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소매물가, 2024년 4월 이후 최대 폭 상승… 식료품 가격 4% 급등

[영국 런던] 영국 소매물가가 7월 들어 전년 동월 대비 0.7% 상승하며 1년 3개월 만에 가장 가파른 오름세를 기록했다. 특히 식료품 물가는 4.0% 급등해 소비자 체감 물가 압력을 한층 높이고 있다.

2025년 7월 28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영국소매연합(BRC)과 시장조사업체 닐슨IQ가 공동 집계한 7월 BRC 쇼프 프라이스 인덱스(BRC Shop Price Index)는 전년 대비 0.7% 상승해 6월(0.4%)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이는 2024년 4월 이후 최대 상승률이다.

식료품 부문만 떼어놓고 보면 전년 동월 대비 4.0% 상승해 6월(3.7%)보다 더 빨라졌다.

가족들은 여섯 달 연속 오르는 식료품 물가로 장바구니 부담이 커졌을 것“이라고 헬렌 디킨슨 BRC 최고경영자(CEO)는 밝혔다.


① BRC와 지표 해설
BRC(British Retail Consortium)는 영국의 주요 소매업체들이 가입한 산업단체로, 매달 식료품·비식료품 가격 동향을 조사해 발표한다. 소매물가(BRC Shop Price)는 소비자물가지수(CPI)보다 상품 범위가 좁지만, 유통 단계 가격 변화를 조기에 포착한다는 점에서 영국 중앙은행(BoE·잉글랜드은행)의 물가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② 품목별 변동 요인
조사에 따르면 고기·차(Tea) 등 기초 식재료 가격이 국제 공급 감소로 크게 올랐다. 반면, 계절 요인과 재고 조정을 반영한 패션·가구 부문 할인 판매가 일부 상쇄 효과를 냈다.

영국 식료품 코너

③ 다른 조사와 비교
시장조사기관 월드패널(Worldpanel)은 7월 13일까지 4주간 식료품 물가5.2% 상승했다고 별도 발표했다. 이는 2024년 2월 이후 최고치다. 서로 다른 조사지만 모두 식료품 인플레이션 가속을 시사한다.


④ 헤드라인 물가와 통화정책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6월 헤드라인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3.6%로 5월(3.4%)보다 높아졌다. 이는 9월 3.7% 정점을 예상한 잉글랜드은행 전망치 상단에 근접한 수준이다. 중앙은행은 물가가 목표(2%)로 복귀하는 시점을 2027년으로 본다.

BoE는 8월 7일 기준금리를 지난해 8월 이후 다섯 번째로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점진적이고 신중한(careful and gradual) 인하 기조”

를 고수할 방침이다.

영란은행 건물

⑤ 소비 여건 악화
영국산업연맹(CBI)은 7월 소매판매 지수가 10개월 연속 감소했다고 밝혔다. 다만 감소폭은 6월보다 완화됐다. 물가 상승과 실질소득 정체가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BRC 조사는 7월 1~7일 기간 영국 전역 매장에서 수집한 가격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통계 전문가들은 “이른 시점에 발표되는 만큼 7월 전체 물가 흐름을 예측할 단서“로 활용된다고 설명한다.


⑥ 기자 해설·전망
전문가 시각에서 보았을 때, 식료품 등 필수재 가격이 공급 충격으로 오르면서 정책당국의 선택지가 좁아지고 있다. BoE가 성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완만한 금리 인하에 그칠 경우, 하반기 소비 위축이 심화될 수 있다. 반대로 과감한 인하를 단행하면 파운드화 약세·수입 물가 상승이라는 역효과가 우려된다.

또한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성, 영국·EU 간 통관 비용, 기후 변화에 따른 농산물 수급 차질 등 구조적 요인이 겹치면 식품 인플레이션이 쉽게 진정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소매물가 지표는 CPI보다 한 달가량 빠르므로, 8~9월 CPI에서도 상승 압력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투자자뿐 아니라 가계·기업 모두 유동성 관리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