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 인하 기대에 걸프 주식 대체로 상승…혼재된 실적이 상승폭 제한

중동 걸프 지역 주요 증시가 14일(수) 대부분 상승세를 보이며 글로벌 주식 랠리를 동조했다. 전날 발표된 미국 7월 소비자물가(CPI)가 시장 예상과 부합하는 전월 대비 0.2% 상승에 그치면서, 9월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진 것이 투자 심리를 지지했다.

2025년 8월 13일, 인베스팅닷컴·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CPI 발표 직후 연방기금선물 시장이 반영한 9월 금리 인하 확률이 전날 86%에서 94%로 급등하며 위험자산 선호가 확대됐다. 걸프국 통화가 달러에 페그제(고정환율제)로 연동돼 있는 만큼, 미국 통화정책 변화는 해당 지역 증시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우디아라비아: 2개월 만의 반등

사우디 타다울(TASI) 벤치마크 지수는 전일 2개월래 저점에서 0.3% 반등했다. 시가총액 상위주 대부분이 오름세를 보인 가운데, 재생에너지 및 담수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ACWA 파워3.3% 상승했다. Mohammed Hasan AlNaqool Sons는 상반기 순이익이 73% 급증했다는 발표 후 4.7% 급등했다.

카타르: 이슬람 금융주 강세

카타르 벤치마크 QE지수도 0.4% 상승했다. 이슬람 은행주가 랠리를 주도했는데 알라얀 뱅크2%, 카타르 이슬람은행(QIB)1% 각각 올랐다. 반면, 석유화학 기업 Mesaieed Petrochemical은 상반기 순이익이 5% 감소했다고 밝히며 0.2% 하락했다.

두바이: 부동산·금융주 약세로 지수 하락

두바이 DFM지수는 0.3% 하락해 걸프권 증시 가운데 유일한 약세를 기록했다. 블루칩 부동산 개발사 Emaar 프로퍼티즈1.3% 내렸고, 지역 최대 비은행 금융사인 알 안사리 파이낸셜 서비스도 2분기 순이익 3% 감소를 발표한 뒤 1% 밀렸다. 부동산 금융사 Amlak 파이낸스는 전날 2분기 적자 전환 소식으로 3.7% 급락하며 지수 하락폭을 키웠다.

아부다비: 업종별 혼조…소비재·에너지 상승

아부다비 ADX지수는 등락이 엇갈리는 박스권 흐름을 보였다. 정보기술·부동산·산업주 약세가 소비재·에너지·통신주 강세를 상쇄했다. Lulu 리테일은 2분기 순이익이 1.8%, 상반기 순이익이 9.1% 늘었다고 밝히며 1.7% 상승했다. 반면, IT 서비스 업체 Alpha Data는 2분기 순이익이 4.9% 감소2.2% 하락했다.


전문가 해설: 고정환율제와 미 연준 정책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중 쿠웨이트를 제외한 5개국(사우디·UAE·카타르·바레인·오만)은 자국 통화를 달러에 고정시키는 페그제를 유지한다. 이 제도 아래서는 미국의 금리 변동이 거의 실시간으로 해당국의 시중금리에 반영된다. 따라서 연준의 정책 변화는 현지 기업 자금조달 비용, 소비자 대출 금리, 부동산 가격 등 광범위한 영역에 즉각적인 파급효과를 낳는다.

특히 원자재·에너지 수출 의존도가 높은 걸프 증시는 유가뿐 아니라 달러 유동성에도 민감하다. 연준이 일찍 금리 인하 사이클에 들어설 경우, 달러 강세가 완화되고 신흥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미·중 경기 둔화, 지정학적 리스크, 유가 변동성 등은 여전히 하방 리스크로 지목된다.

“걸프 증시는 연준 정책과 유가라는 ‘쌍둥이 축’ 위에서 움직인다. 연준이 완화 기조로 전환하면, 페그제 통화 구조 덕분에 유동성 순환이 다른 신흥시장보다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지역 자산운용사 애널리스트의 평가.

향후 전망

시장 참가자들은 9월 FOMC 이후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경우, 사우디·UAE 리츠(부동산투자신탁)와 내수 소비주가 상대적으로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본다. 다만, 걸프기업 실적이 동일 업종 내에서도 크게 엇갈리고 있는 점은 지수 상승 탄력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상반기 실적 시즌이 끝날 때까지는 업종·종목별 차별화 장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용어 설명
페그제: 특정 통화를 기축통화(대개 달러)에 고정해 환율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제도다. 수출입 구조가 달러화와 밀접한 국가에서 채택해 가격 안정성을 도모하지만, 통화정책 자율성이 제한된다는 단점이 있다.

이처럼 걸프 증시는 거시 지표와 기업 실적이라는 두 축 사이에서 방향성을 모색하고 있다. 9월 연준 회의가 불과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투자자들은 최근 약세를 보였던 원자재 가격과 중국 경기 지표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경계와 기대를 동시에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