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이사 리사 쿡, 애틀랜타 주택을 ‘별장’으로 신고한 사실 드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 리사 쿡이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구입한 주택을 ‘Vacation Home(별장)’으로 신고한 대출 견적서가 공개됐다.

리사 쿡 연준 이사

2025년 9월 13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해당 문서는 2021년 5월 28일자로 워싱턴 D.C. 소재 Bank-Fund Staff Federal Credit Union이 발급했으며, 거래 완료 몇 주 전 쿡 이사가 대출 신청 과정에서 해당 주택을 ‘주거용(primary residence)’이 아닌 ‘별장’으로 명시했음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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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주택담보대출 사기 혐의로 고발된 쿡 이사를 둘러싼 핵심 쟁점과 직결된다. 행정부 측은 쿡 이사가 미시간 앤아버의 주택과 애틀랜타의 주택을 동시에 ‘주거용’으로 기재해 모기지 우대 혜택과 세제 특혜를 받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로이터가 확인한 새 문서는 이 같은 주장과 상충한다.

“해당 문서는 대출 신청 단계에서 차주가 주택 사용 목적을 ‘Vacation Home’으로 명확히 밝혔다는 점에서 쿡 이사에게 유리한 증빙이 될 수 있다.” ― 부동산 전문가 두 명의 공통된 견해


논란의 경과와 관련 문서

트럼프 행정부 주택금융청(FHFA)을 이끄는 빌 펄티 국장은 애틀랜타와 미시간 주택의 모기지 서류를 근거로 쿡 이사가 두 채를 모두 ‘주거용’으로 기재했다며 법무부에 수사를 의뢰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해임을 건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따라 해임 명령을 내렸으나, 쿡 이사는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며 소송으로 맞서고 있다.

로이터는 쿡 이사와 직접 연락이 닿지 않았으며, FHFA 대변인 역시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쿡 이사는 앞서 “어떠한 불법 행위도 없었다”는 입장을 반복해 왔으며, 자신이 소유한 주택은 미시간 앤아버의 주택(자택), 애틀랜타 별장, 매사추세츠 투자용 부동산 등 총 세 곳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논란의 핵심 서류는 표준 연방 모기지양식(Uniform Residential Loan Application)이다. 해당 양식에는 원칙적으로 차입 주택을 ‘주거용’으로 명시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으나, “대출기관이 서면으로 달리 합의한 경우 예외”라는 단서가 달려 있다. 이번에 공개된 애틀랜타 주택 대출 견적서는 바로 그 예외 조항이 적용된 사례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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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로, 애틀랜타 주택에 대해 주거용 세금공제(Homestead Exemption)를 신청한 사실이 없다는 풀턴카운티 세무당국 확인도 나왔다. 이는 쿡 이사가 실제로 해당 주택을 주거용으로 활용하지 않았음을 뒷받침한다.


보안 심사 서류 ‘SF-86’의 일관성

로이터가 별도로 확보한 SF-86 보안 심사 보충문서*에 따르면, 쿡 이사는 2021년 12월 연준 이사 취임 절차에서 애틀랜타 주택을 ‘2nd home(두 번째 주거지)’로 신고했다. 모기지 서류와 별개이지만, 두 문서 모두 주택 사용 목적이 일관적이라는 점이 확인돼 혐의 반박 근거로 제시된다.

* SF-86은 미국 공직자가 국가안보 관련 직위에 임명될 때 제출하는 상세한 신원·재정·주거 내역 조사서로, 허위 기재 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정치적 배경과 파장

이번 사안은 연준의 독립성을 둘러싼 백악관과 중앙은행 간 권력 갈등이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다. 2025년 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 인하 압박을 지속했고, 연준 위원들의 거듭된 거절이 이어지자 인사권을 무기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야 갈등 속에서 고위 공직자 가족의 재산 및 세금 문제까지 확전되는 양상이다. 로이터는 지난주 빌 펄티 국장의 부친과 계모가 미시간과 플로리다 두 주택을 모두 ‘주거용’으로 신고해 세금 감면을 받은 사례를 단독 보도했다. 해당 보도로 미시간 지방자치단체는 즉각 감면 취소 및 추징 조치를 단행했다.


전문가 시각

캐런 피츠제럴드 미시간주립대 부동산학 교수는 “모기지 서류상 ‘Vacation Home’ 표기는 대출기관과 차주의 합의가 선행됐음을 의미하며, 세금 공제를 신청하지 않은 사실까지 고려하면 형사 고발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반면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금융정책센터’제이 콜먼 연구원은 “정치권에서 연준 독립성을 놓고 벌이는 공세가 자칫 금융정책의 신뢰도까지 훼손할 수 있다”며 사태 장기화를 우려했다.


기술 용어 해설

Primary Residence(주거용 주택)은 소유주가 연중 대부분을 거주하는 집으로, 모기지 금리와 세금 공제에서 우대받는다. 반면 Vacation Home(별장)이나 Investment Property(투자용)로 분류되면 이자율과 세제 혜택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따라서 거주 목적을 고의로 잘못 신고할 경우 ‘모기지 사기’에 해당될 수 있다.

또한, 연방정부 SF-86은 고위 공직자가 정보 접근 권한을 얻기 위한 가장 엄격한 신원조사 양식으로, 개인정보부터 금융거래, 해외 방문 기록까지 상세 기재가 요구된다.


향후 전망

현재 법무부가 관련 서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에 새로 드러난 대출 견적서와 세무 기록이 쿡 이사의 방어 논리를 뒷받침하면서 형사 기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한층 낮아졌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백악관과 연준 간 인사 갈등이 지속될 경우 통화정책 결정 과정이 정치적 공방에 휘말릴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제도적 독립성이 흔들릴 경우 시장의 통화정책 신뢰가 저하돼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결국 핵심은 개인 윤리 문제가 아니라, 중앙은행과 행정부 간 균형과 견제의 원칙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