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 결정 임박… 달러 약세·주가 하락 속 금값 역대 최고치

[시장 동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7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FOMC)를 마무리하며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글로벌 외환·주식·원자재 시장이 일제히 경계 모드에 돌입했다.

2025년 9월 17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0.25%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도 제롬 파월 의장의 향후 완화 기조 발언 수위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요 통화·상품 지표에서는 달러화가 약세를 지속하고, 반대로 금 현물 가격이 온스당 3,7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럽 단일통화인 유로화는 전 거래일 1.1867달러까지 올라 2021년 9월 이후 최고치를 찍은 뒤 17일 오전 1.1857달러선에서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습으로 러시아 정유시설과 항만이 손상되면서 배럴당 64달러 중반에서 강보합세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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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인덱스(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 주는 지수)는 전장 0.7% 급락해 7월 초 이후 최저치인 96.589까지 밀린 뒤 이날 소폭 회복해 96.689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호주 외환 브로커 페퍼스톤 연구 전략가 딜린 우(Dilin Wu)는 “현재 시장은 연준이 예상보다 더욱 비둘기파(완화적) 스탠스를 보이기를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있다”며 “파월 의장이 ‘시장을 만족시킬지’ 아니면 단기 조정(달러 반등·금 차익 실현)의 단초를 제공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ANZ 은행의 외환 리서치 책임자 마하자빈 자만(Mahjabeen Zaman)은 팟캐스트에서 “금리 사이클 동안 이미 다섯 차례 이상 인하가 가격에 반영됐다”며 “파월 의장이 아무리 완화적 발언을 내놓아도 달러 약세가 얼마나 더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고 분석했다.

정책·인사 이슈로는 스티븐 미랜(Stephen Miran)이 전날 오전 연준 이사회(BoG) 위원으로 공식 취임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편 미 법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리사 쿡(Fed 이사)을 해임하려던 시도를 기각했다.

아시아·유럽 증시에서는 미 증시 약세 여파로 MSCI 일본 제외 아태지수(APxJ)가 0.2% 하락했고, 니케이225는 전날 사상 최고치로 마감한 직후 0.1% 내렸다. 다만 유럽 주가지수 선물은 반등, 유로 Stoxx 50·DAX·FTSE 선물이 각각 0.35%, 0.4%, 0.2% 올랐고, S&P500 E-미니 선물 역시 0.1%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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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중앙은행 동향으로는 캐나다 중앙은행(BoC)이 같은 날 노동시장 부진과 무역 갈등 대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8월 무역통계에서 수출은 4개월 연속 감소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광범위한 관세 정책이 주요 경제권에 미친 충격을 재확인했다.

국제유가는 드론 공습에 따른 러시아 공급차질 우려에도 WTI 기준 전일 대비 0.05% 하락한 배럴당 64.49달러에 거래됐다. 러시아 송유관 독점기업 트랜스네프트(Transneft)는 “시설 피해가 확산될 경우 생산자들이 감산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각 사에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 가격은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와 달러 약세가 겹치며 전일 처음 3,700달러 고지를 넘어선 뒤 이날도 온스당 3,690.32달러를 유지했다. 통상 금값은 달러 가치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 연준의 완화적 스탠스가 확인될 경우 추가 상승 탄력이 붙을 수 있다.

■ 용어 해설
달러 인덱스: ICE(Intercontinental Exchange)가 산출하는 지수로 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달러, 스웨덴 크로나, 스위스 프랑 등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가중 평균한 것이다.
비둘기파·매파: 중앙은행이 완화적(비둘기파) 혹은 긴축적(매파) 통화정책을 선호하는 성향을 의미한다.


전문가 시각에서 살펴보면, 시장은 ‘선(先) 인하·후(後) 신호’ 패턴을 이미 가격에 반영했다. 다만 파월 의장이 물가 안정 및 성장 둔화를 동시에 언급하며 “점진적·데이터 의존적 접근”을 강조할 경우, 지나치게 눌려 있던 달러의 숏 커버링(되사기)과 금값 조정이 단기간에 나타날 여지도 존재한다. 반대로 금리가 인하된 뒤에도 추가 완화에 대한 단서가 충분히 제시된다면, 유로·엔 강세와 함께 금·원자재 랠리가 재점화될 공산이 크다.

현재 선물시장(FFR 선물)이 반영한 2026년 초까지의 누적 인하 폭은 125bp 이상이다. 이는 연준이 2023~2024년 고강도 긴축으로 조성한 실질금리 여유를 빠르게 회수하려는 의도로 해석되지만, 한편으론 경기 침체(recession)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방어적 성격도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FOMC는 금리 수준 자체보다는 ‘향후 속도 조절’ 시그널이 핵심 변수다. 투자자들은 파월 의장이 통화정책 정상화 시점을 명료하게 제시할지, 아니면 고의적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지에 따라 포트폴리오 재조정 속도를 달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