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금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시 한 번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 완화 전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지수(DXY)는 전거래일 대비 0.27% 하락했고, 금 12월물은 온스당 3,686.40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2025년 9월 16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시장 참가자들은 17일과 1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100%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일부(5%)는 50bp 인하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 연말까지 총 세 차례 정도의 추가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베팅도 함께 확산되고 있다.
달러 약세 배경에는 유동성 수요 축소가 자리한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500 지수가 장중·종가 모두 역대 최고치를 다시 쓰면서 위험자산 선호가 강화됐고, 달러에 대한 안전 자산 수요가 줄어든 것이다. 여기에 뉴욕 연은이 집계하는 9월 엠파이어 스테이트 제조업지수가 3개월 만의 최저치(-8.7)로 급락해 미국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점도 달러 매도세를 부추겼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제조업지수란?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매월 뉴욕주 소재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경기 동향을 설문해 발표하는 지표다. 0을 기준으로 플러스(+)면 확장, 마이너스(-)면 위축을 의미한다. 통상 시장 선행지표로 활용되며 변동성이 큰 만큼 서프라이즈 여부가 달러와 금리, 주식시장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
연준 독립성 훼손 논란
달러 약세에는 통화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도 기여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이 극심한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금융불안 책임을 묻는다며 쿠크(Fed 이사)를 해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해외 투자자들이 Fed의 독립성 훼손을 우려해 달러 자산을 처분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더불어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의 스티븐 미런 고문이 현직을 유지한 채 연준 이사 후보로 검토되고 있다는 소식도 중앙은행 독립성 논쟁을 가열시키는 요인이다.
이와 같은 정치‧제도 리스크는 해외 자본 유출 가능성을 높여 달러 가치를 압박한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정치권 압력에 흔들린다면 국채·달러 매도세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경계감이 확대되고 있다.
유로화·엔화 동반 상승
유로/달러(EUR/USD)는 0.30% 상승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위원회 위원인 로베르트 코허가 “금리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끝나가고 있다”고 발언한 것이 통화정책 디버전스(차별화) 기대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독일 8월 도매물가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0.6% 하락하며 완화적 통화정책 가능성도 시사했으나, 시장은 Fed가 훨씬 더 공격적으로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편, 달러/엔 환율은 0.24% 떨어지며 엔화 강세가 나타났다. 미국 국채금리가 하락했고 일본이 경로경축의 날로 휴장하면서 거래량이 얕아진 가운데 달러 약세가 엔 강세로 직결됐다. 다만,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최근 참‧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과반을 잃은 뒤 사임하면서 정치 불확실성이 커진 점은 엔의 추가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금·은 가격 급등…사상 최고가 랠리
금 12월물은 전거래일 대비 0.88% 오른 온스당 3,686.40달러를 기록했고, 은 12월물도 0.31% 상승하며 14년 만에 최고치를 새로 썼다.
달러 약세와 글로벌 채권금리 하락이 귀금속 투자 매력을 끌어올렸으며, 프랑스 신용등급 강등(AA-→A+)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도 안전자산 수요를 자극했다.
“연말까지 Fed가 총 68bp를 인하할 것이라는 시장 가격이 형성돼 있다”
는 점도 금 가격 상승세에 불을 지폈다. 금리 인하는 보유 비용이 없는 금의 상대적 가치를 높이는 전통적인 호재다.
다만, S&P500이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면서 위험 선호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 금·은 가격 상단을 제한할 가능성도 있다. 또 ECB의 매파적(긴축적) 언급이 유럽 채권금리를 자극할 경우, 귀금속에 대한 투자 매력도 일부 희석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중국 지표 부진, 은 가격 상승 제동
중국 8월 산업생산 증가율이 5.2%(시장 예상 5.6%)에 그치고, 소매판매 증가율도 3.4%로 둔화된 가운데, 실업률이 5.3%로 6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신규 주택가격은 27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경기 둔화 우려를 가중시켰다. 산업 수요 비중이 높은 은 가격은 이러한 중국 경기 부진이 제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ETF 자금 유입도 귀금속 상승세를 거들고 있다. 지난주 기준 금 ETF 보유량은 2년 3개월 만의 최고치로, 은 ETF 역시 3년 만에 가장 많은 물량을 기록했다.
시장 전망 및 전문가 시각
파생상품 시장에서 스와프 금리는 10월 28~29일 FOMC에서 두 번째 25bp 인하 가능성을 82% 반영하고 있다. 연말까지 연방기금금리는 현재 4.33%에서 3.65%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실질금리(명목금리-물가상승률)를 낮춰 위험자산 가격 상승과 달러 약세, 귀금속 강세라는 ‘불평등 삼각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금이 온스당 3,700달러를 돌파한다면 추가 모멘텀이 형성될 수 있다”면서도 “주식시장의 위험 선호가 과도해질 경우 금에 대한 헤지(위험회피) 수요가 일시적으로 약화될 가능성”을 함께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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