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제출된 최신 소장에 따르면, 유명 인사 맞춤 영상 플랫폼 캐미오(Cameo)가 인공지능(AI) 기업 오픈AI(OpenAI)를 상대로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2025년 10월 28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원고 측은 오픈AI가 동영상 생성 앱 소라(Sora) 내 신규 기능의 명칭으로 ‘Cameo’를 사용해 소비자 혼동을 유발하고 자사 브랜드 가치를 희석시켰다고 주장했다.
캐미오는 소장에서 “오픈AI는 2017년 설립 이후 유명 인사를 섭외해 개인 맞춤 영상을 제작·판매해 온 자사 서비스와 동일한 이름을 선택함으로써 ‘명백한 혼동’을 초래했다”라고 지적했다. 오픈AI 대변인은 이번 소송과 관련해 별도의 공식 입장을 즉각 내놓지 않았다. 반면 캐미오 최고경영자(CEO) 스티븐 갈라니스(Steven Galanis)는 “우리는 우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으나, 오픈AI가 이름 사용을 중단하기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캐미오’란 무엇인가?
캐미오는 사용자가 영화배우·스포츠 스타·유튜버 등 유명 인사에게 일정 수수료를 지불하고 짧고 개인화된 축하 영상을 주문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예컨대 생일 축하, 결혼 기념일, 기업 행사 등을 위한 영상 제작이 가능해, 팬들과 셀러브리티를 직접 연결하는 서비스로 자리매김해 왔다.
반면 오픈AI의 소라(Sora)는 2025년 9월 30일 별도 앱으로 출시돼 텍스트 입력만으로 고해상도 영상을 생성할 수 있는 AI 툴이다. 오픈AI는 소라에서 이용자가 만든 가상 분신을 ‘Cameo(캐미오)’로 지칭하고 있다. 이 기능은 실제 인물이 아닌 ‘가상 아바타’의 개념이지만, 실존 유명 인사의 외형을 학습·재현할 수 있어 현실적 유사성을 극대화한다.
“개인화된 유명인사 영상을 원하는 이용자는 이제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①원본 셀러브리티가 직접 녹화한 진짜 영상을 구매하기 위해 원고 캐미오를 이용하거나, ②AI가 생성한 극도로 사실적인 영상을 제공하는 소라의 ‘Cameo’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 소장 중에서
원고 측은 이러한 기능이 직접적 경쟁을 야기한다고 주장한다. 소라 이용자는 이미 기업가 마크 큐번(Mark Cuban), 복서 겸 인플루언서 제이크 폴(Jake Paul) 등 유명 인사의 ‘AI 캐미오’ 영상을 생성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적 쟁점 및 업계 파급 효과
상표법 전문가들은 이번 소송의 관건을 다음 두 가지로 본다. 첫째, ‘Cameo’라는 단어가 소비자에게 어떤 특정 출처를 식별하는 고유 표지로 인식됐는지 여부다. 둘째, 오픈AI의 명칭 사용이 실제로 출처 혼동이나 브랜드 희석을 야기했는지다. 만약 법원이 원고 주장을 인정한다면, AI 플랫폼이 기존 상표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용어를 기능명이나 제품명으로 쓰는 관행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AI·엔터테인먼트 교차 지점에서 불거진 분쟁
최근 생성형 AI는 실존 인물의 목소리·얼굴·동작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면서 가상 콘텐츠 시장을 확장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와 함께 초상권·저작권·상표권 등 전통적 지식재산(IP) 보호 체계와 충돌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번 소송은 스타트업·크리에이터 이코노미와 대형 AI 기업 간 이해관계가 처음으로 본격 충돌한 대표적 사건으로 해석된다.
오픈AI는 그간 GPT 시리즈(언어모델)로 업계 표준을 재정의했으며, 소라 출시 이후 영상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넓혀 왔다. 이에 따라 스타트업과 전통 미디어 기업 모두 콘텐츠 생성의 ‘AI 대체’ 가능성과 그로 인한 권리 침해 리스크를 면밀히 주시하는 상황이다.
전문가 의견
국내 법무법인 J 사의 지식재산권 변호사 K 씨는 “상표권 침해 판단에서 소비자 혼동 가능성이 핵심인데, 동일 업종·동일 서비스일수록 법원은 엄격하게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AI 업계가 빠르게 기능을 출시하는 과정에서 브랜드 네이밍에 대한 법적 검토를 소홀히 할 경우, 거액의 손해배상은 물론 서비스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향후 전망
캐미오는 금액 미정의 손해배상과 동시에 오픈AI가 ‘Cameo’ 명칭 사용을 즉각 중단하는 금지명령을 법원에 요청했다. 통상적으로 미국 연방법원은 판결 전 임시금지 가처분 여부를 검토해, 서비스 운영에 중대한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 오픈AI가 다른 대체 명칭을 채택할지, 혹은 법적 공방을 이어갈지는 업계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상표권 분쟁을 넘어, AI가 전통적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모델을 얼마나 빠르게 대체·변형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로 평가된다. 기업·크리에이터·플랫폼 모두 ‘브랜드 자산’과 ‘AI 혁신’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 치열한 전략 수립이 요구된다.
용어 설명
상표 희석(Trademark Dilution)은 유명 상표와 동일·유사한 표지를 사용해 상표의 고유성·명성을 약화시키는 행위를 뜻한다. 단순 혼동 여부와 무관하게, 유명 상표의 가치가 훼손될 위험이 있다.
가상 분신(Likeness)은 AI·CG 기술로 구현한 ‘사람의 외형·목소리·동작’ 전체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실제 인물의 권리 범위에 속하는 초상·성명·퍼블리시티권 이슈가 결부된다.
결론
당분간 양측은 법정 다툼을 통해 ‘Cameo’ 명칭 사용의 정당성, AI 기술이 초래한 기존 권리 체계와의 충돌을 집중적으로 다룰 전망이다. 결과에 따라 AI 기반 콘텐츠 생성 서비스의 브랜드 전략과 지식재산권 관리 방식이 대폭 재정립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