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 잉글랜드은행(BoE)의 사라 브리든(Sarah Breeden) 부총재가 영국과 미국이 스테이블코인 규제에서 보조를 맞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브리든 부총재는 스테이블코인이 법정화폐에 연동(peg)된 암호자산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핵심 사안에서의 규제 동기화가 시장 안정성과 신뢰 확보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2025년 11월 5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발언은 영란은행이 스테이블코인 규제에 관한 공개 협의(consultation)를 시작하기 채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 나왔다. 브리든은 이 협의안이 기존 제안보다 완화될 것이라는 기조를 시사했으며, 관련 문서가 11월 10일에 공개될 예정임을 확인했다. 그는 규제의 목적이 혁신을 억누르지 않으면서도 금융시스템의 안전성과 소비자 보호를 달성하는 데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브리든은 런던에서 열린 SALT 컨퍼런스 연설에서 “나는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와 이야기를 나눠왔다… 저쪽 규제당국과 양국 재무부가 함께 작업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영·미 양국이 동일한 원칙과 시점을 공유할수록 규제 차익(regulatory arbitrage) 가능성이 줄고, 국경 간 결제 및 디지털자산 인프라가 보다 예측 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영국과 미국 정부는 9월에 디지털자산 및 자본시장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공동 태스크포스를 발표한 바 있다. 이는 감독기관 간 정례 협의체를 공고히 하고,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핵심 이슈에서 정책 공조를 촉진하기 위한 움직임의 일환이다.
핵심 개념 해설: 스테이블코인이란 무엇인가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은 달러·파운드 같은 법정화폐의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암호자산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준비자산(현금·예금·단기국채 등)을 바탕으로 1:1 상환 가능성을 제공해 가격 변동성을 낮추는 구조를 채택한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송금·결제·트레이딩 결제 담보 등에서 효율성이 부각되지만, 준비자산의 투명성과 상환 메커니즘, 운영 리스크 관리를 둘러싼 신뢰 확보가 관건이다. 참고 스테이블코인은 암호자산의 한 유형이며, 증권형 토큰이나 비트코인과 그 성격이 다르다.
왜 영·미 동기화가 중요한가
스테이블코인은 국경을 가리지 않고 쓰이는 디지털 결제 인프라의 핵심 구성요소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영국과 미국처럼 글로벌 금융시장에 영향력이 큰 관할권의 규제가 서로 엇갈리면, 발행사·지급사업자·거래소가 규제가 느슨한 곳으로 이동하는 규제 차익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소비자 보호의 불균형과 금융안정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동기화된 규제는 표준화된 공시·준비금 요건·감독체계를 통해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혁신 기업에게도 명확한 ‘규칙의 장(playing field)’을 제공한다.
공개 협의(Consultation)의 의미
영국의 컨설테이션은 규제·감독 프레임워크의 초안을 공개하고, 시장 참여자·전문가·시민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해 최종 규칙 제정에 반영하는 절차다. 브리든 부총재가 확인했듯 11월 10일에 공개될 예정인 문서는 이전 초안보다 완화된 내용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완화의 방향은 기술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시스템 리스크를 억제하는 균형점을 찾는 데 맞춰질 공산이 크다. 다만 구체적 조항은 문서 공개 이후에야 명확해질 전망이다.
정책 공조의 현재 위치
브리든은 “연준과의 대화”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규제당국 간 실무 협력과 양국 재무부 간 공조가 이미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이는 9월에 발표된 디지털자산·자본시장 협력 태스크포스와 궤를 같이 한다. 정책 신뢰도 제고의 관점에서 보면, 고위 당국자 간 정례 소통과 공식 협의체의 병행은 일관된 메시지와 시장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평가된다.
SALT 컨퍼런스의 맥락
SALT 컨퍼런스는 런던에서 열리는 글로벌 투자·정책 대화의 장으로, 정책결정자와 자산운용사, 기술 기업이 한자리에 모여 시장 환경과 규제 이슈를 논의한다. 브리든의 메시지가 이 무대에서 나왔다는 점은, 스테이블코인 규제가 더 이상 암호자산 업계의 주변 이슈가 아니라 메인스트림 금융의 주요 과제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시장과 산업에의 함의
첫째, 영·미의 규제 동기화는 글로벌 발행사와 결제사업자에게 일관된 요건을 제공해 제품 설계·준법감시 비용을 낮출 잠재력이 있다. 둘째, 명확한 상환·준비금 기준과 자산보관(custody) 규칙은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고, 은행·전자금융업자 등 전통 금융기관의 참여 장벽을 낮춘다. 셋째, 동기화는 국경 간 결제와 디지털 상거래에서 상호운용성을 높여, 실물경제의 효율성을 뒷받침할 수 있다. 넷째, 감독 일관성은 급격한 정책 전환에 따른 시장 충격을 줄이고, 기술 혁신의 안정적 확산을 도울 수 있다.
용어 정리 및 독자 가이드
• 스테이블코인: 법정화폐 가치에 연동되어 가격 안정성을 추구하는 암호자산. 준비자산과 상환 메커니즘의 투명성이 핵심이다.
• 컨설테이션(Consultation): 규제 초안을 공개하고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식 절차. 최종 규정 제정의 전 단계다.
• 규제 동기화(Synchronisation): 국가 간 동일하거나 유사한 규제 원칙·일정을 맞추는 것. 규제 차익을 억제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
정리
브리든 부총재의 발언은 스테이블코인 규제가 영란은행의 즉각적 정책 어젠다임을 분명히 한다. 11월 10일로 예고된 협의안 공개는 기존 제안을 일부 완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돼, 혁신과 안정의 균형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연준 및 미국 규제당국과의 공조는 영·미 동맹 내 금융 규제의 일관성을 강화하고, 9월에 출범한 디지털자산·자본시장 태스크포스의 실질적 작동을 뒷받침한다. 이는 런던 SALT 컨퍼런스에서 재확인된 바와 같이, 디지털자산을 둘러싼 논의가 주류 금융의 핵심 정책 현안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