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란은행(BoE)이 박빙 표결 끝에 기준금리(은행 기준금리, Bank Rate) 4.0%를 동결했다. 다만 표결이 5대4로 갈린 데다 앤드루 베일리 총재가 조만간 금리 인하 쪽으로 기울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이달 말 영국 정부 예산안 이후 인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다.
2025년 11월 6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기자: 윌리엄 숌버그, 데이비드 밀리컨, 수반 압둘라), 영란은행 통화정책위원회(MPC)는 목요일 회의에서 차입 비용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시장이 주목한 ‘knife-edge vote’(박빙 표결) 양상을 드러내며, 정부의 재정정책 방향이 확인될 11월 말 예산안 이후 통화정책 경로가 더 명확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영국의 여전히 높은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을 의식한 MPC는 5대4로 기준금리를 4.0%에 동결했다. 이는 로이터가 지난주 실시한 설문에서 다수 경제학자가 예상한 6대3 동결보다 더 팽팽한 결과였다. 동결 결정을 지지한 5명 가운데 베일리 총재는 유일하게 ‘전반적 인플레이션 위험이 낮아졌다’고 판단했지만,
“올해 향후 경제 전개에서 이를 확인해 줄 추가 증거를 기다릴 가치가 있다”
고 밝혔다는 것이 영란은행의 설명이다.
영란은행 “영국 인플레이션 정점 지났다”
영국의 9월 인플레이션은 3.8%로 G7(주요 7개국) 가운데 여전히 가장 높은 수준이며, 영란은행의 기준금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정책금리의 두 배다. 이는 경기 진작을 꾀하는 영국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다만 9월 물가상승률이 예상외로 보합을 보였고, 최근 고용 지표에서도 가격 압력이 약해지는 신호가 포착됐다.
MPC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났고, 10월과 11월 발표될 지표에서는 더 낮아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완만해지는 성장세와 악화되는 고용시장이 수요를 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일리 총재는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우리는 여전히 금리가 점진적으로 하향하는 경로에 있다고 본다. 그러나 금리를 다시 내리기 전에, 인플레이션이 2% 목표로 돌아가는 궤도에 확실히 올라탔다는 점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번 결정은 2024년 8월 시작된, 세 달에 한 번씩 이뤄지던 점진적 금리 인하 사이클에서 처음으로 인하를 멈춘 조치다. 그럼에도 표결 구도와 커뮤니케이션 변화는 추가 인하의 문이 닫히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영란은행은 물가가 2027년 2분기까지 2% 목표를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8월 전망과 동일하다. 다만 당시보다 낮아진 1.9%를 그 시점의 물가로 제시했고, 고용시장 약세도 함께 지목했다. 또한 가계의 높은 저축이 소비로 전환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시했다.
가이던스(지침) 변경
MPC는 정책 전망에 대한 핵심 문구를 조정했다. 기존 성명서의 “점진적이고 신중한 접근”이라는 표현을
“디스인플레이션(물가 둔화)이 계속 진전된다면, 기준금리는 점진적 하향 경로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로 대체했다. 이는 조건부이지만 하향 경로의 지속을 보다 명시한 표현으로, 시장 커뮤니케이션의 정밀도를 높인 변화로 평가된다.
동결은 투자자들에게 놀라운 결정이 아니었다. 전날 금리선물 시장은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3분의 1 수준으로만 반영했다. 베일리 총재는
“현재의 시장 가격이 지금 내 입장을 비교적 공정하게 설명하고 있다”
고 말해, 시장 기대와 정책당국의 시각이 크게 어긋나지 않음을 시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대4라는 박빙의 표결과 베일리 총재가 조만간 인하파로 이동할 수 있다는 신호는, 12월 중순 열릴 다음 MPC 회의에서 금리 인하 베팅을 키울 공산이 크다. 실제로 투자자들은 전날 기준으로 다음 달 인하 확률을 약 60%로 가격에 반영했다.
그때가 되면 MPC는 10월과 11월의 공식 물가·고용 지표를 확인하고, 재무장관 레이철 리브스가 이끄는 예산에서 예상되는 증세의 폭도 알 수 있게 된다. 리브스 장관은 11월 26일 예산안에서 광범위한 증세를 발표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경기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영란은행은 이번에 처음으로 개별 위원 의견 요지를 공개했다. 이는 물가가 2022년 10월 11%를 넘겼을 때 충분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 이후, 전망 작성과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과정의 일환이다.
성장률 전망은 올해 1.5%(직전 1.25%에서 상향), 2026년 1.2%(8월 전망 대비 큰 변화 없음)로 제시됐다. 베일리 총재와 MPC 위원들은 GMT 기준 12시 30분에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용어와 맥락 설명
– 박빙 표결(knife-edge vote): 찬반 격차가 극히 작은 표결을 뜻한다. 이번 5대4 동결은 정책 기조가 전환점에 근접했음을 시사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 기준금리(Bank Rate): 영란은행이 시중 은행 간 유동성 조달 비용과 금융조건의 기준으로 제시하는 금리로, 대출·예금·채권 수익률 등 광범위한 금융 변수에 영향을 준다.
– 통화정책위원회(MPC):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영란은행의 금리 결정 기구다. 각 위원이 독립적으로 경제·물가 전망을 평가해 표결한다.
– 금리선물(Futures): 향후 특정 시점의 정책금리 수준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가격으로 반영하는 파생상품이다. 이번 회의 전 금리선물은 분기점(0.25%p) 인하 가능성을 약 33%로 평가했고, 이후에는 다음 회의 인하 가능성을 약 60%로 반영했다.
–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는 현상으로,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과는 다르다. 중앙은행은 디스인플레이션의 지속 여부를 확인하며 통화정책의 완화 속도를 조절한다.
종합하면, 영란은행의 4.0% 동결은 물가 둔화의 진전과 경기·고용의 약화 사이 균형을 잡으려는 선택이며, 예산안 이후 공개될 물가·고용 데이터가 12월 인하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이번 가이던스 변경과 개별 위원 견해 공개는 정책 신뢰도와 예측 가능성을 높이려는 시도로, 시장과의 소통 정교화가 병행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