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노동시장 둔화 위험 지적하며 기준금리 0.25%p 인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9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노동시장 둔화가 경기 전반을 위협할 가능성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앞섰다는 진단이 이번 결정의 핵심 배경이다.

2025년 9월 17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발표한 통화정책 성명에서 “올해 상반기 경제활동 성장세가 둔화됐으며, 고용 증가 속도는 느려졌고 실업률은 소폭 상승했으나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준은 또 “인플레이션이 상승했으며 다소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결정으로 기준금리는 4.00%~4.25% 범위로 낮아졌다. 이는 2024년 12월 이후 유지해 온 동결 기조를 깨는 조치다. 제롬 파월 의장은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중앙은행 심포지엄 연설에서 “정책이 조정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언급해 시장의 기대를 키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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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이미 상당 부분 인하를 기정사실로 반영하고 있었다. 파월 의장이 ‘기다려보자(wait and see)’ 스탠스를 유지하던 가운데, 최근 고용지표는 우려를 더욱 부채질했다. 8월 비농업부문 고용은 2만 2,000명 증가에 그쳐 월가 전망치(7만 5,000명)를 크게 밑돌았고, 실업률은 4.3%로 상승했다.

인사 변화도 눈길을 끈다. 연준 이사회(Board of Governors)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고문 출신 스티븐 미란이 9월 16일(현지시간) 상원 인준을 통과하며 합류했다. 그는 금리 인하에 우호적인 ‘비둘기파’(dove)로 평가받아 미셸 보먼,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등과 함께 완화 기조에 힘을 실었다.

“금리를 조정해야 할 때가 왔다.” — 제롬 파월 연준 의장

파월 의장의 이 한마디는 연준 내부 위험의 초점을 ‘인플레이션’에서 ‘고용시장’으로 이동시켰음을 상징한다.

연준 위원 다수는 올해 말 기준금리가 3.6%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6월 예상치(연내 두 차례 인하) 대비 추가 완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신호다. 2026년 말에는 3.4%, 2027년에는 3.1%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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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전망 역시 완만한 하향 흐름을 보였다. 연준이 중시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은 2025년에 3.1%를 기록한 뒤 2026년 2.6%, 2027년에는 목표치와 유사한 2.1%로 둔화될 것으로 제시됐다.

노동시장 지표는 보수적으로 유지됐다. 올해 실업률 전망치는 4.5%로 변동이 없었으나, 2026년 4.4%, 2027년 4.3%로 소폭 하향 조정됐다. 이는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지는 않겠지만 완만한 냉각이 지속될 것이라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FOMC가 무엇인가?
FOMC는 8명의 이사와 5명의 지역 연방은행 총재가 참여해 미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비농업부문 고용·근원 PCE 등 주요 경제지표를 종합해 통화정책의 방향을 조율한다.

PCE 지표 해설
PCE(개인소비지출)는 소비자가 실제로 지불한 금액을 기반으로 산출돼 생활비 변화를 가장 잘 반영하는 지표로 평가된다. 특히 근원 PCE는 식품·에너지처럼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해 연준이 물가압력을 판단할 때 가장 선호한다.


전문가 시각으로는 ‘노동시장 둔화 → 임금 상승세 둔화 → 수요 억제 → 물가 안정’이라는 경로를 통해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점차 완화될 것이라는 데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여전히 2%대를 웃도는 물가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위협 요인으로 남아 있어, 연준은 ‘데이터 의존적’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기준금리가 빠르게 하향 곡선을 그릴 경우 달러화 약세와 더불어 신흥국 자본 유입, 미 국채 장·단기 금리 역전 완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지형이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미 국채 10년물2년물 스프레드 정상화 여부가 향후 경기 소프트랜딩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파월 의장이 동부시간 17일 14시 30분(한국시간 18일 03시 30분)에 시작한 기자회견에서 ‘추가 인하 속도’와 ‘레거시 자산축소(QT) 조정’에 대한 힌트를 얼마나 제공할지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맥쿼리는 회의 이전 보고서에서 “파월 의장은 잭슨홀에서와 같은 어조로 ‘균형 위험의 이동’이 정책 금리 조정을 합리화한다고 강조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결국 연준의 새 로드맵은 ‘완만한 성장·완화적 통화정책·점진적 물가 하향’이라는 세 가지 축 위에 놓여 있다. 향후 수개월간 발표될 고용·물가 지표가 이 밸런스를 유지하느냐에 따라, 연준의 11월 또는 12월 추가 인하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