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CEO, 중국 AI 칩 구매 금지 보도에 “실망스럽다”

젠슨 황 CEO가 블랙웰 GPU를 들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블랙웰 지포스 RTX 50 시리즈 GPU와 RTX 5000 노트북을 들어 올리며 2025년 1월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기조연설 무대에 오른 모습이다.


LONDON —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에서 겪고 있는 난관에 대해 젠슨 황 CEO가 직접 입장을 밝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중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 구매를 금지했다는 보도를 내놓은 데 따른 반응이다.

2025년 9월 17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바이트댄스(틱톡 모회사), 알리바바 등 현지 빅테크 기업들에 RTX Pro 6000D를 비롯한 엔비디아 칩 구매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RTX Pro 6000D는 미국 수출 규제에 맞춰 엔비디아가 중국 전용으로 개발한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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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CEO는 “우리는 한 시장이 원할 때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30년 넘게 중국 시장에 기여해 왔다고 자부하지만, 이번 조치를 보고 매우 실망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미국 사이의 더 큰 의제가 작동하고 있음을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황 CEO는 최근 몇 년간 중국 사업이 “롤러코스터 같았다”고 표현했다. 그는 “재무 분석가들에게 중국 매출을 실적 전망치에 포함하지 말라고 안내했다”며 “이는 미·중 정부 간 정책 협의 영역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원의장 마이크 존슨 영상 썸네일미국 하원의장 마이크 존슨은 별도 인터뷰에서 “중국의 칩 금지령은 엔비디아를 넘어 미·중 관계 전반을 긴장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출 규제와 반독점 조사, 줄잇는 악재

앞서 미국 정부는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서버용 AI 칩 H20 등 엔비디아 제품의 대(對)중국 수출을 제한했다. 그러나 8월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황 CEO 간 합의를 통해, H20 매출의 15%를 미 정부에 납부하는 조건으로 수출 허가를 내주기로 했다.

연이은 규제는 엔비디아 중국 사업의 새로운 타격으로 평가된다. 지난 9월 15일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은 엔비디아의 이스라엘 네트워크 솔루션 업체 멜라녹스 인수 건이 반독점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본조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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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110억 파운드 투자… AI 생태계 확장

황 CEO는 이번 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에 동행했다. 9월 16일 엔비디아는 영국 AI 인프라에 110억 파운드(약 15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세일즈포스 등 다른 미국 빅테크 기업들도 영국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AI 투자를 동시에 공개했다.

황 CEO는 “중국 시장은 여전히 중요하며 규모가 방대하고 기술 산업도 활기차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정부와 기업들이 원한다면 계속 지원할 것이며, 동시에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지정학 정책에도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용어 설명

• CAC(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 중국의 인터넷·데이터·사이버보안을 총괄하는 국무원 직속 기관이다.
• H20 칩 — 미국 수출 규제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해 엔비디아가 성능을 조정한 서버용 AI 칩 라인업이다.
• 반독점 조사 — 특정 기업이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거나 경쟁을 저해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공식 조사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기업 경영 이슈를 넘어 미·중 기술패권 경쟁의 연장선에 자리한다. 엔비디아는 세계 AI 반도체 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갖고 있어, 각국 정부의 정책 변화가 실적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 향후 양국 협상 결과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엔비디아뿐 아니라 글로벌 AI 산업 지형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