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의사록 공개 후 美 국채 보합권 마감

미국 국채 시장이 20일(현지시간) 장중 방향성을 잃은 채 등락을 거듭한 끝에 사실상 보합권에서 거래를 마쳤다. 채권 가격은 오전 한때 소폭 상승했으나 오후 들어 상승분을 반납하며 거의 변동이 없는 수준에서 거래를 종료했다. 이에 따라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전일 대비 1bp(0.01%포인트)도 되지 않는 4.296%로 소폭 하락했다.

2025년 8월 20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시장 참여자들은 23일 개막하는 와이오밍주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연설을 앞두고 뚜렷한 포지션을 잡기를 주저했다. 투자자들은 연준의 9월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향후 금리 전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파월 의장의 발언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파월 의장의 연설은 연방기금금리의 향배를 가늠하는 중대 이벤트로 평가받는다. 연설 내용이 매파적(긴축 선호)일 경우 채권 금리 상승·가격 하락이, 비둘기파적(완화 선호)일 경우 금리 하락·가격 상승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CME 그룹의 FedWatch Tool에 따르면, 파월 연설 전 기준으로 시장은 82.9%의 확률로 연준이 9월 회의에서 25bp(0.25%포인트)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FedWatch Tool은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파생상품 가격을 토대로 산출하는 확률 모델로, 시장에서 예상하는 정책금리 경로를 가늠할 때 널리 활용된다.

이날 국채 시장이 보합권에 머무른 또 다른 배경은 연준이 공개한 7월 29~3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다. 의사록이 공개되자 투자자들은 세부 내용을 신중히 해석하며 추가 매수·매도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 의사록 핵심 내용

의사록에 따르면 대다수 위원은 물가 상승 리스크가 여전히 경제 전망에 더 큰 위협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일부 위원은 고용 부진 가능성을 더 우려해 선제적 금리 인하를 지지했다.

특히 크리스토퍼 월러미셸 보우먼 이사(Governors)는 회의 당시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이들은

“관세 영향을 제외하면 물가 상승률이 연준 목표치인 2%에 근접했다”며 “추가 관세 역시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했다.

월러·보우먼 이사는 또 경제 성장 속도와 소비 지표 둔화를 들어 고용시장 하방 위험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의사록에 따르면 보우먼 이사는 “완만한 속도로 중립금리 수준을 향해 금리를 낮추기 시작하면 경기 추가 둔화와 노동시장 훼손 위험을 선제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사록은 거의 모든 위원이 “연준은 잠재적 경제 전개 상황에 시의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또한 통화정책 결정은 향후 발표될 각종 경제지표, 경제전망, 위험 균형을 종합해 이뤄질 것이라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관세 인상이 물가에 미칠 충격에 대해선 “규모와 지속성을 판단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기술했다. 이는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 향후 일정과 시장 변수

시장은 21일 발표될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 7월 기존주택 판매, 선행경제지수 등 지표를 주목하고 있다. 다만 잭슨홀 연설 전까지는 거래가 다소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은 1982년부터 캔자스시티 연방은행이 주최해 온 연례회의로, 전 세계 중앙은행 총재·재무장관·경제학자들이 모여 통화정책 현안을 논의한다. 역사적으로 벤 버냉키 전 의장의 2010년 추가 양적완화(QE2) 시사 등 시장에 큰 변곡점을 제공한 사례가 많아,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 기자 해설 및 시사점

이번 의사록은 대다수 위원이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우위로 판단했음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고용시장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드러났다. 이는 향후 한두 차례 추가 금리 인하 여지를 열어두면서도 물가 동향을 더 면밀히 관찰하겠다는 절충적 스탠스를 의미한다.

시장 측면에서 10년물 수익률이 4.3%대에서 안정된 것은 투자자들이 아직까지 경기 침체보다는 소프트랜딩(연착륙)을 기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잭슨홀 연설 이후 매파적 시그널이 강화될 경우,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가 추가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 82.9% 확률은 FedWatch Tool이 파생상품 시장 가격을 기반으로 산출한 값으로, 실제 연준 결정을 보장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