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대형 은행 위한 ‘부담 완화’ 자본 규정 재설계 착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대형 은행의 자본규제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리스크 기반 자본 규칙을 새로 마련하기 위해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2025년 8월 1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연준은 2년 전 바이든 행정부가 제시했던 1,087쪽 분량의 방대한 초안을 사실상 폐기하고, 보다 단순화된 대안을 2026년 1분기까지 제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번 작업은 연준 이사이자 감독 담당 부의장 미셸 보먼(Michelle Bowman)이 주도한다. 보먼 부의장은 “은행 자본 규칙은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과 포용성을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며, 지나치게 복잡하고 부담이 큰 규제는 시중은행의 대출 여력을 위축시켜 실물경제에 부정적 파급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Basel Ⅲ Endgame란 무엇인가

Basel Ⅲ Endgame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결제은행(BIS) 산하 바젤위원회가 추진해 온 일련의 은행 자본·유동성 규제 개편의 마지막 단계다.

구체적으로는 운용리스크(Operational Risk) 계산 방식 개선, 시장리스크(Standardized Approach·Internal Models) 재설계, 레버리지 비율(LR)‧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 강화 등을 포함한다. 시장에서는 통상 “Endgame”이라는 표현으로 불리며, 미국 규제당국이 이를 국내 법령에 반영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2017년) 이후 규제 완화 기조가 힘을 얻으면서 진행 속도가 더뎌졌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2023년 야심 차게 내놓은 초안은 대형 은행의 위험가중자산(RWA)을 최대 20% 늘리고, 자기자본 비율을 그만큼 높이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업계와 공화당은 “과도한 규제”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연준 내부에서도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됐다.


새 규칙의 핵심 방향

1️⃣ 복잡성 축소: 1,000쪽이 넘는 문서를 간결화해 은행과 감독기관 모두의 준수·감독 비용을 줄인다.

2️⃣ 리스크 기반 차별화: 단순·소규모 은행에는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G-SIB)에 대해서만 강화된 자본 버퍼를 유지하도록 할 방침이다.

3️⃣ 단계적 시행: 2026년 1분기에 최종안을 공개한 뒤 수년간의 유예기간을 두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한다.


시장과 정치권의 반응

월가 대표 은행들은 “단일 규제가 아닌 비즈니스 모델별 맞춤형 체계”를 요구해 왔다. 이사회관계자협회(BPI)는 “은행이 중복 규제에 시달릴 경우 대출금리가 상승하고, 중소기업·가계가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일부 민주당 의원들과 소비자단체는 완화 기조에 우려를 표시한다. ‘더 강력한 자본 규제가 금융위기 재발을 막는다’는 논리다. 상원 은행위원회 소속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은 “연준이 월가 로비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전문가들은 자본 규제 강도 조정이 미국 금융시장의 경쟁력안정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과정이라고 해석한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글로벌 시스템ically 중요 은행에 대한 추가 버퍼는 유지될 것”이라며, 총자본비율(TCR)이 100bps 내외 하향 조정될 가능성을 점쳤다.

필자의 견해로는, 새로운 규칙이 발표되면 은행주는 단기적으로 상승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궁극적으로는 리스크 측정 모델에 대한 투명성 강화가 병행되어야 시장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규제 완화→대출 확대→경기 부양이라는 선순환을 기대하려면, 감독 역량과 데이터 공개 수준을 함께 높여 잠재적 부실을 조기에 식별해야 한다.


용어 해설

리스크 가중자산(Risk-Weighted Assets) — 은행이 보유한 자산을 위험도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해 산출한 값. 자본비율 산정의 분모가 된다.

G-SIB(Global Systemically Important Bank) — 전 세계 금융시스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형 은행. 추가 자본 섹션 및 규제 감독을 받는다.

레버리지 비율(Leverage Ratio) — 총익스포저(총자산+오프밸런스) 대비 1등급 자본(Tier 1 Capital) 비율. 자산 위험도와 무관하게 최소 3% 이상을 요구한다.


향후 일정

• 2025년 하반기 — 연준, 공개 협의자료(ANPR) 배포 예정

• 2026년 1분기 — 최종 제안서 발표 및 의견수렴 개시

• 2027~2029년 — 단계별 시행·유예기간 운영

연준이 최종 규칙을 확정하기까지는 금융기관, 투자자, 정치권의 치열한 공방이 계속될 전망이다. 다만 “투명성”과 “점진적 적용”이라는 두 가지 원칙은 새 규정의 핵심 축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