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 인하 기대 속에도 사상 최고치 재차 경신한 美 증시, 상승세 지속 가능할까

뉴욕증시경고음 속에서도 사상 최고치를 재차 돌파하며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물가·고용 등 거시경제 지표의 엇갈린 시그널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조속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기준금리 인하’라는 한 줄기 기대에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2025년 8월 16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연준이 곧 금리를 내리길 바라되, 그럴 ‘필요’가 없는 환경”이길 동시에 원하고 있다. 실제로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대(對)중국 관세 인상으로 인한 ‘물가 상방 압력’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있지만, 이번 주 세 차례나 발표된 예상보다 뜨거운 인플레이션 지표에도 주식시장은 오히려 약보합 혹은 강보합으로 마감하며 전고점을 지지선 삼아 버텼다.


1) CPI·PPI·소비심리 ‘뜨거웠지만’… S&P 500 선방

이번 주 화요일(현지시간) 발표된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해 시장 예상치를 소폭 웃돌았다. 그러나 S&P 500 지수는 이를 ‘9월 연준 25bp1 인하 가능성 강화’ 신호로 해석하며 당일 0.9% 상승폭의 절반 이상을 빠르게 반영했다. 이후 목요일 ‘과열·노이즈’라는 평가를 동시에 받은 생산자물가지수(PPI)와, 금요일 예측 범위를 벗어난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가 잇따라 발표됐지만, 지수는 화요일 종가(6,450선)를 ‘바닥’ 삼아 장중 여러 차례 테스트한 뒤 주간 수익률 +0.9%로 마감했다.

올해 들어 S&P 500의 총수익률은 이미 10%를 기록 중이다. 4월 관세 공포로 인한 ‘-20% 조정장’에서 완연히 반등, 새 역사를 쓰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몇 달간 가격은 좁은 범위 안에서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다. 부정적 뉴스 흐름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가장 솔직한 스토리텔러다.” — 베스포크 인베스트먼트 그룹 주간 보고서

2) 얕은 숨 고르기?… 다우·동일가중 S&P·러셀2000 ‘순환매’

이번 주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와 ‘동일가중 S&P 500’은 일제히 사상 최고치를 찍은 직후 소폭 후퇴했다. 시장 피로감 혹은 한여름 관망세라는 해석이 맞서지만, 동시에 ‘소외·저평가 종목’ 중심의 강제적 순환매가 두드러졌다. 대표적으로 헬스케어 섹터가 꿈틀거렸고, 존슨앤드존슨은 장기간 정체를 끝내고 돌파구를 열었다.

특히 버크셔 해서웨이가 2분기 유나이티드헬스 지분을 신규 매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해당 종목은 금요일 급등세를 보였다. 이러한 ‘지원군’ 덕분에 AI 빅테크 대형주는 한숨 돌릴 시간을 확보했다. 통상 순환매는 랠리를 지탱·재충전하고 변동성을 낮추지만, 주도주 교체가 과도해지면 시장의 안정적 리더십을 잠식할 수 있다는 점은 경계 요인이다.

3) 채권시장과의 괴리… “엘비스 코스텔로 가사 같은 월가”

한편, 연방기금(FF) 선물시장은 6주 뒤(9월 FOMC) 80% 이상 확률로 금리 인하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이를 주식·크립토·신용스프레드와 나란히 펼쳐놓으면 ‘밸류에이션 팽창’과 ‘완화적 정책’이라는 두 축이 동시에 존재하는 모순적 풍경이 드러난다. 월가는 이를 영국 싱어송라이터 엘비스 코스텔로의 가사를 인용해 “입으론 ‘고마워요’, 손으론 ‘더 주세요’(Much obliged & Gimme)” 상태라 꼬집는다.

하지만 이는 모순이 아닌 미묘한 균형으로 해석된다. 2주 전 고용보고서에서의 충격적 미스는 연준이 언급한 ‘균형 잡힌 위험(노동 둔화 대 재가속 인플레)’을 단숨에 노동시장 약화 쪽으로 기울게 만들었다. 7월 이후 이어진 소폭의 물가 재상승 조짐만으로 이를 상쇄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시장은 9월 25bp 인하를 ‘갖추면 좋은 옵션’이지 ‘반드시 필요한 처방’은 아닌 것으로 간주하는 듯하다.” — 기사 요약

4) ‘이익 증가·신용 안정·다음 스텝이 인하’… 역사적으로 우호적

무엇보다 3·4분기 기업 실적 전망치가 다시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AI 열풍에 힘입은 IT 대형주의 기여도가 크긴 하지만, 이익 증가·신용시장 안정·차기 통화정책 방향이 완화로 무게추가 쏠릴 땐 주가는 밸류에이션 부담을 견디기 쉽다. 네드데이비스리서치 연구에 따르면, 연준이 최소 6개월(작년 12월) 이상의 ‘텀’을 두고 재차 완화 국면에 진입할 때 S&P 500은 통상 수개월간 긍정적 수익률을 기록해왔다.

물론 시장이 ‘희망적 미래’를 선반영했다가 빗나가는 경우도 잦다.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들은 “제롬 파월 의장이 다음 주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9월 인하 기대를 누그러뜨릴 마지막·최선의 기회”라고 주장한다. 파월이 7월 FOMC와 유사한 “데이터 의존·노코멘트” 기조를 유지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5) ‘채권 금리의 리액션’을 주목하라

시장에서 흔히 “텔(Tell·단서)”로 불리는 것은 10년물 미 국채 수익률이다. 만약 차기 인하 가능성이 낮아지는 뉴스에도 본 수익률이 급락할 경우, 채권은 ‘정책 실기 위험(연준이 곡선을 뒤쫓는다)’을 경고하는 셈이다. 반대로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면 주식시장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6) 1998·2011·2018년과 흡사?… “최악 시나리오 뒤의 구원 랠리”

이번 반등을 두고 일부 스트래티지스트는 1998년 LTCM 헤지펀드 붕괴, 2011년 美 국가신용등급 강등, 2018년 ‘관세·연준 정책 오판’ 발 급락 이후의 회복장과 유사성을 거론한다. 피델리티의 유리언 티머 글로벌 매크로 책임자는 “1998·2018년 패턴과 현재가 상당히 맞물린다”고 분석했다. 물론 표본 수가 적고, 과거 최선(베스트케이스) 시나리오에 가깝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7) 포지션은 과열? 미온적?… 71% 퍼센타일의 진의

‘대다수 투자자가 아직 베어(약세)에 머물러 있다’는 주장은 더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시스템·퀀트 펀드는 이미 주식 비중을 ‘매우 높은’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다만 도이체방크의 합성 포지셔닝 지표는 최근 15년 기준 71번째 퍼센타일에 불과해, ‘모든 칩을 한꺼번에 올인한 상태’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는 안전마진(여유 공간)이 넉넉하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계절적 약세 구간(8~9월)에 예정된 3~5% 수준의 ‘건강한 흔들림’ 정도가 곧바로 ‘대폭락’으로 이어질 공산은 낮다고 시장은 진단한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설명

1bp(basis point)는 금리·수익률 단위를 나타내며, 1bp는 0.01%p(퍼센트포인트)에 해당한다.

동일가중 S&P 500’은 시가총액이 아닌 각 종목에 동일 가중치를 부여한 지수로, 대형주의 편중도를 가늠하는 잣대다. ‘FF 선물시장’은 연방기금금리 선물 가격을 통해 시장 참여자들의 정책금리 전망을 읽을 수 있는 파생상품 시장이다.

퀀트 펀드는 알고리즘·수학 모델로 자산 운용 전략을 세우는 펀드를 말하며, ‘퍼센타일’은 분포 내 위치를 백분위로 나타낸 통계 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