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트럼프 환대로 국정 난관 돌파 모색

런던과 윈저가 성조기유니언 잭으로 물들었다. 영국 정부는 2025년 9월 17~19일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식 국빈방문(State Visit)을 통해 국내 정치의 어두운 구름을 잠시나마 걷어내길 기대하고 있다.

2025년 9월 16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방문은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가 찰스 3세 국왕·카밀라 왕비와 윈저성에서 격식을 갖춘 만찬을 함께하는 것으로 본격화된다. 영국 총리 키어 스타머로서는 부총리 앤절라 레이너지의 사퇴와 주미대사 피터 만델슨 경질 등 최근 불거진 내각 혼란을 잠시 잊게 해 줄 ‘축제’가 절실한 상황이다.

Cabinet reshuffle v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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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치 난맥상은 더욱 심각하다. 불과 며칠 전, 10만여 명이 런던 중심가에서 대규모 시위를 열어 ‘통제 불능’ 이민 문제에 항의했다. 노동당 내부에서도 스타머 총리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영국이 가장 잘하는 것: 의전(儀典)과 소프트파워

“영국은 왕실 전통과 고풍스러운 예식을 무기로 삼아 세계를 사로잡는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왕실 팬임을 자처해 왔다. 2019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초청으로 처음 국빈방문을 경험한 그는 윈저성 마차 퍼레이드, 버킹엄궁 연회 같은 ‘화려한 이미지 메이킹’에서 큰 만족을 표한 바 있다.

이번에도 윈저성 앞뜰에서는 군악대 ‘로열 살루트’가 울리며, 이어 골드 스테이트 코치(왕실 마차) 행렬이 도시를 가로지른다. F-35 스텔스 전투기와 영국 공군 곡예비행단 ‘레드 애로스’가 편대 비행을 선보이는 장면은 영미 동맹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예정이다.

Tech C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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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투자 논의가 핵심이다. 목요일(18일)에는 총리 전용 별장 ‘체커스(Chequers)’에서 양국 정·재계 인사가 모여 기술·에너지 동맹을 논의한다. 영국은 이미 트럼프 행정부와 10%의 기본 관세를 적용하는 1차 협정을 맺었으나, 이번 회담에서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인하를 노린다.

이 자리에서는 신규 원전 프로젝트, 인공지능(AI) 공동 연구, 반도체 공급망 등도 거론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 잃어버린 ‘제조업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미국과의 기술 제휴가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전문 용어 간단 해설

  • State Visit(국빈방문): 왕 또는 국가원수가 공식 초청하는 최상위 단계 방문. 의장대 사열, 국빈만찬 등을 포함한다.
  • F-35: 록히드마틴이 제작한 다목적 스텔스 전투기. 영국·미국 등 여타 동맹국이 운용한다.
  • Chequers: 잉글랜드 버킹엄셔에 위치한 총리 전용 교외 별장. 외교·안보 회담이 자주 열린다.

스타머 총리에게 절실한 ‘호재’* 현지 여론조사기관 유고브(YouGov)가 9월 8일 실시한 조사에서 정부에 대한 부정 평가는 69%, 긍정 평가는 12%에 불과했다. 내년 5월 지방선거에서 노동당이 성적표를 받게 되면 스타머의 정치 생명은 시험대에 오른다.

시장전략가 빌 블레인은 “노동당은 압도적 의석에도 불구하고 단호한 정책 추진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블레인의 분석은 “리더십 부재”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투자자 신뢰도 악화시키고 있다.

Flag setup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에 상당한 호감을 드러내 왔다. 6월 브뤼셀 회의에서 “영국은 보호받는다. 내가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한 것은 대표적이다. 스타머 내각이 이 친밀감을 경제·외교적 성과로 전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기자 시각

필자는 브렉시트 이후 영국이 ‘글로벌 브리튼’을 외치며 미국·인도·호주 등과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한 과정을 지켜봤다. 그중 미국과의 관계가 가장 큰 의미를 갖는다. 특히 높은 관세로 고전 중인 영국 철강업계를 살리려면 이번 회담에서 쿼터 확대관세 경감을 반드시 끌어내야 한다고 본다. 동시에 노동당은 ‘친기업’ 이미지 강화로 투자자 신뢰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예측 불가능성은 변수다. 연설 한마디, 트윗 한 줄이 외교적 골칫거리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영국 외교 당국의 치밀한 시나리오 관리가 요구된다.

결론적으로, 트럼프 방영은 스타머 총리에게 ‘기회이자 위험’이다. 궁극적 평가는 관세 협상 결과, 그리고 2026년까지 이어질 양국 경제 지표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