벌 준비통화 바스켓 다변화 속도가 빨라진다. 이는 미국이 누려온 ‘쌍둥이 적자 지속 가능성’을 점진적이나마 훼손할 것이다.
넷째, 투자자들은 정치 일정과 분리된 ‘데이터 기반 통화정책’에 가중치를 두어야 한다. 만약 연준이 9월·12월 연속 25bp 인하를 단행한 뒤 2026년 상반기 금리를 빠르게 되돌리는 ‘스탑&고(Stop&Go)’ 국면이 발생하면, 2년물-10년물 금리 역전 해소 지연과 크레딧 스프레드 급등이 동반될 전망이다.
결론
연준 독립성은 단순히 ‘중앙은행이 정부 압력에서 자유롭다’는 선언이 아니다. 그것은 글로벌 달러 체제의 심장이며, 미국 자본시장의 리스크 프리미엄을 결정짓는 근간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금리·관세·보조금·지분 참여를 한데 묶어 경제 정책 전반을 정치화한다면, 세계 금융시장은 제2의 1970년대형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를 보험료 형태로 가격에 반영할 것이다.
투자자·정책 당국·기업 모두 ‘불확실성 프리미엄’을 새로운 상수로 받아들이고, 구조적 방어 전략을 서둘러야 한다. 독립적·투명한 통화정책이야말로 인플레이션·팬데믹·지정학 충격을 흡수하는 최후의 방어선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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