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발 환율시장에서 22일 엔화가 강세를 보이며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반영했다. 일본 집권 여당이 상원(참의원)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서 향후 정책 공백 및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2025년 7월 21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집권 자민당(Liberal Democratic Party·LDP)과 공명당(Komeito) 연립세력이 참의원 248석 가운데 과반선인 124석 중 절반(이번 선거 대상 124석 중 50석)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이끄는 LDP는 47석을 얻는 데 그쳤고, 이는 단독 과반에 필요한 50석에 3석 모자라는 성적이다.
이 결과는 직접적으로 내각 퇴진을 초래하진 않지만, 지난 10월 중의원(하원) 과반 상실에 이어 또 한 차례 정치적 타격을 안긴 셈이다. 엔/달러 환율은 장 초반 달러당 148.32엔까지 내려가며 지난주 기록한 3개월 반 내 최저치 부근에서 거래됐다. 유로화 대비로도 1유로당 172.64엔으로 소폭 상승했다.
“LDP가 국민민주당(DPP)과 손을 잡아 50석을 채울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점이 엔화에는 부분적 호재”라고
Pepperstone의 크리스 웨스턴 리서치 총괄
은 분석했다. 다만 그는 “이시바 총리가 사퇴 의사가 없다고 공언했지만 정치적 입지는 확실히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이번 선거는 시장이 완전히 예측하지 못한 결과는 아니지만, 8월 1일로 예정된 미국과의 관세(관세: 수입품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 협상 마감 시점을 앞두고 경제 정책에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기적으로 매우 난처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주 일본 국채(JGB) 30년물 금리(수익률)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일반적으로 채권 가격이 오르면 금리가 떨어지지만, 이번에는 가격 급락 → 금리 급등이 동반돼 장기금리 쇼크가 발생했다. 같은 기간 엔화는 달러화·유로화 대비 수개월 만의 약세를 기록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만약 이시바 총리가 중도 사퇴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본 주식과 엔화를 동반 매도할 ‘정치적 태풍’이 형성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해외 환율·상품시장 동향
한편 투자자들의 시선은 여전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관세 공세에 쏠려 있다. 지난주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 제품에 대해 대폭적인 신규 관세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유로/달러 환율은 $1.163225로 거의 변동이 없었고, 파운드화는 $1.13417에서 거래됐다. 여섯 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지수(DXY)는 98.352였다.
뉴질랜드 통화(NZD)는 2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치를 하회하면서 0.18% 하락한 $0.5951까지 밀렸다. 물가 둔화에 따라 다음 달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위험회피 심리가 포착됐다. 비트코인 가격은 1% 하락한 11만6,939달러에 거래되며, 지난주 기록한 사상 최고치(12만3,153달러)를 밑돌았다.
전문가 해설 용어 설명
상원(참의원)·하원(중의원) : 일본 국회는 양원제다. 참의원은 임기 6년, 3년마다 절반씩을 교체하며, 법률안 심의·거부권 등으로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중의원은 임기 4년이지만 해산될 수 있어 실질적 권한이 강하다.
관세 협상 : 국가 간 상품 수입에 부과하는 세율을 두고 벌이는 협상을 말한다. 협상 결렬 시 관세 인상이 현실화돼 무역 비용이 급증할 수 있다.
국채 수익률(금리) : 채권 가격과 수익률은 반비례한다. 가격 급락은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심리를, 수익률 급락(혹은 급등)은 자금 흐름 변화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달러지수(DXY) : 유로·엔·파운드 등 여섯 개 통화를 바스켓으로 묶어 산출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낸다. 100을 넘으면 달러 강세, 100 미만이면 약세로 해석된다.
기자 시각 Opinion
이번 선거 결과는 시장 참여자들이 이미 상당 부분 가격에 반영했음에도 ‘정치 리스크 프리미엄’을 다시 되새기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엔/달러 환율이 150엔선을 넘지 않은 채 지지력을 유지한 것은, 일본 경제의 대외 흑자 구조와 기관투자가의 환헤지 수요가 버팀목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8월 1일 관세 협상이 결렬되고, 동시에 일본 정치가 공백 상태에 빠질 경우 엔화 안전자산 프레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투자 전략 측면에서, 단기적으로는 JGB 변동성 확대를 이용한 스팁너(Steepener) 포지션장·단기 금리 차 확대에 베팅, 중기적으로는 엔화의 변동성 매수 옵션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외환시장에서 달러지수 100선 돌파 여부, 그리고 유럽 관세 이슈의 진전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