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엔패브리카 CEO 포함 핵심 인재 영입·기술 라이선스에 9억 달러 이상 투입

엔비디아(Nvidia)가 인공지능(AI) 하드웨어 스타트업 엔패브리카(Enfabrica)의 최고경영자 로찬 산카르(Rochan Sankar)를 포함한 핵심 인력과 자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현금과 주식으로 $900 million(약 1조2,000억 원) 이상을 지출했다.

2025년 9월 18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거래는 최근 메타(Meta)·구글(Google) 등이 단행한 대규모 AI 인재 ‘애퀴하이어(acquihire)’와 유사한 형태로 체결됐으며, 계약은 지난주 마무리됐다. 계약 직후 엔패브리카 CEO였던 산카르는 엔비디아에 공식 합류했다.

Nvidia CEO Jensen Hu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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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는 2022년 말 오픈AI(OpenAI)의 챗GPT(ChatGPT) 출시를 기점으로 본격화된 AI 붐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대형 언어 모델(LLM) 학습과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 제공에 쓰이는 그래픽처리장치(GPU)는 대체로 수백~수천 개를 묶은 ‘클러스터(Cluster)’ 형태로 구동된다.

엔패브리카는 2019년 설립된 후, “10만 개 이상의 GPU를 단일 네트워크로 연결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해당 솔루션은 GPU 간 통신 병목을 최소화해 대규모 AI 슈퍼컴퓨터를 하나의 시스템처럼 작동하도록 지원한다.

양사가 협업할 경우, 엔비디아는 자사 칩을 중심으로 한 완전 통합형 AI 슈퍼컴퓨팅 플랫폼 구축 역량을 한층 강화할 수 있다.

엔비디아 측 대변인은 “거래와 관련해 논평할 사항이 없다”고 밝혔으며, 엔패브리카 측 역시 별도 의견을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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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A100 등 싱글 칩 GPU를 서버에 장착하던 방식과 달리, 최신 블랙웰(Blackwell) 라인업은 세로 높이 1.4m 안팎의 ‘랙(Rack)’ 당 72개 GPU가 탑재돼

한 대의 거대한 컴퓨터

처럼 동작한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18일 발표한 투자액 $4 billion 규모 위스콘신 데이터센터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엔비디아는 이미 2023년 엔패브리카의 $125 million 규모 시리즈B 라운드에 참여한 바 있다. 당시 회사 가치는 시리즈A 대비 5배 상승했다고만 공개됐다.

이어 2024년 말, 엔패브리카는 삼성, ARM, 시스코 등으로부터 $115 million을 추가 조달했으며, 피치북(PitchBook)에 따르면 포스트머니 밸류에이션은 약 $600 million으로 평가됐다.

거대 기술기업들의 ‘인재 매입’ 러시도 계속되고 있다. 메타는 2025년 6월 스케일AI(Scale AI) 창업자 알렉산더 왕(Alexandr Wang) 등 핵심 인력을 영입하며 $14.3 billion에 달하는 최대 규모 애퀴하이어를 성사시켰다. 이어 7월 구글은 코드 생성 AI 스타트업 윈드서프(Windsurf)의 공동 창업자 바룬 모한(Varun Mohan)을 포함한 R&D 인력을 약 $2.4 billion에 데려왔다.

이 밖에도 구글은 2024년 캐릭터AI(Character.AI) 창업 팀을,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플렉션(Inflection) 출신 인재를, 아마존은 어댑트(Adept) 개발 핵심진을 유사 방식으로 흡수했다.

엔비디아는 투자에는 적극적이나, 대규모 인수합병(M&A) 경험은 제한적이다. 2019년 이스라엘 네트워킹 칩 설계사 멜라녹스(Mellanox)$6.9 billion에 인수한 사례가 유일한 ‘10억 달러 이상’ 딜이다. 블랙웰 시스템의 고속 네트워킹 기능은 멜라녹스 기술력이 핵심 기반이다.

2022년에는 소프트뱅크(SoftBank)가 보유한 ARM 인수에 나섰으나, 각국 규제 당국의 반대로 거래가 무산됐다. 이후 2024년, 엔비디아는 AI 인프라 최적화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런:AI(Run:ai)를 약 $700 million에 인수해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18일 엔비디아는 인텔(Intel) 지분 $5 billion을 취득하며, 차세대 AI 프로세서 공동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같은 주에는 영국 데이터센터 스타트업 Nscale에도 $700 million을 투자해 저전력·고밀도 AI 인프라 분야를 강화했다.


용어 해설
GPU(그래픽처리장치)는 이미지·영상 처리용 칩이지만, 대규모 병렬 연산 구조 덕분에 AI 학습에도 최적화돼 있다. ‘클러스터’는 여러 대의 서버나 GPU를 하나의 컴퓨팅 자원처럼 묶어 처리 성능을 극대화하는 구성이다. ‘랙’은 서버·네트워크 장비를 수직으로 장착하는 금속 프레임을 말하며, 데이터센터 공간 효율성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애퀴하이어’는 ‘인재(Acqui-talent) + 인수(Buy)’의 합성어로, 기업이 특정 회사의 제품보다는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통째로 인수·합류시키는 전략을 일컫는다.

분석 및 전망
엔비디아가 단순 칩 공급자를 넘어 완전 통합형 AI 컴퓨팅 생태계로 진화하려는 흐름이 더욱 분명해졌다. 10만 개 GPU를 단일 네트워크로 묶을 수 있다는 엔패브리카 기술은, 초거대 AI 모델 학습에 필수적인 ‘스케일 아웃(Scale-out)’ 요구를 충족시키는 핵심 열쇠로 평가된다. 시장에서는 엔비디아가 이번 딜을 통해 경쟁사 대비 네트워킹 병목을 선제적으로 해소함으로써, 클라우드·AI 데이터센터 표준을 사실상 주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