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지수, 연준의 완화적 발언에 0.24% 하락
미국 달러화가 18일(현지 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약세를 보였다. 연방준비제도(Fed) 이사인 크리스토퍼 월러(Christopher Waller)가 금리 인하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데다, 미시간대 소비자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가 하락해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대를 높였기 때문이다.
2025년 7월 18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DXY 달러지수(DXY00)는 전 거래일 대비 0.24% 내렸다. 월러 이사는 전날 저녁 연설에서 “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에 근접했고 상방 위험도 제한적이므로, 노동시장 악화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7월 29~30일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25bp(0.25%포인트) 인하하는 것이 타당하다”
고 밝혔다. 이 발언은 달러 매도 압력을 키웠다.
같은 날 발표된 미시간대 7월 단기(1년)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4.4%로, 전달 5.0%에서 0.6%포인트나 떨어져 5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장기(5~10년) 기대 인플레이션도 3.6%로 하락해 연준이 매파적 스탠스를 유지할 명분을 약화시켰다.
긍정적 주택지표·소비심리에도 달러 약세 지속
달러 약세 흐름은 견조한 미국 거시지표에도 불구하고 이어졌다. 6월 주택착공 건수는 전월 대비 4.6% 증가한 132만1,000호로 시장 예상치(130만 호)를 웃돌았고, 건축허가도 0.2% 증가한 139만7,000호로 깜짝 상승했다. 또한 미시간대 7월 소비자심리지수는 61.8로 5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상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만한 수치지만, 월러 이사의 발언 여파가 더 컸다.
DXY(달러지수)란 미 달러화 가치를 유로화·엔화·파운드·캐나다달러·스웨덴크로나·스위스프랑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가중평균한 지표다. 투자자들은 이를 통해 달러 전반의 강·약세를 빠르게 판단한다.
유로화·엔화·귀금속 동반 상승
달러가 약세를 보이자 EUR/USD 환율은 0.20% 상승했다. 유로존 5월 건설생산이 전월 대비 1.7% 감소하며 2년 6개월 만의 최대 낙폭을 보였고, 독일 6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년 대비 1.3%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달러 약세 효과가 유로화 강세를 견인했다.
엔화는 장중 한때 강세를 보였으나, 일본 참의원 선거 결과 불확실성과 재정 상황 악화 우려로 되돌림이 발생하면서 달러/엔 환율은 0.11% 상승했다. 같은 날 발표된 일본 6월 근원 CPI(식료품·에너지 제외)는 3.4% 상승해 17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 일본은행(BOJ)의 추가 완화 여력에 의문을 제기했으나 정치 변수에 묻혔다.
달러 약세와 미 국채 금리 하락으로 8월물 금 선물은 0.39% 오른 온스당 13달러, 9월물 은 선물은 0.42% 상승한 온스당 0.161달러에 마감했다. 월러 발언으로 금리가 인하될 경우 실질 금리가 내려갈 수 있다는 기대가 금·은의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를 부추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카드 재점화
무역 전선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50개국 이상에 10% 또는 15%의 보복관세 부과를 예고하는 서한을 8월 1일 발송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시장에 긴장을 더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EU와의 무역협상에서도 자동차 관세를 최소 15~20%로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돼 달러가 강세를 띠는 경우가 일반적이나, 관세 정책은 글로벌 성장 둔화를 야기해 연준의 완화적 정책 필요성을 키울 수 있다. 이에 따라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역설적 현상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시장 전망과 정책 시나리오
연방기금선물(FF) 시장은 7월 FOMC에서 25bp 인하 가능성을 5%, 9월 회의에서는 58%로 가격에 반영했다. 파생상품(선물·스왑 등) 가격은 투자자들이 연준 통화정책을 어떻게 베팅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실시간 지표다.
여전히 일부 매파적 연준 위원들은 “데이터 의존적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기대가 빠르게 안정되고 있어, 9월 또는 그 이후에는 점진적 완화 기조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월러 이사는 최근 견조한 고용시장에도 불구하고 선제적 완화를 통해 경기 연착륙(soft landing)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발언은 연준 내부에서 선제 인하론이 다시 힘을 얻고 있음을 시사한다. 만약 8월 1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카드가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재점화되어 연준의 9월 인하 가능성을 추가로 높일 수 있다.
전문가 시각: 달러 약세 얼마나 이어질까
시장 참가자들은 “달러 약세가 구조적 흐름인지, 단기 조정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통화정책·무역전쟁·정치 이벤트가 겹치면서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ECB(유럽중앙은행)·BOJ(일본은행)·BOE(영란은행) 등 주요 중앙은행들의 정책 스탠스도 결정적이다. ECB는 7월 24일 회의에서 25bp 인하 가능성이 1%에 불과하지만, 경기 침체 위험이 커지면 스와프시장에서 빠르게 확률이 상향 조정될 여지가 있다.
이처럼 “정책 불확실성의 퍼즐”이 맞물려 있는 상황에서, 달러 지수는 단기적으로 100선 안팎에서 박스권 등락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미 인플레이션 기대가 더 낮아지고 실제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경우 달러 약세가 재차 가속될 수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용어 해설
DXY 달러지수: 미 달러화를 6개 주요 통화 바스켓과 비교해 산출하는 지표로, 글로벌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달러 강·약세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FOMC 연방공개시장위원회: 미국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연준 내부 기구로, 정기 회의에서는 기준금리·자산매입 규모 등을 결정한다.
FF 금리(Federal Funds Rate): 미국 은행 간 초단기 자금(하루짜리)을 빌리고 빌려주는 금리로, 미국 기준금리 역할을 한다.
PPI: 생산 단계에서의 물가 변동을 보여주는 지표로, 소비자물가(CPI)에 선행하는 경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