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 인하 후 아시아 통화정책 완화 가능성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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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캄보디아·EU·일본·ASEAN 국기가 나란히 휘날리는 모습은 글로벌 금융 환경이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025년 9월 19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0.25%p(25bp) 인하하여 연 4.00%~4.25% 범위로 낮춘 이후, 아시아 중앙은행들의 추가 완화 여력이 한층 넓어졌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제롬 파월(Fed 의장)은 이번 결정을 “리스크 관리 차원의 인하(risk management cut)”라고 규정하며, 경기 부양을 위한 전면 대응이라기보다는 잠재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은 올해 안에 추가 두 차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며 시장의 기대를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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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의 인하로 미 국채와 아시아 채권 간 금리 격차가 축소되면서 달러화 강세 부담이 완화됐고, 이에 따라 한국·호주·인도 등 일부 국가들은 통화가치 급락 우려 없이 정책 금리를 더 낮출 수 있는 환경을 맞이했다. 피치안 류(Fidelity International 아시아 이코노미스트)는 “역내 정책 기조가 전반적으로 더 완화적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미 선제적으로 움직인 중앙은행들도 있다. 한국은행은 2025년 5월 기준금리를 약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낮췄고, 호주준비은행(RBA)은 8월에 2년 만의 최저치로 금리를 인하했다. 인도준비은행(RBI) 역시 6월에 50bp라는 과감한 인하를 단행했다.

다만 류 이코노미스트는 “국가별 물가 수준, 관세 발효 전 수출조기집중 효과 등 국내 여건의 차이로 인해 통화정책 경로에는 여전히 편차가 존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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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국의 ‘선방’과 통화정책 여유

일본·한국·싱가포르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2025년 2분기에 예상보다 양호한 성장률을 기록했고, 한국·싱가포르는 간신히 ‘기술적 경기침체(technical recession)’를 피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베티 왕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달러 약세가 확인되면서 통화가치 급락 우려가 과대평가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올해 4분기에 한국은행·RBI 등의 추가 인하 가능성을 점쳤다.

BNP파리바자산운용 치 러 시니어 스트래티지스트도 “아시아 대부분의 실질금리(real interest rate)가 역사적 평균 이상”이라며, 추가 인하 여력이 상당하다고 진단했다.

예외: 인도의 탄탄한 내수

예외적으로 인도는 최근 두 분기 연속 견조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수출보다 내수 수요가 성장 동력이라는 점에서, 피델리티의 류는 “미·중 무역 둔화 국면에서도 인도는 내수 부양을 위해 추가 완화를 선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8월 인도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07% 상승해 RBI의 물가안정 목표범위(2%~6%) 하단을 간신히 웃돌았다. 류는 “필요하다면 성장 둔화를 완충할 ‘충분한 완화 카드’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용어 해설

1 리스크 관리 인하(risk management cut):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기 전에 잠재 위험을 사전적으로 줄이기 위한 선제적 금리 인하.
2 기술적 경기침체: 국내총생산(GDP)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할 때 사용되는 표현으로, 실질 경기 상황과 괴리가 있을 수 있다.
3 실질금리: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차감한 값으로, 통화정책 여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4 역외 위안화(offshore yuan, CNH): 중국 본토 밖에서 거래되는 위안화로, 본토 내 위안(CNY)보다 시장 변동성이 크다.


‘버티는’ 두 거인: 중국·일본

그러나 중국과 일본은 전반적인 인하 흐름에도 불구하고 금리 동결 또는 인상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행(BOJ)은 9월 20일 예정된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최근 3년 넘게 2% 목표를 웃도는 인플레이션을 근거로 연내 추가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다. 일본 당국은 “초완화적 정책을 정상화”하는 것이 중장기 과제라고 강조한다.

한편, 중국인민은행(PBoC)은 9월 18일 단기 유동성 공급 금리1.4%로 동결했다. 2015년 증시폭락을 의식해 과도한 유동성 공급이 자산 버블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한 조치다.

중국 경제는 8월에 수출 증가율 둔화, 소매판매·산업생산 둔화피로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티안쳰 쉬(Economist Intelligence Unit 선임이코노미스트)는 “달러 약세 국면에서 위안화 방어보다 과도한 절상을 억제하는 쪽이 중국 당국의 관심사”라고 분석하며, 중기적으로 통화완화를 지속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제 역외 위안화는 올 들어 달러 대비 약 3% 상승해 9월 18일 1달러=7.1083위안선에서 거래됐다. 다수 경제학자는 연말까지 7위안선 강세를 점치고 있어, 디플레이션 압력과 성장 둔화를 완충하기 위한 추가 정책 옵션이 확보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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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vs. 미국: 금리 인하 사이클의 길이

BNP파리바의 치 러는 “미국은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우려 사이에서 ‘짧은 인하 사이클’에 묶여 있지만, 아시아는 낮은 물가와 견조한 성장을 바탕으로 더 긴 인하 사이클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결국 달러 약세역내 물가 안정이라는 두 변수는 아시아 중앙은행이 경기 방어용 완화 카드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활용하느냐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무역 긴장과 글로벌 성장 둔화가 지속되는 한, 통화정책의 미세조정환율 안정 대책이 병행될 것”이라며, 연말까지 ‘아시아발 완화의 물결’이 이어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