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 인하 기대감에 유럽 증시 상승… 기술·방산주 주도

유럽 주요 증시가 14일(현지시간) 장 초반부터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일 발표된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올해 첫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진 점이 투자 심리를 지지했다.

2025년 8월 13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FedWatch Tool 기준 9월 금리 인하 확률은 94%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글로벌 주식시장은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며 뉴욕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아시아·유럽 시장으로도 랠리가 확산됐다.

범유럽 지수인 STOXX 60007시 04분(그리니치표준시·GMT) 기준 0.4% 상승했으며, 독일 블루칩 지수 DAX는 전장 하락분을 만회하고 0.6% 올랐다. 전일 독일 증시는 미·중 긴장 및 실적 불확실성 등으로 약세를 보였으나, 물가 완화 모멘텀에 힘입어 반등했다.

STOXX 600은 유럽 17개국 상장기업 약 600개 종목으로 구성된 대표 지수다. 시가총액 가중 방식으로 산출돼 유로존뿐 아니라 스위스·영국 등 비(非)유로화 국가 종목도 포함한다. 일반 투자자에게는 ‘유럽판 S&P500’으로 불린다.

이번 상승 흐름을 이끈 업종은 기술주와 방위산업(디펜스)주였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와 유럽 각국의 국방예산 확대가 맞물리면서 해당 섹터로 매수세가 집중된 것이다.

FedWatch Tool은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연방기금(FF) 금리선물 가격을 토대로 산출하는 시장 기반 정책금리 전망 지표다. 투자자들은 이를 통해 연준 회의일별 금리 변동 확률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데, 9월 인하 베팅이 90%를 넘어선 것은 작년 중반 이후 처음이다.

한편, 유럽연합(EU)과 우크라이나 주요 인사들은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화상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유럽‧우크라이나 측 우려를 사전에 청취하기 위한 자리다.

유럽 증시 차트

종목별로는 유럽 최대 여행사 TUI가 1.7% 상승했다. TUI는 “여름 휴가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돼 올해 성수기 예약률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뛰어넘었다”고 밝히며 시장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공시했다.

유럽 최대 전력망 운영사 E.ON은 상반기 조정 EBITDA(법인세·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가 예상을 웃돈 것으로 나타나면서도 연간 가이던스를 유지했다. 회사는 “독일 정부가 차세대 전력망 투자 보수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으며, 주가는 소폭(0.1% 내외) 상승했다.

풍력 터빈

덴마크 풍력터빈 제조사 베스타스(Vestas Wind Systems)는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했으나, 시장 예상에는 못 미쳤다. 연간 실적 전망은 유지했지만 마진 압박 우려로 주가는 1.8% 하락했다.

기술·방산주의 급등여행·전력·재생에너지 종목의 팽팽한 주가 엇갈림섹터별 차별화가 심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물가 안정을 전제로 한 연준의 완화적 스탠스가 기술·친환경 산업 투자심리를 더욱 부양할 것”이라면서도, “미·러 외교 리스크와 유럽 경기 둔화 가능성이라는 복합 변수는 여전히 주시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방산주의 강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국방예산 목표 상향 조정이 맞물린 결과다. 특히 유럽 업체들은 ‘AUKUS(미·영·호주 안보동맹)’ 체결 이후 미국 기업과의 공동 수주로 수혜를 누리고 있다.


※ 용어 설명
EBITDA: 기업의 현금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Earnings Before Interest, Taxes,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의 약자다.
블루칩: 시가총액이 크고 재무 건전성이 높은 우량주를 지칭한다.
디펜스(Defense)주: 무기·군용 장비·보안 시스템을 생산하거나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주식을 말한다.

이번 주 후반 발표될 유로존 2분기 GDP 확정치영국 소비자신뢰지수가 유럽 증시의 추가 상승 여부를 가늠할 지표로 꼽힌다. 시장 참여자들은 물가 둔화→금리 인하→성장 촉진의 단계적 ‘골디락스(과열·침체가 아닌 적정 성장)’ 시나리오가 실현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