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민, 5년 후 인플레이션 3.8% 전망…2019년 이후 최고치

【런던】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ank of England·BoE)이 실시한 최신 설문에 따르면, 영국 국민이 향후 5년 뒤 예상 물가상승률을 3.8%로 내다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지난 5월 조사치 3.6%에서 0.2%포인트 상승한 결과다.

2025년 9월 12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8월에 실시됐으며 긴 시간 억눌린 물가 부담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가 여전히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단기 기대 인플레이션도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영란은행은 향후 12개월 예상치가 3.6%로, 2023년 이후 2년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5월 조사에서 집계된 3.2%보다 0.4%포인트 오른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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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단기 기대치가 동반 상승했다는 점은 통화 당국의 정책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면 실제 물가경로에 영향을 미쳐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추거나 긴축 강도를 유지해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반면, BoE는 물가 및 임금 흐름이 완화될 경우 점진적 금리 조정을 모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반복해 왔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생활비 압력과 미래 가격 전망은 중앙은행의 정책 신뢰도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경제학계는 이번 결과가 영란은행의 정책 메시지 전달력에 대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설문 개요와 의미

BoE가 분기마다 실시하는 ‘Inflation Attitudes Survey’는 무작위 표본 방식으로 약 2,00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다. 응답자는 지난 1년, 향후 12개월, 향후 5년 물가에 대한 인식을 밝혔다. 5년 기대치는 장기 인플레이션 전망의 대표 지표로 활용되며, 금융시장의 장기 금리와 임금협상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3.8%라는 수치는 2019년 조사 이래 가장 높은 만큼, 영국이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겪어 왔던 공급망 충격, 에너지 가격 급등이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동시에 서비스 가격·임금 압력이 둔화되고 있다는 최근 일부 통계와는 상반된 결과여서 시장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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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 설명: 인플레이션 기대

‘인플레이션 기대(inflation expectations)’란 가계·기업이 미래 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정도를 뜻한다. 기대치가 높으면 소비자는 지출을 앞당기고 기업은 가격을 선제적으로 올리는 경향이 강화돼 실제 물가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 따라서 중앙은행은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기충족적 예언’으로 보고 면밀히 감시한다.

이번 조사 결과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이 영국에서 다소 지연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이 예상하는 기준금리 경로와 국민 체감 물가 간 괴리가 커질 경우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지적한다.


전망과 변수

향후 몇 달간 영란은행이 주목할 변수는 국제 유가 흐름, 주요 교역 상대국 경제 여건, 국내 임금 성장률이다. 이들 요인이 완화된다면 기대 인플레이션도 순차적으로 하향 안정될 수 있다. 그러나 5년 기대치가 고점 수준을 유지한다면 시장은 최소 연말까지 높은 정책금리 기조를 가격에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

결론

3.8%라는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은 영국 통화정책·재정정책·노동시장 협상 전반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칠 전망이다. BoE의 다음 통화정책회의에서 데이터 의존적 접근이 얼마나 확고히 유지될지, 그리고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압력이 실제로 둔화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