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발 금융시장 속보] 미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완화를 다시 시작할 경우 월가의 랠리가 더 넓고 깊게 전개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이러한 기대가 이미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됐는지, 그리고 낮아진 금리가 실물경제를 실질적으로 지탱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지목된다.
2025년 9월 17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는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는 1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 4.25~4.50%에서 4.00~4.25%로 낮출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는 2024년 12월 이후 첫 인하이며, 시장은 2026년 말까지 약 6차례의 0.25%포인트 인하를 선반영하고 있다.
■ 금리 인하와 주가의 역사적 상관관계
역사적으로 연준이 완화 사이클을 개시한 뒤 12개월 동안 S&P500 지수는 평균 11% 상승했다. 1982년 이후 총 10차례의 사례 가운데 8번이 상승으로 귀결됐다. 그러나 2001년 닷컴 버블 붕괴와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경기침체와 맞물린 두 차례에서는 각각 –13.5%, –23.9%의 하락을 기록했다.
“금리 인하는 시장 리더십을 대형 기술주에서 중·소형 경기민감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촉매다.” ― 매트 스터키, 노스웨스턴뮤추얼 주식 포트폴리오 총괄
실제로 Russell 2000 중소형주 지수는 올 3분기 들어 대형주 중심의 S&P500을 앞서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이 선제적으로 ‘완화 사이클’을 거래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 ‘골디락스’ 시나리오와 테일 리스크
시장 참가자들은 ‘골디락스(Goldilocks) 시나리오’, 즉 금리는 내려가되 고용·소비는 견조한 이상적 조합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BNY의 밥 새비지 전략가는 “연착륙(soft landing)이 아닌 이미 침체에 진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 FOMC 세부 메시지의 중요성
주식시장은 단순한 금리 결정뿐 아니라 FOMC 성명서, 점도표(정책금리 전망), 제롬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발언까지 종합적으로 해석할 예정이다. 웰스파고의 스콧 렌 전략가는 “시장 예상과 연준의 시그널이 일치하는지가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세부 섹터별 수혜 전망
1) 금융·은행
금리 하락은 예대마진 축소 우려를 동반하지만, 대손비용 감소와 대출 수요 확대라는 이점이 있다. 특히 지역은행들의 자금조달 부담이 완화될 전망이다.
2) 주택·건설
모기지 금리가 내려가면 주택 수요가 탄력적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주택 건설사와 건자재 업체, 일부 소재기업 주가가 동반 상승할 여지가 있다.
3) 산업재·철강·화학
경기 회복 기대는 자본재 수요를 촉진한다. 조선·항공·기계 장비 관련 기업 역시 ‘순환주(cyclicals)’로 분류돼 직접 수혜가 가능하다.
4) 중소형주
빅테크 대비 밸류에이션이 낮고, 내수 의존도가 높아 정책금리에 민감하다. 높은 부채비율을 감당해 온 기업들에게 차입 비용 절감은 곧 실적 개선으로 연결될 수 있다.
■ 이미 반영된 호재? — 밸류에이션 논쟁
리우소드그룹의 더그 램지 CIO는 “현재 주가 수준을 볼 때 금리 자체가 미 증시에 구속적 제약으로 작동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고 평가했다. S&P500은 2022년 10월 강세장(불마켓) 출발 이후 약 85% 상승했고, 2025년 들어서만 12% 넘게 올랐다.
즉, 실적 개선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낮은 금리→높은 주가’ 공식이 이번 사이클에서도 성립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IT·통신서비스업종의 주가수익비율(PER)은 과거 평균을 현저히 상회한다.
■ 전문 용어 해설
• 골디락스(Goldilocks) : 가열되지도 냉각되지도 않은, ‘딱 좋은’ 경제 상태를 뜻하는 영미권 비유.
• 소프트랜딩(Soft landing) : 급격한 침체를 피하면서 물가를 안정시키는 경제 연착륙.
• 사이클리컬(Cyclical) : 경기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업종·자산.
• 점도표(Dot plot) : FOMC 참석 위원들의 향후 정책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표.
■ 향후 시장 쟁점
첫째, 고용지표가 추가로 둔화될 경우 연준이 더 빠른 속도로 완화에 나설지 여부다.
둘째, 2026년까지 예견된 최대 150bp 인하가 인플레이션 재가열을 초래할 가능성이다.
셋째, 달러 약세와 함께 해외 유동성이 신흥국으로 이동할 경우 미국 증시의 상대적 매력도 변화다.
결론적으로 연준의 정책 전환은 시장 내 주도주 지형 변화를 촉발할 수 있으나, ‘경기 모멘텀 유지’라는 전제가 충족돼야 한다. 당장의 금리 인하가 경기 방어막으로 기능하지 못할 경우,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으며 이는 2001·2007년에 발생했던 조정 국면과 유사한 위험을 시사한다.
투자자들은 이번 FOMC 결과뿐 아니라 이후 발표될 고용·물가 지표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