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의 독립성이 흔들리면 무엇이 무너지나” — 트럼프發 중앙은행 장악 시도와 미국 자본시장의 10년 지각변동 시나리오

■ 머리말: ‘금리 25bp’가 아닌 ‘제도 리셋’의 문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 이사진 재구성을 통해 금리 경로를 바꾸려 한다는 소식은 단순한 정책 해프닝이 아니다. 이는 미국 통화정책의 설계 철학, 더 나아가 달러 기축통화 체제 전반을 재편할 수도 있는 ‘제도적 모래폭풍’의 서막으로 해석된다.


1. 사태 개요: ‘리사 쿡 해임’이 왜 중대 전환점인가

  • 2025년 8월 28일, 트럼프 대통령은 리사 쿡 연준 이사를 ‘정당한 사유’ 없이 해임하려 시도했으며, 이 문제는 현재 워싱턴 D.C. 연방법원에서 계류 중이다.
  • 동시에 스티븐 미란 후보 등 친(親)트럼프 성향 인사 2~3명이 연준 이사회 추가 입성을 대기 중이다.
  • 파월 의장의 임기는 2026년 5월까지이지만, 본인이 재지명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트럼프는 의장·이사 포함 최대 5석을 장악할 수 있다.

즉, 향후 18개월 내 연준 이사회 7석 중 4~5석이 대통령 의중에 따라 교체될 ‘법적 여지’가 현실화되고 있다.


2. 역사적 맥락: 1951년 ‘재무부-연준 협정’ 이후 최대 시험대

연도 사건 연준 독립성 파급
1935 은행법 개정으로 연준 구조 확정 이사회 7명·지역은행 12개 체제 확립
1951 재무부-연준 협정 정부의 국채 금리 고정 요구 거부, 독립성 확보
1970s 닉슨·아서 번스 논쟁 인플레이션 폭발, ‘정치화의 대가’ 사례
2025 트럼프, 쿡 해임 시도 독립성 법리 자체 재심 가능성

1951년 협정은 “재정(財政)은 백악관·의회, 통화는 연준”이라는 역할 분담의 헌법적 관습을 굳혔다. 트럼프의 시도가 성공하면 70여 년간 이어진 금단선이 허물어지는 셈이다.

주목

3. 법적·제도적 쟁점 정리

3-1. ‘정당한 사유’(cause) 요건

연준법 §10은 대통령이 이사를 해임하려면 ‘cause’를 제시해야 한다. 사법부는 역대 단 한 차례도 ‘단순 행정 착오나 모기지 서류 오류’를 cause로 인정한 적이 없다.

3-2. IEEPA vs. 의회 과세권 사례와의 연동

최근 연방순회항소법원이 트럼프 관세를 위헌으로 판단하면서 “행정권한 남용” 기준이 엄격해졌다. 동일 논리라면 쿡 해임의 정당성도 법원에서 좁게 해석될 공산이 크다.


4. 거시 변수: 연준 장악 시 장·단기 경제 시나리오

4-1. 인플레이션 기대 경로

  • 현재 5년·5년 기대인플레이션: 2.41%(2025.8.30 기준)
  • 정치 개입이 고착될 경우 시장 참가자는 ‘연준 물가목표 ↘’를 가격에 반영 → 기대인플레이션 +30~50bp
  • 명목 10년물 수익률 0.30%p 상승 시, S&P 500의 역사적 PER 밴드는 21.7배→20.1배로 하향 재평가

4-2. 달러·국채 수급

미국 국채의 38%를 보유한 해외 투자자는 ‘정책 영속성’을 최우선한다. 2013년 테이퍼 텐트럼 당시 전례를 적용하면, 10년물 금리 50bp 급등은 달러인덱스(DXY) ­2~3% 하락, S&P 500 변동성(VIX) +5pt를 동반할 수 있다.


5. 산업·자산군별 장기 영향 평가

5-1. 미국 은행주

단기: 기준금리 인하로 NIM(순이자마진) 하락·장단기 금리차 재축소.
중장기: 정책 변동성 증가→금리 헤지 비용 상승, ROE 1.0~1.5%p 감소 전망.

주목

5-2. 기술·고PER 성장주

할인율 단기 하락이 호재이나,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이 PER 멀티플 축소를 압도할 개연성. 2029년 예상 PER -3~4pt.

5-3. 원자재·금

정책 신뢰 훼손은 금·은 등 실물 헤지 수요 확대. 뱅크오브아메리카 모델 기준, 금 spot 2,300$→3,200$ 상단 리레이팅 여지.


6. 투자전략: ‘정책 리스크 상수화’ 시대의 포트폴리오

  1. 지속가능 배당·저변동성 섹터(생활필수품·헬스케어) 비중 +5%p
  2. 금·TIPS 등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 10~15%
  3. 금융·건설 등 금리민감 주기주는 2026년 이후까지 비중 축소 유지
  4. 달러 약세 헤지로 선진 통화 ETF(JPY, CHF) 분산

※ 위 제안은 교육 목적이며, 실제 투자 결과에 대해 필자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7. 필자 시각: ‘견제와 균형’이 자본시장의 본원적 모멘텀

미국 증시가 150년 간 ‘복리적 번영’을 구가한 이유는 단 하나, 제도 신뢰다. 아무리 탁월한 혁신이라도 화폐·금리·법치라는 토대 위에서만 고평가를 정당화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연준 장악에 성공하면 단기적으로는 ‘저금리·고성장’ 환상을 연출할 수 있다. 그러나 기대인플레이션과 달러 리스크 프리미엄이 영구적으로 높아지는 순간, 자본비용 상승이라는 부메랑이 돌아온다.

이는 1970년대 번스 의장 하의 ‘정치화된 연준’과 이후 폴 볼커 체제의 고통스러운 금리 충격이 증명한다. 연 2% 고정금리로 성장주를 할인하던 세계가 사라지면, 현재 S&P 500 TTM PER 23배는 순식간에 18배 이하로 재조정될 수 있다.


8. 결론: 2025~2035년 투자 지형, ‘금리·정치 리스크 프리미엄’이 좌우한다

연준 독립성 훼손 여부는 더 이상 법학자들의 학술 토론이 아니다. 그것은 모든 미국 자산의 미래 현금흐름 할인율을 재정의하는 초장기 베타 리스크다. 시장은 이미 주주 행동주의 강화, 장기채 발행 축소, 달러화 신뢰 방어를 위한 해외 보유국 다변화 등 ‘새 문법’에 반응하고 있다.

투자자는 ‘누가 의장인가’라는 표면적 논쟁보다, 중앙은행 거버넌스가 붕괴할 때 발생할 이차·삼차 파급(통화 팽창→채권 약세→주식 밸류에이션 체계 붕괴)을 가늠해야 한다. 그리고 이는 AI, 탈탄소화, 리쇼어링보다도 더 깊게, 더 길게 미국 경제의 방향을 바꿀 것이다.

— 2025년 9월 2일, 월가·워싱턴 특파원을 겸임하는 칼럼니스트 〈정철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