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Fed)의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서 30여 년 만에 가장 많은 이사(워싱턴 본부 보드 멤버)들이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2025년 7월 3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연준은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연 4.25%~4.50% 범위로 동결하기로 했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월러(Christopher Waller) 이사와 미셸 보우먼(Michelle Bowman) 부의장(은행 감독 담당)은 25bp(0.25%p) 인하를 주장하며 결정에 반대표를 던졌다.
세인트루이스 연준 자료에 따르면 워싱턴 본부 이사 두 명이 동시에 공식적으로 ‘디센트(dissent·반대투표)’를 행사한 것은 1993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연준의 공식 기록에서 이사급 반대는 매우 드문 일이며, 과거 반대표 대다수는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에게서 나왔다.1
■ 반대 사유 및 발언 요지
“경기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모멘텀이 크게 둔화됐고, 고용 목표에 대한 리스크가 커졌다.” – 크리스토퍼 월러, 7월 17일 연설 중
월러 이사는 7월 17일 연설에서 단기 차입비용(federal funds rate)을 낮춰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소 완화됐고, 관세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우먼 부의장은 6월 23일 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 관세가 물가를 급격히 끌어올릴 것이라는 우려는 과도하다”며 “물가상승 압력이 억제된다면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검토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 연준 내부의 엇갈린 시각
그러나 다수의 정책위원들은 물가 오름세가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관세로 다시 고착될 위험성을 우려하며, 섣부른 완화보다는 “데이터를 더 지켜보자”는 신중론을 유지했다.
제롬 파월(Jerome Powell) 의장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오늘은 매우 생산적이었다”며 반대표에 대해 “각 위원이,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위원은 자신의 사고 과정을 명확히 설명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좋은 토론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9월 회의에 대해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며 “향후 지표를 면밀히 주시하면서 현재 연방기금금리가 적정한 수준인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러 이사는 차기 의장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된다. 그는 관세 인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물가 충격을 일회성이라 평가하며, 경기 둔화·고용 위축 위험이 더 크다고 주장해 왔다. 파월 의장은 이에 대해 “단발성 가격 수준 변동일 가능성이 있지만, 장기적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위험도 존재하므로 면밀히 관리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 디센트의 역사적 의미
연준 내부 반대표는 집단사고(groupthink) 논란을 방지하는 건강한 의견 다양성의 지표로 간주된다. 통상 경기 불확실성이 높을 때 디센트 빈도가 증가해 왔다.
예컨대 2019년 10월에는 지역 연은 총재 두 명이 동결에 반대했으며, 2024년에는 지금까지 총 두 건의 반대가 있었지만 모두 지역 총재였다. 2023년에는 공식 반대표가 한 차례도 없었다.
이번처럼 이사급 두 명이 동시에 반대한 사례는 1993년 12월(당시 금리 인상 논쟁) 이후 처음이어서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정책 공조 균열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 용어 설명2
FOMC(Federal Open Market Committee)는 정책금리·자산매입 등을 결정하는 연준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워싱턴 본부 이사 7명과 지역 연은 총재 12명(이 중 5명 의결권)이 참여한다. 이들 중 워싱턴 이사는 대통령이 임명하고, 지역 연은 총재는 각 은행 이사회·준비은행 시스템 통해 선출된다.
■ 기자 해설 & 전망
이번 이사급 반대는 정책 방향 전환이 임박했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실제로 노동 지표 둔화와 소비심리 약화가 심화되면 9월 또는 그 이후 회의에서 점진적 완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관세 인상으로 기업 마진이 압박을 받는다면 기업 가격 전가가 이어져 물가가 재차 고착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파월 의장과 다수 위원들은 추후 물가와 고용 간의 미묘한 균형을 확인한 뒤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할 전망이다. 월러·보우먼 디센트는 그 균형추가 완화 쪽으로 살짝 기울고 있음을 시사하지만, 단 둘의 반대만으로 정책 전환이 확정됐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시장은 이제 향후 CPI(소비자물가지수)·PCE(개인소비지출) 지표, 그리고 8월 고용보고서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 데이터를 통해 9월 동결·인하 여부가 가늠될 것으로 보인다.
1) 1993년 12월 회의 당시 두 명의 보드 멤버가 기준금리 인상에 반대한 바 있다.
2) 용어·기구 설명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원문에 포함된 사실관계와 일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