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통화정책의 ‘키 머니’가 교체 기로에 섰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026년 5월 임기가 만료되는 제롬 파월 의장의 후임을 물색하는 가운데, 블랙록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 릭 리더(Rick Rieder)가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다. 본 칼럼은 리더가 연준 의장에 오를 경우 향후 1년이 아닌 10년에 걸쳐 미국 경제·금융 시스템, 그리고 글로벌 자본 흐름에 어떤 구조적 변화를 초래할지 장기적 시계에서 조망한다.
1. 현황 진단 – 리더 카드 부상 배경
9월 12일 미국 재무부 장관 스콧 베슨트는 뉴욕에서 리더 CIO와 2시간에 걸친 비공개 면담을 진행했다. 백악관은 “11인 후보군”을 검증 중이라 밝혔지만, 업계에선 워시·린지·불라드 등 전통 학파 후보보다 ‘시장 실전형’ 리더가 가장 앞섰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왜 지금, 왜 리더인가. 답은 세 가지다.
① 금리 고점 일정 확정 이후 정책 → 시장이 아닌 시장 → 정책 피드백을 강화해야 한다는 정치권 요구.
② 7조 달러 머니마켓 자금이 드러낸 유동성 파라독스: 연준이 더 이상 ‘학술적 중립지대’에 머물 틈이 없다는 신호.
③ 블랙록이 보여준 거대 채권 포트폴리오 운용 + 실물기업 밸류체인 분석 결합 모델이 향후 ‘초대형 국채 공급 시대’에 맞춘 최적 해법이라는 정치적 계산이다.
2. 리더 프로필과 통화철학
- 경력: 美 재무부·연준 출신은 아니지만, 30년간 시장 최전선에서 2조 달러 이상의 채권·대체자산을 굴렸다.
- 철학: “금리는 리스크 가격이 아니라 리스크 변환의 결과”라는 ‘유동성 균형론’을 주창. 맨먼스(MMMF) · ETF · 레포시장을 통합 보며 ‘스프레드 역학’을 핵심 운용지표로 삼는다.
- 장점: 실시간 가격 데이터를 통한 이벤트-드리븐 정책 대응 능력.
- 약점: PhD 전통 부재로 의사결정 모델(DSGE·VAR 등)을 학술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수학적 공통 언어’가 부족하다는 지적.
3. 리더노믹스 시나리오 – 통화·거버넌스 쌍축 개편
3-1) 통화정책 트라이포커스
- 시장중심 중립금리(Nr) 재정의 – R*을 실시간 자본비용·유동성 프리미엄으로 가중평균, 분기 단위 갱신.
- ‘채권 프라임 딜러’와 연계된 대차대조표 옵션 – 국채 매입·매각을 “상설 스프레드 오퍼레이션(SSO)”로 전환, QT/QE 구분 완화.
- FRB 내부 AI 모니터링 오피스 신설 – 텍스트·가격 데이터 동시 분석으로 정책 래깅 최소화.
3-2) 거버넌스 재편
베슨트 장관·트럼프 캠프는 지역 연은 투표권 순환 규칙 수정, FOMC 의사록 발표 시차 축소, 통화정책 브리핑 월례화 등을 추진할 전망이다. 리더는 시장 소통에 능하다는 점에서 이 같은 ‘투명화 패키지’에 부합한다.
4. 긴 안목에서 본 네 가지 구조적 파급
① 국채 시장 – 초대형 공급 × 민간 흡수율
미 재무부는 2034년까지 매년 1.8조~2.2조 달러 신규 발행이 예상된다. 리더 체제는 단기 배정 확대 + 민간 레포창구 활용으로 가격 급등락을 억제하고, 5년 이내 국채 유동성 프리미엄을 20bp 안팎으로 압축할 가능성이 있다.
② 달러 패권과 국제 자본 흐름
시장 기반 금리 결정이 강화되면 달러 실질금리 변동폭은 줄어든다. 이는 ‘킹 달러’ 프리미엄을 점진 약화시키는 대신, 경상수지 악화 → 달러 초강세라는 과거 패턴을 완화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비달러 자산(금·위안화 표시 채권) 분산수요가 완화될 공산.
③ 은행·자본시장 규제
리더는 SIFI 스트레스시나리오에 ‘시장 유동성 지수’ 추가를 주장해 왔으며, 이는 대형은행의 HQLA 구조를 장기채 위주에서 T-bill · 레포수단 쪽으로 바꿀 수 있다.
④ 실물투자 vs 디지털자산
리더는 블록체인 기초자산 투자 경험이 풍부하다. 그가 의장이 되면 CBDC(디지털달러) 파일럿·스테이블코인 가이드라인이 가속될 전망이다. 이는 암호화폐 ETF → 디지털 국채 플랫폼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5. 투자전략 시뮬레이션 – 10년 로드맵
시계 | 금리전망 | 채권전략 | 주식전략 | 대체자산 |
---|---|---|---|---|
0~12개월 | 3차례 25bp 인하, 10Y 3.75 → 3.25% | 2~5년 듀레이션 늘리기, IG 크레딧 | 대형 AI·하이퀄리티 경기방어 | 금 가격 3,800$ 돌파시 분할 차익 |
1~3년 | Nr 재정의 효과로 장단기 스티프닝 | 롱 TIPS · 스프레드 마치기 | 자사주 매입 여력 큰 배당주 | 핵심 인프라·데이터센터 REIT |
3~10년 | 실질금리 1.5% 내외 안착 | 로우 볼라틸리티 바스켓, EM 현지통채 | 미드캡 리쇼어링 · 헬스케어 혁신 | 토큰화 국채·퍼미션드 블록체인 |
6. 리스크 체크리스트
- 정치 리스크: 상원 인준 난항 → 대행 체제 장기화 → 시장 불확실성 확대.
- 학술 커뮤니티 반발: 비 PhD 의장에 대한 ‘전문성 공백’ 논쟁.
- 글로벌 충격: 달러 실질금리 급락 시 EME (신흥국) 자본채널 전도.
- 기술 리스크: FRB AI 감시 체계 도입 과정에서 개인정보·사이버보안 이슈.
7. 결론 – ‘시장을 읽는 중앙은행’의 탄생과 과제
리더가 의장에 오르면 연준은 시장 정보 피드백 회로가 획기적으로 강화된, 말 그대로 ‘데이터-드리븐 중앙은행’으로 진화할 것이다. 이는 정책 신뢰 강화라는 기회와 실시간 변동성 과다 노출이라는 위험을 동시에 의미한다.
장기 투자자는 금리 정상화와 국채 발행 증가라는 거시 구조 변화에 대비해 채권 듀레이션, 대체자산, 디지털 금융 인프라까지 포괄하는 멀티-에셋 초과분산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끝으로, 정책·시장 ‘토끼를 둘 다 잡겠다’는 리더노믹스가 성공하려면 ① 연준 내부 학술·시장 양손잡이 의사결정, ② 백악관·의회의 정치적 자율성 존중, ③ 국채 공급·부채한도 등 재정 파트너십이 필수다. 그런 의미에서 차기 연준 의장 인선은 단순한 인사 넘어 미국 경제 패러다임 재편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투자자는 10년 뒤를 내다보며, 이제부터 시작될 ‘시장형 중앙은행 실험’을 예의주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