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중앙은행, 고용·물가 딜레마 속 금리 인하 임박

런던발 영국 중앙은행(Bank of England, BoE)이 12개월 만에 다섯 번째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만성적인 인플레이션 우려가 정책 위원들을 갈라놓으면서 향후 통화정책 경로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2025년 8월 6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앤드루 베일리(Andrew Bailey) 영란은행 총재와 다수의 통화정책위원회(Monetary Policy Committee, MPC) 위원들은 기준금리(Bank Rate)를 현행 4.25%에서 4.00%로 0.25%p 내리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는 고용시장 둔화와 고용주 부담을 가중시키는 세금 인상, 그리고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중(對中) 관세 정책 여파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MPC 9인 중 두 명은 경기 부양을 위해 보다 큰 폭의 인하를, 또 다른 두 명은 물가 상승 압력을 이유로 동결을 주장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지난 5월 회의에서 나타난 3분할(컷·동결·빅컷) 구도와 유사하다.


📌 “점진적·신중” 기조, 유지될까

투자자들은 BoE가 차기 통화정책 성명에서

“gradual and careful(점진적이고 신중한)”

이라는 기존 표현을 유지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해당 문구가 3개월마다 1회씩 완만한 인하 사이클을 암시한다고 해석해 왔다.

그러나 물가 상승률이 중앙은행 전망치를 상회하고 있으며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향후 몇 달 내 4%까지 치솟을 것으로 본다. 이는 BoE의 2% 목표의 두 배다.

컨설팅사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Pantheon Macroeconomics)는 이번 인하가 당분간 마지막 인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투자은행 에버코어(Evercore)는 고용 둔화가 심화되면 하반기 추가 속도조절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한다.


📈 시장 예상과 금리 경로

금융시장에서는 11월 추가 인하 가능성을 대부분 가격에 반영하고 있으나, 2026년까지는 1~2차례에 그쳐 최종금리 3.25~3.50% 수준을 예상한다. 이는 유로존 기준금리 2.0%보다 여전히 높다.


💡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의 부담

높은 물가 기대는 BoE의 통화 완화 속도를 제약한다. 영국 소비자 설문에서 물가 전망치가 고공행진하면서,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에만 집중할 수 없는 구조다.

“만약 내가 노동자라면, 과연 물가가 2%로 복귀하리라는 말을 믿을 수 있을까?”

국립경제사회연구소(NIESR)의 스티븐 밀러드(부소장)는 이같이 반문하며, 설령 자신은 믿는다 해도 임금 인상 압력이 당분간 잔존할 것으로 내다봤다.

BoE는 2027년 초에야 2% 목표 복귀를 예상한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미 물가가 목표 하단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지난해 6월 이후 여덟 차례 금리를 내렸다.


🧾 임금·고용 지표의 엇갈림

영국 임금상승률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급등한 뒤 완만히 둔화됐으나, 최근 자료 기준 약 5%로 여전히 BoE가 물가 목표와 조화된다고 보는 3%를 상회한다.

동시에 고용 속도는 냉각되고 있다. 정부의 고용주분 사회보장세 인상과 미국·중국 간 무역갈등 심화가 수출·제조업 일자리에 부담을 주면서, 중앙은행은 경기 하방 위험과 물가 위험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놓여 있다.


📅 향후 일정

BoE는 영국표준시(UTC) 11시(한국시간 20시)에 MPC 의결 결과와 경제 전망치를 발표한다. 30분 뒤 베일리 총재 및 핵심 인사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시장과 대화를 이어갈 계획이다.

또한 중앙은행은 대규모 국채 포트폴리오(Quantitative Tightening 보유분) 축소 프로그램의 효과를 평가하고, 9월에 12개월간 매각 속도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는 채권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줄 핵심 변수다.


📝 용어·배경 설명

MPC는 영국판 FOMC로, 9명의 위원이 기준금리와 자산 매입·매각 등 통화정책을 결정한다. 다수결 원칙이며 동수일 때는 총재가 캐스팅보트를 행사한다.

Bank Rate는 한국의 기준금리에 해당하며, 시중은행 대출·예금 금리의 기준점 역할을 한다.

점진적·신중(gradual and careful)이란 표현은, 시장 참가자들이 BoE가 과도한 시장 충격을 피하기 위해 한 번에 큰 폭의 인하 대신 분기당 0.25%p 정도씩 인하할 것이란 시그널로 받아들여 왔다.


🔍 기자의 분석·전망

필자의 견해로는, 현 시점에서 BoE가 인플레이션 기대 관리를 위해 “매파적 인하”(dovish cut)라는 절충안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실제 금리 인하를 단행하되, 성명서와 기자회견을 통해 “추가 인하는 데이터에 달렸다”는 메시지를 반복하며 시장의 과도한 완화 기대를 제어하는 방식이다.

특히 노동시장 냉각이 가시화되는 연말~내년 초에는 BoE가 유럽중앙은행과의 정책 괴리를 좁히기 위해 인하 속도를 높일 여지가 남아 있다. 다만 영국 특유의 높은 서비스 물가·임대료 상승 압력이 완화되지 않는 한, 3%대 중반에서 금리 인하 사이클이 멈출 가능성 역시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물가와 임금의 엇갈림이 해소되지 않는 한, 베일리 총재가 강조해 온 “데이터 디펜던트(data-dependent)” 접근법이 지속될 것이며, 이는 시장 변동성을 상시화하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기사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