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 릴리 경구용 체중 감량제, 연내 FDA 초고속 승인 가능성

엘리 릴리(Eli Lilly)가 개발 중인 경구용 체중 감량 후보물질 ‘오포글리프론(orforglipron)’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새로운 초단기 검토 제도를 통해 최단 1~2개월 만에 승인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월가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2025년 9월 16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 같은 전망은 고가의 주사형 체중 감량제들이 미국 의료 재정에 가중시키는 부담, 그리고 릴리가 자국 내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 맞물리면서 제기됐다. 해당 사안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강조해 온 ‘제조업의 미국 회귀’ 및 ‘약가 인하’ 기조와도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는 평가다.

애널리스트들은 릴리가 이미 인디애나폴리스 본사 인근에 대규모 증설을 진행 중이라는 점을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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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구용 제형이 출시 시점을 한 분기라도 앞당기면 릴리의 매출이 10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 이상 추가될 수 있다”

는 골드만삭스의 최근 추정치는 이러한 기대감을 방증한다.


FDA의 ‘커미셔너 국정 우선 바우처(Commissioner’s National Priority Voucher)’ 제도는 2025년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 해당 바우처를 획득한 후보물질은 표준 검토 기간 10개월을 크게 단축한 1~2개월 내 승인 가능성이 열리며, 양도하거나 판매할 수 없는 5장의 바우처가 내년에 한시적으로 배포될 예정이다.

지원 요건은 ▲미국 공중보건 위기 대응 ▲혁신적 치료제 제공 ▲미충족 의료수요 해결 ▲국내 제조·개발 ▲약가 인하 등 다섯 가지 중 한 가지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월가에서는 오포글리프론이 ‘만성질환(비만) 부담 완화’와 ‘국내 생산 확대’라는 두 항목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FDA는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가 개발한 경구형 GLP-1 비만 치료제도 검토 중이며, 2025년 4분기 결정이 예정돼 있다. 릴리 측은 “새로운 제출 경로와 관련해 구체적인 언급은 시기상조”라면서도 올해 안에 오포글리프론을 공식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데이브 릭스(Dave Ricks) 최고경영자는 CNBC 인터뷰에서 “내년 이맘때 전 세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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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P-1 계열 및 경구 제형의 의미

GLP-1은 식욕을 억제하고 혈당을 조절하는 인크레틴 호르몬으로, 릴리의 주사제 티르제파타이드(tirzepatide)와 노보 노디스크의 오젬픽(Ozempic)·웨고비(Wegovy)가 대표 제품이다. 주사형의 경우 연간 순가격이 8,000달러(약 1,050만 원)에 달해 고용주·보험사 모두 ‘지속 불가능하다’고 호소해 왔다. 반면 경구 제형은 제조 방식과 복용 편의성 덕분에 가격 인하 효과가 기대된다.

골드만삭스는 신규 경구 GLP-1의 미국 내 월순가격을 약 400달러(약 53만 원)로 예측했다. 의료진 설문 결과도 “가격 경쟁력이 환자 접근성을 좌우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한편 독립 의약품 임상·경제성 평가 연구소(Institute for Clinical and Economic Review)는 티르제파타이드의 현 순가격을 월 664달러로 추산했으며, 보험이 없는 환자는 릴리 직접구매 프로그램을 통해 499달러에 구매할 수 있다.


경쟁 구도·제조 난이도 차이

오포글리프론은 합성 저분자(small-molecule) 기반이어서 대량생산 및 비용 절감에 유리하다. 반면 노보 노디스크의 후보물질은 제조 공정이 복잡한 펩타이드(peptide) 기반으로 알려져 있어, 생산 단가 조정 폭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구조적 차이는 릴리가 가격 정책에서 여유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최근 발표된 임상 결과에서 오포글리프론은 체중의 12.4% 감소를 보여 주사제 대비 경쟁력 있는 효능을 입증했다. 해당 전체 데이터는 이번 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유럽당뇨병학회(EASD) 연례회의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씨티리서치 제프리 미첨(Geoffrey Meacham) 애널리스트는 “FDA 새 프로그램과 릴리의 경구제는 ‘퍼펙트 핏’”이라며, 바우처 확보 시 출시 시점이 최소 6개월 앞당겨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퍼리스의 아카시 테와리(Akash Tewari) 애널리스트도 “‘글로벌 단일가격 전략’을 채택하면 미국 내 약가 부담을 낮추면서도 이익률을 방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필자는 실제 승인 가능성을 70% 이상으로 평가한다. FDA가 ‘비만’을 공중보건 위기로 규정한 데다, 미 행정부가 의약품 가격 통제·국내 제조 강화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바우처 경쟁이 치열한 만큼, 릴리가 자료 제출 시점·공중보건 가치 입증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또한 경구용 제형의 실제 복약 순응도(adherence)장기 안전성 데이터가 추후 시장 확대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구용 체중감량제

결론적으로 오포글리프론이 FDA 초단기 승인을 획득한다면, 연내 출시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약가 인하 경쟁 촉발이라는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향후 몇 달간 릴리의 제출 전략, FDA의 바우처 할당 결과, 노보 노디스크의 경구제 승인이 맞물리는 시기가 체중 감량 치료제 시장의 새로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