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0.25%p 인하 결정 뒤에 숨은 ‘닷 플롯’ 균열…정책 경로 놓고 시각차 뚜렷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이번 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는 데 일치된 표결을 이끌어 냈으나,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둘러싼 내부 의견 차가 크게 벌어져 있음을 확인시켰다.

2025년 9월 18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월가가 예상한 다수의 반대를 뒤로하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수요일 회의에서 11 대 1의 압도적 표차로 금리 인하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동반 공개된 점도표(dot plot)는 앞으로 얼마나, 얼마나 자주 추가 인하가 이뤄질지를 두고 위원들의 견해가 팽팽히 갈라져 있음을 보여준다.

정책위원들의 예상치를 시각화한 이번 점도표에서는 올해와 향후 3년 동안 금리 인하 횟수에 대해 극명한 분산이 나타났다. 국내총생산(GDP), 인플레이션, 실업률에 대한 전망치 역시 편차가 컸다. 다시 말해 최종 표결은 일방적이었지만, 경제전망요약(SEP) 지원 문서에서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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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 해설1독자 이해도 제고

• ‘닷 플롯’은 FOMC 각 위원이 예상하는 연방기금금리 수준을 점으로 찍어 배열한 그래프다.
• ‘SEP’(Summary of Economic Projections)는 FOMC 위원들의 GDP·물가·실업률·금리 전망치를 모아 분기별로 공개하는 문서다.
•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은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동시에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뜻하며, ‘매파’(hawkish)·‘비둘기파’(dovish)는 각각 긴축·완화를 선호하는 통화정책 성향을 의미한다.


다니엘 노스 알리안츠트레이드 북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금융위기 이후로는 이런 흥미로운 시기가 다시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 그때가 시작에 불과했다”며 현 상황을 평가했다.

SEP에 따르면 연준은 인플레이션(2%) 목표가 2028년에야 달성될 것으로 내다봤고, 실업률은 대체로 안정적이며 경기침체는 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노동시장과 물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해 각 전망 구간(밴드)은 상당히 넓다.

물론 점도표와 SEP의 차이는 0.1%포인트 단위로 미세해 향후 지표에 따라 충분히 바뀔 수 있다. 그럼에도 노동시장 둔화완강한 물가가 동시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 라이트’ 국면에서 이런 미세한 변화가 시장에 주는 충격은 결코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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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전문가들은 이례적인 분산에 주목했다. EY-파르테논의 그레고리 다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점도표 중간값이 10월·12월 두 차례 추가 인하를 가리키지만, 개별 전망 간 격차가 놀라울 정도로 크다”고 평했다.

실제로 두 차례 추가 인하를 지지한 위원은 10명, 반대한 위원은 9명으로 불과 한 표 차였다. 2026년 전망에선 1.25%포인트(정책 변동 5회분에 해당)가 가장 매파적‧비둘기적 인사 간에 벌어졌다.

2027년에는 격차가 더 커졌다. 시장에서 ‘미란(Miran) 점’으로 불리는 스티븐 미란 신임 이사의 예상치는 단독 최저치(2.25~2.5%)에 위치, 현재 금리보다 1.75%포인트 낮았다.

의장 제롬 파월은 이런 분열 양상을 두고 “점도표를 목표가 아닌 다양한 가능성의 지형도로 봐야 한다”고 강조하며 “위원회가 선택지를 열어 두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닉 콜라스 데이터트렉리서치 공동창립자는 “의장이 단기 결정과 관련해 ‘완전한 지적 정직성’을 드러냈다”며 “가까운 시점의 금리 결정을 두고도 옵션을 확보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상황의 복잡성을 방증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미란 점’과 연준의 향방

미란 이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지명한 인물로, 임명 직후 열린 이번 회의에 참여했다. 그는 더 낮은 금리를 선호하는 강력한 ‘비둘기파(outlier)’로 나타났지만, 월가에서 우려했던 ‘그림자 의장(shadow chair)’ 역할을 하진 않았다.

백악관 측, 특히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미란의 임기가 2026년 1월 말 만료될 예정이며, 그 직전까지 불과 3회의 FOMC만 남았다며 영향력을 제한했다. 임기 종료와 함께 ‘미란 점’도 점도표에서 사라질 전망이다.

그럼에도 그의 재임 기간은 향후 트럼프 행정부가 연준에 임명할 인사가 ‘합의 도출’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선례가 될 수 있다. 파월 의장도 “위원회 내에서 정책을 움직이려면 데이터에 기반한 설득력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파월 의장은 2026년 5월 임기 만료 전까지 고용시장에 안전판을 놓으면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는 정교한 균형을 도모해야 한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예고한 관세가 물가에 어떤 압력을 줄지 불확실성이 크다.

RSM의 조지프 브루수엘라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이중 목표(물가 안정·최대 고용) 사이의 긴장이 금리·성장·물가·실업률 전망에 내재한 불일치를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예상보다 물가가 높아질 경우, 고착적 인플레이션이 현실화될 수 있다”며 정책 신뢰도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문가 시각: ‘0.1%p’에도 흔들리는 시장

이번 발표는 공식 수치상 미세한 차이에 불과하지만, 노동시장 둔화와 물가 압력이라는 복합적 상황에서 점도표의 미묘한 이동마저 시장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2027년까지 이어질 수 있는 내부 분열은 장기 금리 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키우며, 국채 수익률곡선과 달러화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시장 참여자들은, ‘파월의 유연한 스탠스’와 ‘미란 점’이 투영하는 완화 압력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려 분주할 전망이다. 통화정책이 데이터에 철저히 종속되는 현 상황에서는 고용·물가 지표가 나올 때마다 점도표가 재편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