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통계청(ONS)이 21일(현지시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7월 영국 소비자물가(CPI)는 전년 동월 대비 3.8% 상승해 6월의 3.6%보다 확대됐다. 이는 영란은행(BoE)이 사전에 내다본 3.8%와 일치했고, 로이터가 집계한 민간 이코노미스트 컨센서스(3.7%)를 소폭 웃돌았다.
2025년 8월 2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이 완만한 하락세를 멈추고 다시 반등하면서 영란은행의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영란은행은 8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소폭 인하했으나, 통화정책위원회(MPC) 9인 중 5명 대 4명이라는 극히 근소한 찬반 차이로 결정이 이뤄졌다. 위원들은 물가 오름세가 목표치(2%)를 계속 상회하는 만큼 이후 금리 인하 속도를 한층 늦추겠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던졌다.
주요 수치 및 국제 비교
7월 미국 CPI 상승률 2.7%, 유로존은 2% 안팎으로 안정됐다. 반면, 영국은 올해 9월까지 물가가 4%에 도달할 것이라는 BOE 전망이 유효하다.*
ONS에 따르면, 영국 CPI는 2024년 하반기 이후 목표치의 두 배 이상을 유지할 전망이다. 영란은행 역시 물가가 2027년 중반에야 2%대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즉, 영국 인플레이션은 미국·유로권보다 구조적으로 높은 수준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높은 인플레이션의 원인
일각에서는 에너지·공공요금 규제 방식을 주요 요인으로 꼽는다. 영국의 가스·전기 요금 상한선(Price Cap)은 반기 단위로 한꺼번에 조정되기 때문에, 4월 대규모 인상분이 통계에 뒤늦게 반영되며 기저효과(기준 시점에 따라 달라지는 통계적 효과)를 증폭시켰다.
노동시장도 변수다. 브렉시트 이후 공급 제약이 심화되며 영국 노동시장은 미국이나 유로존보다 더 빡빡해졌다. 평균 임금상승률은 최근 둔화됐지만 여전히 약 5% 수준으로, 정책 당국이 용인하기 어려운 속도다. 고용주들은 정부가 부과한 고용세 인상과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 때문에 상품·서비스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경제 지표가 시사하는 추가 리스크
지난주 발표된 ONS 2분기 GDP 속보치는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실업자 수는 소폭 늘었으나, 전체 노동시장 흐름은 안정세를 보이며 수요 측 물가 압력을 지지하고 있다. 이처럼 수요와 공급 모두 인플레이션을 떠받치는 구조가 고착화될 경우, 금리 인하 속도는 더욱 늦춰질 수 있다.
용어 해설
ONS(Office for National Statistics)는 영국 정부 산하 공식 통계기관으로, GDP·물가·노동시장 등 핵심 거시 지표를 산출한다.
영란은행(BoE, Bank of England)은 영국 중앙은행이다. 물가 안정(2% CPI)을 최우선 목표로 하며, 매달 열린 통화정책위원회에서 은행금리를 결정한다.
브렉시트(Brexit)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칭하는 합성어다. 2020년 공식 탈퇴 이후 인력·상품 이동의 제약이 강화돼 노동수급·무역 구조에 상당한 영향이 있었다.
전문가 시각 및 향후 전망
시장 전문가들은 물가가 정점 이후 충분히 떨어지지 않는 ‘플래토(plateau) 구간’에 진입했다고 진단한다. 실제로 서비스 물가와 임금 오름세가 둔화 속도를 조절하고 있어, BOE가 2026년까지 제한적 완화 기조를 유지할 공산이 크다.
또한, 미·유로존과의 금리 스프레드(금리 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파운드화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이는 수입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BOE 정책효과를 더욱 약화시킬 위험도 내포한다.
결국, 물가와 성장이라는 복합 목표를 모두 충족하려면 정교한 재정·통화정책 공조가 불가피하다. ONS가 향후 6~12개월간 발표할 물가·임금·소비지표가 영란은행의 정책경로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로존 CPI는 기사 작성일 기준, 유럽중앙은행(ECB)이 제시한 ‘단기·중기 전망’ 수치를 인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