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데이터 분석 이중석(경제 칼럼니스트)
■ 프롤로그: 왜 ‘통화정책 도구’인가
지난달 미 의회는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발의한 ‘준비금 이자 지급 폐지’ 법안을 계기로 연준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도입한 핵심 통화 수단을 전면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차기 의장 인선을 둘러싼 정치 공방이 거세지며 ‘통화정책의 도구 상자(tool-box)’가 15년 만에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부각되고 있다.
본 칼럼은 ① 준비금 이자(Interest on Reserves) 체계 개편, ② 대차대조표 축소(QT) 가속, ③ 정치적 독립성 약화라는 세 갈래 변화를 집중 분석한다. 특히 장기(≥1 년) 관점에서 주식·채권·달러·실물 경제·글로벌 자본 흐름에 어떤 연쇄 효과를 일으킬지 객관적 데이터와 계량 모델을 접목해 점검한다.
Ⅰ. 준비금 이자 체계: ‘풍부한 준비금’에서 ‘준비금 부족’으로?
1. 도입 배경과 현재 규모
2008년 10월 연준은 IOER(초과지급준비금 이자)를 도입해 기준금리를 ‘현금 시장 거래’가 아닌 ‘중앙은행-상업은행 간 단일 금리’로 직접 고정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후 양적완화(QE)로 준비금이 급증하면서 ‘풍부한 준비금(ample reserves) 체계’가 정착됐다. 2024년 말 기준 은행권 초과지급준비금은 3.2 조 달러, 지급 이자율(현재 5.40%)은 연준의 정책 상단과 사실상 같다.
연도 | Fed 초과준비금(조 $) | IOER/IORB 금리(%) | 정책 상단(%) |
---|---|---|---|
2019 | 1.45 | 1.55 | 1.75 |
2021 | 3.85 | 0.15 | 0.25 |
2024 | 3.20 | 5.40 | 5.50 |
2. 폐지 시나리오가 의미하는 것
- 단기금리 결정 메커니즘이 다시 연방기금시장(fed funds market) 유동성에 의존하게 된다.
- 연준은 목표 금리를 유지하기 위해 대규모 공개시장 매각(OMO) + 역RP 잔고 축소를 강제당할 수 있다.
- 이는 유동성 흡수→장단기 금리 변동성 확대→리스크 프리미엄 상승으로 이어질 확률이 크다.
시뮬레이션(WRDS-FRED DB 기준) 결과, 준비금 잔고가 1 조 달러 이하로 떨어질 경우 3개월 T-bill 금리는 최대 40 bp, 2년물 국채금리는 최대 60 bp 급등할 수 있다.
3. 주식시장에 주는 장기 시그널
1994‒2024년 패널 회귀에서 초과준비금 1% 감소 → S&P500 PER 0.15배 하락이라는 통계적 관계가 확인된다(R² = 0.42, p < 0.01). 만약 의회가 IOER 폐지를 확정하고 연준이 ‘준비금 부족(scarce)’ 체계로 회귀한다면, PER 디레이팅이 1.5‒2.0배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빅테크를 포함한 고밸류 성장주에 구조적 역풍이 불 가능성이 높다.
Ⅱ. 대차대조표 축소(QT) 가속과 국채 시장 수급
1. 현재 QT 속도와 한계
연준은 2022년 6월부터 월 950억 달러(국채 600억 + MBS 350억) 한도로 보유 자산을 축소해 왔다. 다만 2024년 11월부터는 금융시장 스트레스를 이유로 국채 → 700억 달러, MBS → 200억 달러로 속도를 완화했다.
2. 정치권의 ‘더 빨리 줄여라’ 압박
보수 진영의 ‘Project 2025’ 문건은 “연준 자산을 3년 내 4 조 달러 이하로 감축”을 목표로 제시한다. 이를 달성하려면 월평균 1,200억 달러 이상의 축소가 필요하다. 10년물 국채 공급은 현 1.6 조 달러에서 2.1 조 달러로 급등하고, 벤치마크 듀레이션은 7.2년→7.6년으로 늘어 채권 듀레이션 리스크가 증폭된다.
BoA의 MOVE 지수 탄력도 분석에 따르면, 연준 순매수 +1 조 달러 ↔ 10년물 변동성 −12pt인 반면, 순매도 전환 시 +1 조 달러당 15pt 상승 비대칭이 존재한다. 이는 변동성 쇼크가 주식 VIX로 전이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3. 부채한도·재정적자와의 ‘3각 연쇄’
2024년 4분기 미국 연방 재정적자는 GDP 대비 6.3%로 늘었고, 2025 회계연도 차입 예정액은 1.01 조 달러다. QT 가속→연준 매수 부재→민간 소화 능력 한계가 겹치면 ‘국채 발행-금리 상승-적자 확대’의 피드백 루프가 현실화될 수 있다.
시나리오 | 연준 보유 자산(말) | 10Y 금리 | S&P500 실질 PER |
---|---|---|---|
현상 유지 | 6.1 조 $ | 4.4% | 19.5배 |
QT 가속 | 4.8 조 $ | 5.2% | 17.8배 |
QT+IOER 폐지 | 4.0 조 $ | 5.9% | 16.2배 |
위 표는 이중석 모델(US Macro-Valuation v3.1) 추정값이다.
Ⅲ. 연준 독립성 vs. 정치화: 거버넌스 리스크
차기 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스콧 베센트·케빈 워시·케빈 해셋 모두 ‘저금리+대차대조표 축소’라는 정책 미스매치 조합을 선호한다. 이 조합은 주택·주식·회사채 버블 억제 효과를 기대하지만, 통화파급경로가 크로스 사이클(cross-cycle)로 엇갈려 정책 신뢰도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
- 저금리 → 소비·실물 투자를 자극(확장)
- QT → 금융자산 시가총액·유동성을 압축(수축)
결국 두 개의 페달을 동시에 밟는 자동차처럼 정책 효율이 떨어질 공산이 크다.
Ⅳ. 자산별 중장기(1-3 년) 영향도 매트릭스
자산군 | 기준 시나리오 대비 영향 | ||
---|---|---|---|
IOER 폐지 | QT 가속 | 복합 시나리오 | |
미국 대형주 | – | – | — |
러셀2000 | — | — | — |
투자등급 회사채 | – | — | — |
금 | + | + | ++ |
달러지수 | + | ++ | + |
비트코인 | + | – | ± |
부호: + 호재, – 악재, ± 중립, 개수는 강도
Ⅴ. 리스크 관리 및 전략적 제언
1. 기관투자가
- 듀레이션 민감도가 낮은 T-bill Ladder 비중을 확대해 채권 포트 감가를 완충한다.
- 주식은 무형자산·AI 기반 기업이라도 CFO 마진·FCF yield가 견조한 종목 중심으로 리밸런싱한다.
- 달러 롱/유로 숏 전략은 QT 가속 국면에서 헤지 수단이 될 수 있다.
2. 리테일 투자자
누적수익률이 높은 S&P500 시가총액 가중 ETF 비중을 동등가중 ETF(RSP) 혹은 배당가중 ETF로 일부 교체해 밸류에이션 디레이팅 위험을 경감한다.
3. 정책 당국
재무부와 연준은 국채 발행 패턴 재설계(단기물 확대, buyback 프로그램 도입)를 통해 QT-발 국채 수급 충격을 흡수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스탠딩 환매조건부(Standing Repo Facility) 한도를 탄력적으로 조정해 달러 자금시장 경색을 미연에 차단해야 한다.
Ⅵ. 결론: 통화정책 ‘2막’의 키워드는 정치-유동성-밸류에이션
IOER 폐지와 대차대조표 축소 가속은 그 자체로 금리 수준·금리 구조·금리 변동성 모두를 뒤흔든다. 시장은 이미 연준 독립성 훼손 프리미엄을 10년물 금리에 20-30 bp, S&P500 PER에 1.0-1.2배 정도 선반영했다. 그러나 준비금 체계가 실제로 전환되고 QT 속도가 배가된다면 PER 추가 디레이팅 1.5-2.0배, 10년물 50-70 bp 추가 상승까지도 현실적이다.
결국 핵심은 ① 정치적 압박 하에서도 ‘데이터 중심’ 명분을 지킬 새 의장, ② 국채 수급 충격을 흡수할 시장 친화 대차대조표 전략, ③ 준비금-역RP 시장 UX(사용 경험) 개선을 통한 단기금리 안정에 달려 있다. 이 세 축이 균형을 이루지 못할 경우 2025-2027년 미국 경제는 ‘저성장 + 고금리 + 높은 밸류에이션 변동성’이라는 20년 만의 낯선 조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는 이제 미-중 무역 협상이나 관세 헤드라인보다, 연준의 도구 상자 자체가 바뀌는지에 훨씬 더 깊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단기 트레이딩 신호가 아니라 밸류에이션의 ‘분모(할인율)’를 바꾸는 거대한 구조 변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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