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후’ 다극화 시대의 글로벌 패권 재편
미국 중심의 단극(單極) 질서가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나스닥닷컴, 로이터, 인베스팅닷컴 등이 최근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무역·통화·안보 분야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현저히 약화되면서, 유럽연합, 중국, 신흥시장 등이 새로운 다극(多極)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BCA리서치의 보고서도 “향후 5~10년이 전환의 10년이 될 것”이라며, 미국이 더 이상 ‘세계의 최종 소비자·자본 공급자’ 역할을 담당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1. BCA리서치의 경고와 근거
- 보고서명: “미국 이후의 세계(After America)”.
- 주요 분석: 냉전 종식 이후 지속된 미국의 단극 체제가 지리정치·경제적 동력 감소로 다극 체제로 전환 중.
- 핵심 근거:
- 국제 분쟁의 증가: 2024년 이후 지역 충돌·무역 분쟁 증가율 연평균 12%↑.
- 다자간 금융 흐름 약화: 10년 만기 미국 국채에 대한 외국인 보유율이 2020년 40%→2025년 30%로 하락.
- 신흥시장 소비·투자 급증: 아시아·중동·아프리카의 총 GDP 기여도 2015년 30%→2025년 45% 예상.
“글로벌 자본 흐름이 미국 중심에서 벗어나고 있다. 앞으로 5~10년이 전환의 10년이다.” – BCA리서치
2. 미국의 지위 하락 배경
미·중 무역 협상이 재개되었으나, 관세·기술패권 분쟁은 여전하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도입된 고율 관세(최대 25%)가 유지되면서, 중국은 ‘무역 다변화’를 가속화 중이다. 중국의 2025년 GDP 성장률 예상치는 4.7%로, 미국(2.5%)의 두 배에 가깝다. 또 달러화 대신 위안화 결제 비중도 2015년 4%→2025년 15%로 상승했다.
2.1 통화 패권 경쟁
국제 결제통화로서 달러 비중은 최근 5년간 88%→82%로 떨어졌다. 반면 ECB와 중국인민은행(PBoC)의 양적완화·국제투자 프로그램 확대는 유로·위안화 위상 강화로 작용 중이다.
2.2 안보·동맹의 분열
나토(NATO) 군사비 분담 논쟁, 쿼드·AUKUS 등 새로운 안보 협의체 등장, 러·우 전쟁·중동 긴장 상황은 미국 주도의 대서양·태평양 동맹 구도를 이완시키고 있다.
3. 다극 질서의 새로운 축
축 | 역할 | 강점 |
---|---|---|
유럽연합 | 무역·통화협력 | 단일시장ㆍ단일통화(유로), RRF·자금공유 메커니즘 |
중국·아시아 | 제조·소비 허브 | 전기차·AI·디지털위안 등 전략산업 |
신흥시장(인도·아프리카 등) | 자원·인구 저변 | 인구 보너스ㆍ천연자원 |
3.1 유럽연합의 ‘중립 강화’
ECB는 인플레이션 하락 시에도 과민 반응 자제(부지치 위원), 중립 수준 도달(나겔 위원) 등을 통해 통화정책 안정화 의지를 보였다. 유로존 통화 완화의 깔끔한 전환은 달러 종속에서 벗어나려는 EU 국가들의 의지를 반영한다.
3.2 중국의 전략 산업 투자
메타·모건스탠리 등이 AI·희토류 분야 투자 확대를 발표했다. 중국은 자국 기업을 통한 글로벌 공급망 강화 및 디지털 위안 국제화로, 미국 금융·기술 영향권 축소를 노린다.
4. 장기적 파급 효과와 한국의 과제
한국은 미국·중국 사이 전략적 모호성 전략을 추구 중이지만, 다극화 추세 속에서 외교·무역 협상 채널 확대, 통화스왑·금융 다변화, 산업 경쟁력 강화이 필수다. 예컨대:
- 한·EU FTA 업그레이드: 디지털·녹색 전환 분야 협력 강화.
-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신개발은행(NDB) 참여 증대.
-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 반도체 외에도 배터리·희토류 등 전략자원 확보.
5. 결론: ‘After America’를 준비하라
미국 단극 체제는 앞으로 1년이 아닌 향후 5~10년간 점진적 약화가 예상된다. 글로벌 금융 패권, 무역동맹, 통화·안보 질서의 분권화는 이미 가속화 중이다. 한국과 일본, 유럽 국가들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으로 다극·복수 축 외교, 금융·통화·산업 다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전문가 관점: 미국의 리더십은 유지되겠으나, ‘규칙 설정자(rule maker)’보다는 ‘규칙 플레이어(rule taker)’로 지위가 이동할 것이다. 기업과 국가는 단일 의존(dependency)에서 벗어나 복수 축 관계(multi-axis engagement)를 구축해야만 글로벌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다.
2025년 6월, 복수 축 질서로의 이행은 선택이 아닌 현실이다. ‘After America’ 시대의 승자는 다극화 기회를 선제적으로 포착한 국가·기업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